大횡령의 시대…개인·회사만의 책임일까 [한탕사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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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횡령의 시대…개인·회사만의 책임일까 [한탕사회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5.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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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대표적 불황범죄로 분류되는 횡령 사건이 거듭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와 팬데믹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만큼, 횡령에 대한 유혹도 커졌고, 여기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직장인 횡령이 연달아 적발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탕주의가 그 기저에 깔렸다는 분석이다. 자신의 사내 지위와 지식, 그리고 회삿돈을 활용해 큰 돈을 벌어 보겠다는 그릇된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온전히 개인의 책임일까. 그들을 관리하지 못한 기업·기관만의 탓일까. 횡령 범죄 증가 현상은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금융위기, 2010년대 재정위기, 2020년대 코로나19 위기까지 경기여건이 어두워지는 시기마다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젠 굴레를 끊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한탕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이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편집자주〉


시사오늘 제292호 커버스토리는 '한탕사회'다 ⓒ 시사오늘 이근
시사오늘 제292호 커버스토리는 '한탕사회'다 ⓒ 시사오늘 이근

올해 초 한 일간지에서 〈"누가 영끌하래?"〉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필자는 "젊은애들, 빚 무서운 줄 모르더니"라는 한 관료 출신 교수의 말을 소개하면서 '집값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중략) 적지 않은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 특히 그리 많지도 않은 벌이에 그리 좋지도 않은 집을 계약한 2030은 점점 표정관리가 안 되고 있다. (중략) 영영 집 못 살까봐 영끌했던 이들은 피해자가 아니다. 당장 빚 내서 사라고, 총알이 좀 부족하면 갭투자라도 하라고 등 떠민 사람 아무도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면서 마치 선심을 쓰듯 '하지만 그냥 두고만 봐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최악의 부실이 되지 않도록 리스크는 관리가 돼야 한다'고 말미에 덧붙였다. 과거 정부에서 '빚 내서 집 사라'고 말한 사실도, 직전 정권에서 사실상 갭투자를 조장한 점도 담지 않았다. 무엇보다 왜 2030세대가 그리 많지도 않은 벌이에 그리 좋지도 않은 집을 계약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 공공·민간, 산업·금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직장 내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물의를 빚고 있다. KB저축은행, 오스템임플란트, 강동구청, 계양전기, LG유플러스, 클리오, 아모레퍼시픽, 모아저축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MG새마을금고 등에서 연일 터져나오는 직장인 횡령 범죄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 것이다. 횡령 규모도 상상 그 이상이다. 적게는 수억,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대횡령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횡령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건 통계로도 입증된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횡령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2만7882건, 2012년 3만3044건, 2013년 3만6214건, 2014년 3만8646건, 2015년 4만8795건, 2016년 5만2069건, 2017년 5만2610건, 2018년 5만7172건 등으로 매년 증가했으며,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6만819건, 6만539건으로 6만 건대를 돌파했다. 10년 만에 117%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주요 경제범죄 발생 건수 증가율(약 50%)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아직 공식 수치가 나오기 전이나 경찰청 통계 등을 종합하면 전년 대비 감소한 5만 건 중반대로 파악된다. 이는 횡령 범죄가 근절됐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보다 전문화·고도화·다양화돼서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또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국내 20개 은행에서 총 177건의 횡령·사기·배임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총 사고금액은 154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횡령이 만연해진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우선 환경적 요인을 꼽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절도 등 대면 범죄가 어려워진 상황이 생계 곤란에 빠진 사람들의 비대면 범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특히 지속된 경기 침체, 집값 등 물가 상승, 가상화폐·주식 시장 활성화 등 경제적 환경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근로소득만으로 먹고 살기 힘겨워진 시대에 규모가 월등히 큰 불로소득을 노리기 위해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해 투자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열거한 사례에서 가해 직장인들은 빼돌린 돈을 부동산 투자, 가상화폐와 주식 매수, 파생상품 투자, 불법 스포츠 도박 등에 썼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크게 '한탕' 해 먹으려다가 적발된 셈이다. 아울러 팬데믹으로 인해 각 기업들의 내부 감시·감독·관리 기능이 약화된 점도 한탕주의가 확대되는 데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현재 여론 분위기는 횡령을 저지른 개인, 그리고 이들을 통제하지 못한 회사들에게 단단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형성된 눈치다. 개인의 일탈과 시스템 미비 탓이라는 것이다. 옳다. 돈을 훔치고, 회삿돈을 빼돌려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모두가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것도 아니다. 횡령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기업들은 피해자라고만 볼 수 없다. 임직원 관리에 소홀해 직간접적으로 주주, 고객,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개인과 회사는 철저히 책임을 져야 하며, 죗값을 치르고, 미흡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개인·회사만의 책임일까. 이 같은 사회 현상이 발생하게끔 불씨를 제공한 정부와 정치권도 책임을 통감하고, 제도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내일'을 꿈꾸기 어려운 사회였다. 계층별·업종별로 나눠 숙고하고, 타이밍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별다른 고민 없이 최저임금 인상 하나만을 앞세워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소멸은 물론, 중산층의 몰락까지 야기했다. 인건비 상승분이 시장 곳곳으로 반영돼 물가 급등으로 번졌고, 소득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지 않은 중산층이 그 부담을 온전히 지게 된 것이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실패로 집값·전셋값까지 폭등했고, 급기야 팬데믹이 닥쳤다. 먹고 입고 자는 욕구를 채우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중산층이 갈 곳은 부동산, 주식 등 초저금리 시대 진입으로 활성화된 투자시장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내일'을 찾으려는 발버둥이었다. 2017년 4조2000억 원 수준이었던 복권 판매액이 2021년 5조9755억 원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어 중산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월급쟁이들의 횡령이 만연해진 것이다.

