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4선 안 돼” vs “송영길-이재명 합리적 의심”…과열고조 서울 한복판 [6·1 격전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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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4선 안 돼” vs “송영길-이재명 합리적 의심”…과열고조 서울 한복판 [6·1 격전지②]
  • 윤진석 기자,박지훈 기자
  • 승인 2022.05.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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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D-1 서울시장 선거 민심 현장 르포
성북 길음시장, “민주당 텃밭” “민심 변했다”
중구 약수시장, “국민의힘은 숟가락 올린 것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박지훈 기자]

서울시장 선거 막판 민심을 둘러봤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길음시장과 중구 약수시장 전경이다. ⓒ시사오늘
서울시장 선거 막판 민심을 둘러봤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길음시장과 중구 약수시장 전경으로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거리 유세에 나선 곳이다. ⓒ시사오늘

6·1 막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총력전이다. 서울 한복판 과열 경쟁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이재명’ 라인은 선거 며칠 남겨두고 김포공항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도권과 서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함이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당내 제주도지사 후보와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며 자중지란에 처했다. 국민의힘은 말을 바꿔가면서까지 무책임하게 내놨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양쪽 다 사활을 걸며 생기는 일이다. 격전지 서울의 민심을 둘러봤다. <편집자 주>

 

길음시장…민주당 합동 유세
“황소 같은 송영길 뽑아달라”


선거 종반전인 25일 낮 1시 30분 성북구 길음역 3번 출구 앞을 찾았을 때다. “내 눈앞에 나타나~” 현빈·하지원 주연의 드라마 <시크릿가든> OST에 맞춰 선거송이 울려 퍼졌다. 선거운동원들이 율동을 하며 파란 풍선을 흔들어댔다. 족히 수백 명은 돼 보였다. 구경하러 온 일반 시민들을 좀처럼 찾기 어려운 점은 아쉬운 요소였다. 

다들 사회자 구령에 호응하며 “송영길” “송영길”을 연호했다. 흥을 돋우는 ‘럭키 서울’, ‘송풍기 댄스’, ‘민요 메들리’에 따라 커다란 풍선 인형과 함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여긴 민주당 텃밭이다.” 한 주민(50대·남·김모 씨) 말대로 성북구 합동 유세 풍경은 민주당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더 속으로 들어가면 그것만도 아닌 듯 보였다. 7대 지방선거 당시만 해도 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성북에서만 압도적 득표(54.62%)를 얻은 곳이었다. 20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9.31%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46.67%)보다 많이 받긴 했다.

4·7 재보선 때는 달랐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53.5%)가 박영선 후보(42.79%)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지지 정당과 상관없이 인물과 바람-구도에 따라 표심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왜 그럴까. 길음에서 장사하는 65세 박순희(여) 씨는 이 말을 들려줬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 재개발 중 길음뉴타운을 첫 번째로 해줬다. 그곳이 이 지역”이라고 했다. “지금은 많이들 중산층이 됐다”며 지지 이유를 전했다. 가판대를 운영하는 현모(남·60대) 씨도 “민주당 세가 강한 곳”이라면서도 “민심의 변화가 느껴진다”고 했다. “‘오세훈 대세론’ 이라고 하니 그런 것도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민주당 역시 이를 의식한 듯했다. 합동 유세 내내 오 후보를 겨냥해 집중포화를 날렸다. 메인 사회를 보기 위해 연단에 오른 박영훈 대학생 위원장은 청중을 향해 “오세훈 배터리 닳았다”고 소리치며 전투력을 높였다. “오세훈은 벼락 맞을 후보”, “송영길은 벼락 칠 후보”, “벼락 치면 벼락 맞는다.” 공격적 연설을 쏟아냈다. 운동원들의 사기를 다졌다.

기동민 성북을 의원은 “아이들 밥 주기 싫어 집 나간 정치인”이라고 비꼬았다. “서울이 네 거냐”라고 퍼붓기도 했다. “오세훈 4선은 안 된다”며 “황소 같은 인물인 송영길을 뽑아달라”고 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김영배 성북갑 의원은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오세훈 4선 하면 대통령 준비부터 할 것”이라며 “지역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한동훈”을 싸잡아 “민정수석실 권한은 위법”이라며 맹비난도 했다. 

현역인 이승로 성북구청장 후보는 구수한 입담을 자랑했다. 표심에 호소하며 “재보선 때 오세훈이 서울서 270만 표 얻었지만, 대선에서 이재명은 294만 표로 더 받았다”고 했다. “투표하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마다 학생회장을 했겠다 싶을 정도로 현란한 연설에 일가견이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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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재건축 재개발에 자신있다며 집값의 10%만 있으면 주택을 마련할 수 있게 한다고 공언했다.ⓒ시사오늘

송영길 후보는 유세장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궈졌을 때 바통을 이어받았다. 등장하자마자 꽃다발을 받고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사회자가 “잘생겼죠?” 묻자 환호가 쏟아졌다. 마이크를 쥔 송 후보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엔돌핀이 솟는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재개발-재건축에 역점을 뒀다. “집값의 10%만 있으면 주택 마련할 수 있게끔 해주겠다”며 “서울시민에게 100만 원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대출을 안 해주니까 집을 못 사는 것”이라고 할 때는 전(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누가 송영길인가 했네”
민심 변해간단 얘기도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연설이 끝난 뒤에야 본격적인 거리 유세전이 펼쳐졌다. 유세단은 삼부컨비니언 재건축 후문에서 길음시장까지 사각형 모양의 동선을 이어갔다. 거리를 활보하던 송 후보가 갑자기 멈춰서 현금을 꺼내 참외 1만 원어치를 샀다. 구두 수선방에 들어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길음시장에 들어가서는 순대국밥, 통닭집, 떡집, 생선가게 등을 돌았다. 

