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진, 윤석열號 - 역사와 비전 ③국제정치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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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진, 윤석열號 - 역사와 비전 ③국제정치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5.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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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族史 저력 새 지평 열어라
세계화, 원점에서 전면 리셋을
성큼 다가온 地經學시대
尹·바이든 액션으로 보여라
기업이 경제안보 지키는 ‘애국자’
황창규 . 최두환 '창조적 힘' 상징
​​​​​​​한미 新경제안보동맹 중심으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기회는 다시 왔다. 국제정치의 '틀'에도 큰 변화의 창(窓)이 열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계기로 한국이 감당하고 개척해 나가야 할 국제정치 환경에는 새로운 신바람, 그리고 거센 풍랑이 동시에 밀려오는 국면이다. 우리로선, 긍.부정 요인이 교차한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과 동북아 4강 외교도 시험대에 다시 올랐다.

국제정치는 물론 세계 경제 안보에 이르기까지 세계화 전략의 전면적인 리셋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과연 새로운 지구촌 흐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인가. 그 변화의 바람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바로 세계화 전략 대전환의 서막이요, 국가와 민족의 시대사적 소명(召命)을 국민 모두에 알린다.

국제 환경 급변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도, 스스로 그 환경 자체를 창출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주체적 한국혼(韓國魂)'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한국의 역사도 바로 선다. 그 현실적 배경에는 삼성.LG.현대 등 전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 한국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포진한다. 국제정치 이념전쟁을 뛰어넘는 참된 위력, 경제전쟁 투혼의 초일류 창조적 배수진이 쳐저 있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 역사에서 새 시대 애국(愛國) 산파의 주역들이다. 尹 정권의 정책노선도 지난 문재인 정권과는 다르다. 기업들의 '자유혼(自由魂)을 기탄없이 지원, 제2 도약의 본격적 탄력을 받게 할 것이다. 

서광(曙光)은 이미 비치고 있다. 세계는 한국기업들의 전례없는 창의력과 기동력을 존경하기 시작했다. 남다른 '애국과 충효(忠孝)'의 전통사상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력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반만년 찬란한 민족정기가 작동한다. 우리 민족의 뛰어난 창의력과 근면성은 세계 최초 최장의 인쇄본 불교경전인 팔만대장경, 세계최초의 천문기상 관측소인 첨성대, 세계최초의 금속활자, 세계최초의 자연시계등 수많은 세계사상(世界史上), 시대를 앞서가는 기념비적 첨단 발명품을 낳았다. 우리는 이미 역사적으로 최고의 과학국가였다. 이런 경향은 기존의 상도(常道)를 깨고 나가는, ‘창조적 힘’이 다른 민족에 비해 남다른 월등함을 보여준다.

 

세계화 전략 저력(底力)


현대사는 웅변한다. 황창규(전 삼성전자 사장)와 최두환(전 네오웨이브 대표)은 상징적이다. 이들은 발군의 세계 최초 기술력과 공학 산업분야 국제적 견인차로서, 부진의 한국 수출경제구조에 실질적 활로를 뚫어간, 우리나라 최고의 눈부신 첨단 공학도 CEO(최고경영자)들로 공인(公認)된다. 반도체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해온 황창규는 지난 94년 8월 세계최초 256메가디램(MD) 개발이란 국가적 개가를 올린 후 얼마전 까지 세계최초 개발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국제 반도체 업계에 본격적인 ‘기가 D램시대’를 열게한 산파역으로 한국 수출경제 현장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애국자로 거명될 정도이다. 황창규는 오늘 세계시장을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석권한 삼성반도체의 효시이자 실질적 산파(産婆)다.

또 최두환은 미국의 유력 광통신연구기관인 AT&T 벨렙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광전송분야의 국제기준을 마련하는데, 미국대표의 일원으로 파견될 정도로 기술력의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았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광전송관련분야인 PCM 다중화장치, KD-4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 우리나라의 광전송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한 주역으로 국내 첨단 기술산업분야에서 황창규와 쌍벽을 이룬다.

