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최초 檢 출신 금감원장 임명…역대 정부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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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최초 檢 출신 금감원장 임명…역대 정부는? [어땠을까]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6.14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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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들, 행시 출신 경제 관료들 중용
문재인 정부, 최초 민간·정치인 출신 임명
나란히 최단기 임기 기록하며 불명예 퇴진
尹, 이복현 임명… 노조 "금융감독 관치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시사오늘>은 역대 정부 금융감독원장 출신과 주요 이력을 살펴봤다. ⓒ시사오늘 박지연 기자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를 임명했다. 그러나 첫 검찰출신 금감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금융노조 등을 중심으로 ‘검찰 공화국’, ‘부적격자 임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 원장이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유일한 최초의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금감원은 단순히 금융감독 기관일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공정한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정책기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역대 정부의 금감원장 임명 선례를 보면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이번이 최초가 맞다. 그러나 행시 출신, 즉 경제관료 출신이 아닌 금감원장 임명 사례는 이번이 벌써 4번째다. 기존 행시 출신 경제관료 임명 관행이 깨진 건 문재인 정부부터다.

<시사오늘>은 역대 정부의 금감원장 출신과 주요 이력을 살펴봤다.

 

DJ정부, 행시 출신 경제관료 임명 닻올려


금융감독원이 신설된 건 DJ정부에서다. YS정부에서 설립 관련 논의가 진행됐으나 무산된 뒤 DJ정부 들어서 금융권 감독기구(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를 통합한 금융감독원이 만들어졌다.

DJ정부에서는 5년간 총 3명의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됐는데 이들 모두 행시 출신이다. 이후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금감원장 자리에는 대다수 행시 출신이 임명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초대 금감원장은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그는 1999년 1월~2000년 1월 금감원을 이끌었다. 이에 앞서 초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돼 금감원장직을 겸했다.

금감원장을 맡기 전 그는 행시(6회) 출신으로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미국 보스턴 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과정을 졸업한 뒤 국내로 귀국해 대우그룹 상무로 근무하면서 당시 김우중 회장을 보좌한 이력이 있다.

이용근 2대 금감원장 역시 행시(9회) 출신으로 재무부를 비롯해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위 부위원장 등을 거쳐 2대 금감원장으로 취임했다.

이근영 전 동부(DB)그룹 회장은 3대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초대 금감원장과 같은 행시6회 출신으로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무부 등을 거쳐 한국산업은행 총재로 활동하다 금감원장으로 임명됐다. 공직생활을 국세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최초의 국세청 출신 금감원장으로도 불린다. 

 

참여-MB-박근혜 정부, 정권 교체해도 행시 출신


참여정부, 그리고 정권 교체가 된 뒤 MB정부, 박근혜 정부도 행시 출신 경제·금융 관료들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했다.

참여정부 시절 금감원장은 총 3명(4~6대),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각각 2명씩이다.

먼저 이정재 4대 금감원장은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행시(8회)에 합격, 재무부 관료로 활동했다. 이후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재경부 차관을 거쳐 법무법인 율촌 상근 고문으로 활동하다가 금감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금감원에 복귀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5대 금감원장으로 ‘경제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행시(10회) 출신으로 재무부에서 증권국장과 금융부장을 지냈다. 이후 재경원에서 세제실장(1급)과 금융정책실장을 지낸 그는 세무대학장을 거쳐 5대 금감원장에 임명됐다.

김용덕 전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6대 금감원장을 지냈다. 그는 행시(15회) 출신으로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을 거쳐 제21대 관세청장, 제11대 건설교통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차관급)을 지낸 뒤 금감원장으로 임명됐다.

MB정부가 들어선 뒤 사임한 김용덕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임명된 김종창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은 행시(8회) 출신으로 재무부 관료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그는 기업은행 행장, 법무법인광장 고문을 거쳐 7대 금감원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8대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23회 행시 출신으로 전임 금감원장인 김 전 원장에 비해 15기수나 아래다. 나이로 봐도 권 전 원장이 56년생, 김 전 원장이 50년생으로 차이가 상당히 난다. 권 전 원장 이후 후임으로 임명된 금감원장은 모두 23회 이상 행시 출신으로, 그를 기점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그는 국세청, 재무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실 등을 두루 거친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뒤 8대 금감원장으로 취임했다.

