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街서 뺨 맞은 K-OTT, 계정공유 플랫폼에 눈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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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街서 뺨 맞은 K-OTT, 계정공유 플랫폼에 눈 흘겼다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2.06.1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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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계모임 ‘페이센스’에 K-OTT 3사 ‘발끈’…강경 대응 예고
넷플릭스도 대응 여부 검토中…피클플러스·링키드·벗츠도 저격
첫 강경 대응, 배경엔 OTT 쇠퇴설…극장 보복관람·이용자수↓
업계 "페이센스 등 공유 서비스 감시…창작자들에게도 피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토종 OTT 3사(웨이브·티빙·왓챠)가 국내 계정 공유 서비스 업체 ‘페이센스’를 대상으로 첫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기존 ‘피클플러스’와 ‘링키드’ 등은 묵인했다가 신생 업체 페이센스에게만 압박 수위를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토종 OTT 3사(웨이브·티빙·왓챠)가 국내 계정 공유 서비스 업체 ‘페이센스’를 대상으로 첫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기존 ‘피클플러스’와 ‘링키드’ 등은 묵인했다가 신생 업체 페이센스에게만 압박 수위를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토종 OTT 3사(웨이브·티빙·왓챠)가 국내 계정 공유 서비스 업체 ‘페이센스’를 대상으로 첫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기존 유사 서비스인 ‘피클플러스’와 ‘링키드’ 등은 묵인해 왔지만, 신생업체 페이센스에서 1일 구독권까지 나오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업계의 이번 강수(強手)는 최근 OTT가 직면한 극장가 활성화와 가입자 수 감소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에서 발현된 것으로 풀이된다.

 

피클플러스는 되고, 페이센스는 안 된다?…"터질 게 터진 것"


13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 3곳은 최근 페이센스를 향해 내용증명을 발송, 이달 중순까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넷플릭스 역시 대응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센스는 ‘넷플릭스, 하루만 빌려보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넷플릭스 1일권 600원 △웨이브·티빙·왓챠 1일권 500원 △라프텔 1일권 500원 △디즈니 플러스 1일권 400원 등을 각각 판매하고 있다. OTT 프리미엄 요금제(월 1만3900원~1만7000원)가 최대 4명까지 동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계정 1개당 한 달에 4만8000원에서 7만2000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계정 공유 서비스는 OTT 사용자들 사이에선 이미 활성화된 서비스다. 국내에선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피클플러스’(pickleplus)를 비롯해 ‘링키드’(linkid), ‘벗츠’(buts) 등 공유 플랫폼들이 자리 잡고 있다. 페이센스만 매출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 한 달 이용권을 기준으로 각사가 책정한 1인 평균 수수료는 △피클플러스 990원 △링키드 1250원 △벗츠 2640원(10%) 등이다. 페이센스보단 적으나 꾸준히 부가 수익을 기록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국내 OTT 업계에선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페이센스는 기폭제였을 뿐, 원 저작자 허가 없이 재판매로 수익을 거두는 행위를 일체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센스가 유독 악질이기 때문에 강경하게 나가는 것이 아니다. 기존 공유 플랫폼들을 주시하면서 쌓여왔던 것들이 이제야 터졌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내부 피해 금액을 정확히 산출한 이후 페이센스를 시작으로 다른 곳들도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확정된 것은 없지만 페이센스 절차 먼저 처리한 후 (나머지 서비스 감시를) 진행한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법적 대응 배경엔 위기의식…'극장 호황기, 넷플릭스마저 무너졌다'


오직 페이센스만 매출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 한 달 이용권을 기준으로 각사가 책정한 1인 평균 수수료는 △피클플러스 990원 △링키드 1250원 △벗츠 2640원(10%) 등이다. 페이센스보단 적지만, 꾸준히 부가 수익을 기록하고 있었던 것. ⓒ온라인커뮤니티
오직 페이센스만 매출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 한 달 이용권을 기준으로 각사가 책정한 1인 평균 수수료는 △피클플러스 990원 △링키드 1250원 △벗츠 2640원(10%) 등이다. ⓒ온라인커뮤니티

OTT들의 이번 강경 행보는 최근 업계 내에서 엔데믹으로 인해 불거진 우려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제작비용이 증가하면서 업체들이 궁여지책으로 구독료를 인상하자, 전반적으로 OTT 가입자 순증세가 감소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OTT의 맹주(盟主)인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기준 11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가입자가 20여만 명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구독료를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까지 인상한 후 3개월 만의 일이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1월 발표한 ‘디지털 전환 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OTT 이용자들은 가장 불편한 점으로 ‘경제적 부담’(42.5%)을 꼽았다. 87.2%의 이용자는 이로 인해 유료 계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OTT의 경쟁사인 극장가는 엔데믹 분위기를 타고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영화 ‘범죄도시2’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첫 ‘천만 영화’가 됐고, 극장가는 올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마녀2 △비상선언 △한산:용의 출현 등 화제작을 대거 개봉하면서 일상회복을 예상보다 앞당긴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없었던 관객들이 이른바 ‘보복관람’ 심리로 극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다회선(한 계정으로 여러 명이 이용하는 것)을 장려하면서 OTT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플랫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지만, 점차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져 다양한 대응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모기업 투자를 제외하고 수익은 월 구독료 뿐인데, 계정 공유를 악용하면 OTT들의 수익이 줄어들고 콘텐츠 투자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페이센스의 영업은 결과적으로 CP(콘텐츠 제공업체)들의 이익까지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페이센스는 온라인 질의응답 게시판을 통해 "페이센스는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마존 프라임, 쿠팡 플레이, 애플TV 등) 다른 OTT 서비스도 추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페이센스는 법으로 정해진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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