그것이 한국이 보유한 참된 세계화 전략의 저력(底力)이자 현주소다. 민족사 북진통일(北進統一)의 길도 결국은 여기와 맞닿아 있다. 한국이 지구촌의 명실상부한 선진 선도국으로 웅비(雄飛)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국제 정치 무대와 흐름이 그 수단이자 방편이 되도록 해야만 한다. 국내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尹 정권은 허리띠를 더욱 바짝 조여야 한다. 시대사적 사명과 책임은 그렇게 크고 무겁다. 

 

정상회담 구체화 과제


그런 점에서 최근의 국제 정치환경 변화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이래 69년째 이어온 한미동맹은 바야흐로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 등에 기반을 둔 경제ㆍ안보 동맹으로 거듭났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지난 5년간 흔들렸던 두 동맹의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등 도발에 맞서 전략자산 전개를 축으로 한 확장 억지의 탄탄한 공감대가 형성된 데 있다. 

미·중 갈등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소위 세계화는 무너지고 동일한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들끼리 경제 협력을 재편하는 움직임까지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경제·안보·기술동맹으로 진화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미국의 최첨단 기술과 시장에 신뢰를 기반으로 한발 더 접근할 수 있게 됐고 북핵 위협에 맞서는 한국 안보도 한층 튼튼해졌다. 이제 정상회담 합의를 구체화하는 과제가 남았다. 

 

경제안보 지형도 재편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업그레이드된 북핵 위협 대비책이 당장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아직까지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와 같이 중국이 대놓고 맞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우리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고 일관성 있는 외교로 담대하게 풀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한 북핵문제를 풀 수 있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미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선언했다. IPEF는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소재의 글로벌 공급망, 디지털 경제, 탈탄소 및 청정에너지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로,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등 13개국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IPEF 화상회의에 참석해 ‘룰 메이커’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우리로서는 새로운 무역 질서에 뒤처지지 않게 됐지만 감내해야 할 부담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왔다. 당장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IPEF의 목적은 중국을 포위하고 아태 국가를 미국 패권주의의 앞잡이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세계화 종료’를 우려하는 목소리들까지 나왔다. 신냉전 진입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붕괴 등으로 경제안보 지형도는 재편되고 있다. 

 

‘안미경세(安美經世·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한국의 외교 전략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안경동행(安經同行·안보와 경제를 함께)’ 또는 ‘안미경세(安美經世·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바뀌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우리는 국익을 위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제는 전략적 모호성과 중국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우리의 중국 무역 의존도는 지난해 23.9%, 중간재 수입의 중국 의존도는 2020년 28.3%에 달했다.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해야 중국의 ‘사드 보복’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무역과 투자, 에너지 및 원자재 거래 등 경제적 수단을 사용해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지경학(地經學)의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진단에도 힘이 실린다. 

미·중 패권 경쟁과 함께 트럼프 시대에 대두하기 시작한 경제의 무기화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큰 충격이 가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밀, 콩, 옥수수 등 식량자원은 물론 원유, 천연가스, 반도체, 희토류 등 산업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각국의 안보 이슈가 됐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삭제, 요소수 사태 등을 겪은 한국으로선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IPEF 참여는 자유무역 기조 아래 성장해온 한국에 기회이자 위기다. 복합 위기 속에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제가 윤석열 정부 앞에 놓였다.

 

바이든 대통령 첫 일정 의미


윤석열 대통령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사진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사진 : 대통령실 제공)

문제의 해법은 역시 기업 경쟁력에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3일 방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첫날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방문이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방한 첫 일정을 산업 시설로 잡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장을 꼼꼼히 둘러본 뒤 “삼성이 주도해나가는 많은 혁신이 놀랍다”며 양국의 경제안보·기술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 일정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환되고 있고 미래 전기 산업에서 미국의 목표가 속도를 내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고 이에 정 회장은 총 105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 환영 만찬에는 재계 수장들이 총출동해 공급망 협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국격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눈으로 확인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기업이 애국자’라는 취지로 언급하면서도 온갖 규제로 기업에 족쇄를 채웠다. 법인세율 인상은 대표적 ‘모래주머니’였다.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율을 올린 뒤 2018~2021년 4년 동안 43조 원이 넘는 기업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법인세 부담으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는 감소한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증가했다. 기업 규제 3법과 친(親)노조 정책으로 기업들이 투자 의욕을 잃으면서 질 좋은 민간 일자리도 쪼그라들었다.

