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윤석열 정부 눈치보기?…금융소비자는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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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윤석열 정부 눈치보기?…금융소비자는 이득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6.08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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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금융사 이자 폭리 지적… 개선책 공약
시중은행, 수신상품 금리인상 속도 빨라져
尹 당선 후 예대마진차 2개월 연속 감소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국내 5대 시중은행 CI. ⓒ시사오늘
국내 5대 시중은행 CI. ⓒ시사오늘

최근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분을 1~2일 사이 예·적금 상품 금리에 신속하게 반영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금융권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앞서 지난 5월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우리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27일부터 주요 수신금리 상품의 금리를 올린다고 밝혔다. 이후 NH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그리고 KB국민은행도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5대 시중은행 대부분이 신속하게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통상적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수신상품 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됐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빨라진 행보다. 지난 4월까지만해도 한국은행 기준금리 발표 후 시중은행에서 수신상품 금리 인상 결론을 내리기까지 영업일 기준 4일 정도가 걸렸다. 

이 같은 과거 사례에 비춰, 이번처럼 하루 만에 시중은행이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단행한 건 이례적인 경우다.

시중은행들은 수신상품 인상 배경에 대해 금융소비자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아무래도 윤석열 정부가 대선 당시 내세운 금융선진화 공약과 관련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앞서 윤 정부는 금융선진화 공약과 관련, 기준금리 인상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반영속도 차이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로 인해 소비자 금융 부담은 늘고 금융사에는 과도한 이익이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 가산금리 적절성을 검토하고 담합요소에 대해서도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수신상품 금리 인상은 미적거리면서 상대적으로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린다는 세간의 비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금융소비자 권익향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윤 정부의 선명한 방향성이 이번 시중은행의 수신상품 금리 반영 속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일부의 시선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2022년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자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3월부터 예금은행의 예대마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금융권의 예대금리차 확대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신속한 수신금리 인상이 금융소비자 권익 향상이라는 대의에도 부합하는 만큼 은행권이 알아서 눈치를 보고 수신금리 인상을 빠르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예대금리차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대 대선 전과 후를 비교하면 저축성수신금리와 대출금리간 격차인 예대금리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지난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021년 12월 기준 1.55%포인트에서 2022년 2월 1.81%포인트로 대폭 늘었다가 3월 1.76%포인트, 4월 1.70%포인트로 점차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월은 20대 대통령 선거(3월19일)가 치러지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달이기도 하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대금리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건 수신금리 인상폭이 대출금리 인상폭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은행권이 이자순수익을 일정 부문 포기했다는 말이다.

그 배경에는 ‘이자장사’ 논란 등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과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금융소비자 권익향상 기조가 일정부문 압박 또는 유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은행간 수신금리 인상 속도 경쟁과 예대마진 격차 감소는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금융공약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대신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의 정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아쉽지만, 예대마진 격차 해소 공약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단기적인 예대마진 감소세가 윤석열 정부의 공약 덕분인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정의연대는 반기 또는 연 단위로 예대마진차 변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약 이행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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