직접적인 책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전 의원이 2020년 국감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횡령 등 지능범죄 발생 건수가 2015년 31만6121건에서 2019년 38만1533건으로 증가하는 동안 경찰청은 지능수사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오히려 2015년 1911명에서 2019년 1769명으로 줄이고, 수사지원 인력만 늘렸다. 지능범죄를 자행하라고 판을 깔아준 셈이나 다름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 보니, 횡령과 업무상 횡령,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횡령 범죄 발생 건수 대비 검거율은 2016년 88.7%에서 2020년 83.2% 떨어졌다.

국회와 사법부의 책임도 크다는 분석이다. 횡령죄에 대한 처벌과 양형기준을 향한 지적은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현재 형법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특경법상 횡령죄(횡령액 5억 원 이상)는 부당이득이 50억 원 미만 시 3년 이상 징역, 50억 원 이상 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법 자체가 제각각이고, 감옥 살고 나오면 끝이라는 횡령 범죄 특성상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양형기준도 문제다. 2000억 원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오스템임플란트 가해 직원과 300억 원을 횡령한 자와 같은 형량이 권고된다. 재벌 대기업 총수일가들의 횡령·배임 범죄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법원의 행보 역시 사회 전반에 잘못된 인식을 심고 있는 실정이다. 입법활동에 게을리한 국회의원, 눈을 가리지 않고 법봉을 내려치는 법관들이 횡령 범죄 확산에 기여한 셈이다.

대횡령의 시대, 한탕사회에 진입했다. 범죄 사실관계를 파악해 가해자들을 단죄하고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잘못된 사회 현상이 나타났는지,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바로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위정자들의 반성과 성찰, 그리고 개선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누가 횡령하래?"하고 수면 위로 나타난 빙산의 일각에만 매몰된다면 우리는 언제든 또다시 대횡령의 시대, 한탕사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커버스토리 [한탕사회]를 통해 물 아래 있는 빙산을 들여다본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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