 

군사에서 기술동맹으로 진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공동 안보, 집단 이익 수호에 핵심적인 경제·에너지 안보 협력 심화가 중요하다”며 “핵심·신흥 기술 관련 파트너십을 증진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양국 관계가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에서 기술동맹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산업의 쌀’인 반도체는 코로나19 이후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패권을 움켜쥐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피로 맺은 동맹이자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은 미국의 핵심 경제 파트너로 떠올랐다. 

정부는 정상회담 결과가 ‘중국 포위’ 위주로 해석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동참하기로 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중국은 대중 견제망으로 보고 민감해하고 있다. 반도체 동맹 역시 우리의 국익을 위한 조치임을 중국에 적극 설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우리 반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글로벌 전략동맹 중심은 기업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자리에서 대규모 추가 투자계획을 밝혔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미국 현지 기업에 2025년까지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전날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55억달러를 들여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분야 생산거점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한기간 현대차로부터 총 105억달러 투자선물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전기차, 미래산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정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 회장의 통 큰 투자는 현대차 미래비전을 위한 과감한 행보의 일환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수소차로 급격한 재편기를 맞았다.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현대차의 승부는 필사적이다. 전기차 전용공장을 미국에도 짓는 것은 시장을 넓혀 선두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세계시장에 전기차 323만대 판매, 점유율 12% 달성 목표를 세웠다. 그해 미국 판매량 목표치가 84만대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 전기차 새 공장으로 8000개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뿌듯해했다.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 빠듯한 시간을 쪼개 정 회장을 단독면담으로 대우한 것도 이런 이유다.

경제단체는 일제히 환영 논평을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미 경제 안보동맹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한미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경제계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 기업들이 실감하게끔 행동하는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관계는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올라섰다. 이를 뒷받침한 게 기업이다.

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경제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국무총리로서 첫 일정이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한 총리는 취임 이튿날이자 휴일인 이날 처음으로 경제·산업 관련 부처 장관들을 모아 회의를 열고 규제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 총리는 "우리 경제 여건이 엄중하다"면서 "기업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주도 성장을 이끄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규제혁신 전략회의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총리는 "적어도 2개월에 한 번씩은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설 대화 채널 가동


이제, 경제는 '포괄적 동맹'의 핵심이 됐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첨단 반도체·전기차용 배터리·인공지능·양자기술·바이오·자율로봇을 비롯한 4차 산업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핵심 광물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을 복원하고 다양화하는 데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미국이 힘을 모아 그런 가치를 부인하는 국가들이 첨단 기술과 공급망을 무기화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한미 경제동맹이 글로벌 기술·부품·원자재 공급망을 유지하고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있어 핵심 주춧돌이 된 것이다. 한미 간에 '신경제안보동맹'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물 중 하나는 경제안보·기술 동맹 강화를 위해 상설 대화 채널을 가동하기로 한 점이다. 양국의 국가안보실(NSC)에는 경제안보 관련 비상사태 등에 즉각적인 공동보조를 취하기 위해 ‘경제안보대화’라는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다. 공급망 관리의 정책적 산파 역할을 할 경제안보 정례 장관급 회의를 신설하기로 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양국의 외교·통상산업 관련 장관 등이 참석하게 될 정례 협의회에서는 반도체,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촉진책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우리로선 대중(對中) 원자재 의존도가 절대적인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 수입처 다변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망간은 중국 수입 의존도가 99%에 이르고, 흑연 수산화리튬 코발트 역시 80%가 넘어 중국이 K배터리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에 필수인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 또한 53%나 된다. 미국이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 관리를 위해 자국 내 희토류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고, 미국의 외교력을 활용해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꾀할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세계 흐름과는 반대 요소


앞으로 더욱 내실을 기해야 한다. 삼성, 현대차의 대미 투자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들이 단지 국제정치적 요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천문학적 당근책을 내걸고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설립지를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市)로 결정한 것도 파격적인 투자 조건 때문이다. 