박근혜 정부 첫 금감원장은 최수현 국민대 경영학부 석좌교수로, 25회 행시 출신이다. 그 역시 역대 금감원장처럼 재무부, 재경원 등을 거친 경제관료였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이명박 정부 때에는 금융위원회 정책조정관,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9대 금감원장으로 취임했다.

10대 금감원장인 진웅섭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행시(28회) 합격 후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이후 재경부, 금융위 등을 거친 뒤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최 금감원장 후임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사


행시 출신 경제관료 위주의 금감원장 인사 관행이 깨진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최초의 민간 출신 금감원장, 최초의 국회의원 출신 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역대 정부 통틀어 가장 많은 금감원장이 임명됐다. 그만큼 금감원장 인사를 두고 잡음도 많았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첫 금감원장은 파격적으로 역대 첫 민간 출신이 임명됐다. 주인공은 최홍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첫 민간인 출신이자 첫 비(非) 행시 출신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역대 금감원장 중 두번째(당시 첫번째)로 가장 짧은 임기의 금감원장이 됐다는 불명예도 함께 안았다. 당시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이 결정타였다. 그의 임기는 2017년 9월~2018년 3월로, 불과 6개월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금감원장 인사 실패 참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불명예 퇴진한 최 전 사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기를 한 달도 못 채우고 임명 2주만에 ‘셀프 후원’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과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 등에 휘말리며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김 전 의원의 임기는 2018년 4월2일 취임, 같은 달 17일 오전 사표 수리로, 15일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의원은 최초의 정치인 출신이자 최단기 금감원장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11~12대 금감원장이 나란히 역대 최단기, 역대 두번째 짧은 임기라는 불명예를 진 것이다.

이후 13대 금감원장으로 임명된 윤석헌 전 원장 역시 행시 출신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금간원장 4명 중 행시 출신은 윤 전 원장의 후임인 정은보 전 원장 뿐이다.

다만 윤 전 원장은 경제 관료는 아니지만 교수 출신의 금융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 한국재무학회 회장, 한국금융학회 회장 등을 거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그의 후임인 정은보 전 원장은 행시(28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 돌고 돌아 금감원장 자리가 다시 경제관료에게로 돌아갔다. 정 전 원장은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 관련 부처에 몸을 담은 경제관료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금감원장 사례들과 달리 이전 역대 정부들이 취해온 인사 사례와 유사하다. 이 때문인지 문재인 정부 초기 시절 임명된 금감원장과 달리 별다른 잡음 없이 무난하게 임명된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 이번엔 檢출신… 다시 불거진 인사 논란


문재인 정부의 금감원장 인사 참사가 윤석열 정부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 금감원장으로 임명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를 두고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노조와 금융사무서비스노조 등 양대 금융노조는 최근 위원장 명의로 공동성명을 내고 “이전에 없었던 검찰 출신의 금융감독원장 임명은 우리 금융노동자들이나 금융전문가들의 상식을 뒤집는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형적인 검사 출신 인물로 분류된다. 사법연수원 32기인 이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을 거쳐 반부패 수사4부장,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을 역임, 검찰 '특수통'으로 꼽힌다. 그가 금감원장으로 임명된 배경에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고 금융·조세범죄 수사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경제통이나 경제관료로 오랜 세월 공직에 몸을 담았던 역대 금감원장에 비해 금융 관련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금융노조 측도 이같은 점을 지적한다.

양대 금융노조는 공동성명을 통해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성과 전문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때문에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역대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인사들로 발탁해 왔다”며 “금융을 전혀 모르는 부장검사 출신의 인사를 금융감독원 수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이번 정부 들어 금융감독을 관치화하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단순히 감독만 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면서 “최근 국내외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이에 따른 금융권 공동대응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비경제, 비금융 출신이자 검찰 출신인 금감원장이 과연 업계와 소통하면서 제대로 금융 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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