“누가 송영길인가 했네.” 한 상인(여)이 송 후보를 보면서 이제야 누군지 알겠다는 듯 옳거니 손뼉을 쳤다. 애매한 시간대여서인지 시장 분위기는 썰렁한 감이 돌았다. “보러 아무도 안 나오잖아.” 인기가 없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어차피 민주당 찍을 곳”(설일랑·남·65), “여기도 변했다”(여·56), “오세훈 찍겠다”(30대 주부), “송영길 우세”라는 말 등 각양각색 반응이 나타났다. 자신을 호남 출신의 민주당 지지자라고 한 이모 씨(여·60대)는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는 경우였다. “서민 목소리를 듣지 못한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며 거듭나기를 바랐다.

 

약수시장…“오세훈과 중구는 원팀”
吳 기초의원 지원 유세 사격 나서


이날 민주당과 국민의힘 유세는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민주당 성북구 합동유세단이 세몰이를 통해 송 후보를 띄어주는 데 집중했다면, 오후 4시 중구 약수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중구 시·구·기초단체장 후보들을 돕기 위해 지원 유세하는 분위기였다. 선거운동원들 수도 적었다. 대신 오 후보를 구경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뜨문뜨문 주변을 에워쌌다. 

연단에 오른 김길성 구청장 후보는 오 후보와의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중구를 서울의 중심 도시로 만들고, 주민 지원금도 변함없이 지급되니 안심하라고 소리 높였다. 옥재은 시의원 후보는 “민주당 정권 시절 집값도 세금도 물가도 너무 올랐는데 사과 한마디 없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손주화, 허상욱, 소재권, 길기영 후보 등이 호응해주며 조촐하게나마 열기를 더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정부여당과 서울시정 구청장 간 원팀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시사오늘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정부여당과 서울시정 구청장 간 원팀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시사오늘

전주혜 의원과 시장을 방문한 오세훈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랐다. 군데군데 “오세훈” “오세훈” 떼창이 이어졌다. 중구 후보들의 표정도 상기됐다. 가게 문밖으로도 고개를 내미는 얼굴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허겁지겁 달려 나와 폴짝 뛰는 여성 유권자도 보였다. 실제 투표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으나 마치 연예인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것 같은 느낌을 줘 신기함을 자아냈다. 유세 무대 건너편 건물에는 민주당 사무실이 있었다. 문을 열어두고 있다가 시끄러웠는지 이내 닫았다. 

오 후보는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면서 시정을 잘 이끌려면 구청장도 우리 사람이 돼야 예산도 잘 끌어올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을 잘 해냈다며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를 보냈다. 

 

“朴 도시재생사업 당시 호응 별로”
“吳 새빛둥둥섬 세금 낭비” 비판도


연설 막판에는 ‘송영길-이재명’에 대해 언급했다. 송 후보가 서울로 오고, 이 후보가 인천계양을로 간 것이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모종이 거래가 아니고 뭐냐며 합리적 의심이 든다,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서 본격 거리 유세가 시작됐다. 시장 중앙통 우성갈비 앞에서 약수교회와 충북기름집을 거쳐 남산 아파트 방면으로 이동했다. 갓난아기를 안은 신혼부부부터 청소부 아저씨, 식당 할머니 등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반겼다. 사진 찍어달라는 이들도 많았다. 뒤따라가던 앳된 기초시의원 후보 중에서도 오 후보와 사진 찍고 싶다는 말을 혼잣말처럼 수줍게 되뇌었다. 

거리 유세를 지켜보던 노가리포차에서 만난 50대 김모(남) 씨와 40대 김모(남) 씨는 민주당 지지자들인 듯했다. 그럼에도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오 후보에 호감을 둔 모양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잘하는 게 뭐 있냐. 촛불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면서도 “오세훈에 대한 평은 좋다. 박원순 체제 때 도시재생사업에 억화심정을 가진 주민들이 많다”고 했다. “시민들은 새집서 살고 싶은데, 낡은 집을 손봐서 살라니 누가 좋아하겠냐”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반대로 ‘오세훈’이라는 이름에 펄쩍 뛰는 시민도 있었다. 호프집에서 만난 박모(남) 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잘하고 있지만, 오세훈은 싫다”고 했다. “새빛둥둥섬 세금 낭비 때문”이라는 설명도 보탰다.
 

길음시장과 약수시장 시민들을 만나면서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로 시민들은 잘한다 쪽에 스티커를 좀 더 붙여줬다.ⓒ시사오늘
길음시장과 약수시장 시민들을 만나면서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로 시민들은 잘한다 쪽에 스티커를 좀 더 붙여줬다.ⓒ시사오늘

오 후보는 약수시장을 빠져나가 큰 대로변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민심을 엿볼 겸 길음시장부터 갖고 다닌 ‘스티커 종이’도 알록달록 색이 채워져 갔다. <시사오늘>은 민심을 엿볼 겸 길음시장부터 약수시장까지 시민을 대상으로 ‘윤석열 정부 잘한다 vs 유보 vs 못한다’를 물었다. “얼마나 했다고 벌써 평가냐.” 몇몇 할머니들의 역성도 들렸다. 대다수는 ‘잘한다’에 스티커를 붙여줬다. 호의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잘하라는 뜻이 반영된 듯싶다. 중구의 한 식당 주인(여·70대)은 “민주당이 못해서 국민의힘이 숟가락 올리는 것이지 이뻐 그런 게 아니다”며 “실망시키지 말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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