미국은 삼성전자가 20조원을 투자하면 최대 9조원에 달하는 세액 공제를 해주고 재산세도 90%나 감면해주겠다고 했다. 만일 20조원을 한국에 투자했다면 공제받는 세금 혜택은 최대 2조원 정도다. 현대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도 부지 무상 제공과 대규모 세금 감면 등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국내 질서의 혁신도 시급하다. 문재인 정권이 남긴 후유증을 조속히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아직 기업들을 내쫓고 있다. 현재 한국 대기업 근로자 임금은 일본보다 1.5배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노동 생산성은 세계 꼴찌다. 차량 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이 현대차 울산공장은 26.8시간으로 일본 도요타(24.1시간)나 독일 폴크스바겐(23.4시간), 미국 포드(21.3시간)보다 훨씬 길다. 지난 5년간 환경·안전 관련 반기업 입법 폭주로 기업인들을 형사처벌할 법규 항목이 3000개에 육박했다. 기업인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예비 범죄자’ 신세다. 강성 노조 횡포는 더 심해지고, 세계 흐름과는 반대로 법인세 세율까지 높아졌다. 이대로 두면 기업들의 한국 탈출은 계속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기업가 정신 선포가 이미지 제고를 노린 일회성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각종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소비자는 물론 지역 사회 등과도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 과제들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 내 부동산 매입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고, 중국인이 한국에서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 다만 외국인들이 내국인과 달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거나 덜 적용받아 부동산을 사들임으로써 한국인이 역차별받고, 손해를 입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 한 예로 외국인은 한국인이 국내 주택을 구입할 때 적용받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 빈틈을 이용해 30대의 한 중국인이 자기 돈 한 푼 없이, 오직 대출만으로, 서울 요지에 수십억 원대의 건축물을 구입해 시세 차익을 얻는 사례도 있다.

 

군사적 억제력에 바탕 둔 대북정책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군인의 우의가 한미 동맹의 힘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오산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군인의 우의가 한미 동맹의 힘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오산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다음은 새로운 국제 정치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야 한다. 한미 정상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확장억제를 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확대 협의,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미군 전략자산 전개 재확인 등 합의내용을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위한 정상회담 방식의 대북정책에서 군사적 억제력 강화에 바탕을 둔 대북정책으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두 가지의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첫째, 북한 핵무기 위협 대응 수단으로서의 ‘핵’이 처음으로 양국 성명에 표기됐다. 둘째는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사용·발전시킬 것을 약속했다’는 것으로, 자유민주 국가 중심의 경제·기술 파트너십 구축을 천명했다. 70여 년 한미동맹 역사를 돌아볼 때, 상호방위조약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한국 보호’ 측면이 훨씬 강했지만, 이제 경제·기술·글로벌 동맹으로 확장되면서 명실공히 양국이 상호 기여하는 관계가 됐음을 선언한 의미도 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 공약은 매년 양국 국방장관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언급됐지만, 이번엔 대응 수단으로서의 ‘핵’이 적시된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선제 불사용’ 공약을 고수하다 지난 3월 말 의회에 핵태세보고서(NPR)를 제출하며 ‘동맹·파트너를 방어하기 위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환했고, 이번에 공식화했다. 양 정상은 이를 위해 확장억제 전략협의체 (EDSCG) 조기 가동, 한미 연합훈련의 확대 강화, 미군 전략자산의 적기 전개 등에도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눈치를 보며 EDSCG를 기피해 ‘찢어진 핵우산’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동맹의 정상화’가 이뤄졌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미국의 핵우산 등 강력한 확장 억제정책을 가장 두려워한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문재인정부가 대북대화에만 매달린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용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지난 4년간 중단됐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EDSCG의 재가동은 북핵 위협에 대비한 한·미·일 3각 공조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다. 한·미·일 3각 공조는 도쿄에서 이뤄질 미·일 정상회담에서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EDSCG 재개는 동맹의 영역이 한반도 바깥으로까지 이동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영향력 외교 지평을


한미 동맹이 ‘행동하는 동맹’으로 진화하려면 구체적 액션플랜을 마련하고 실천해가야 한다. 일방적으로 미국을 추종하는 관계가 아니라 양국이 수평적 위치에서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로 진일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자국 이기주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국은 이번 성명을 통해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를 포함해 가용한 모든 방어 역량을 사용한 확장 억제 공약’을 확인했으나 앞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핵우산 제공 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은 사드 보복과 같은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중국의 횡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도 밝혀야 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북한과 중국 눈치를 살피며 한반도 속으로 파고드는 외교였다면 이제는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쪽으로 외교 지평이 넓어지길 기대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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