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의 포로 의자왕과 국민의힘 내분 [역사로 보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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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의 포로 의자왕과 국민의힘 내분 [역사로 보는 정치]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6.25 0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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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이 의식을 지배한 국민의힘,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은 한순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백제 망국의 한이 서린 부여 낙화암 사진출처: 문화재청
백제 망국의 한이 서린 부여 낙화암 사진출처: 문화재청

“술 한 잔 따르라.”

김춘추가 패주 의자왕을 조롱하며 지시했다는 치욕의 명령이다.

자만은 독약이다. 혼자 죽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가도 죽인다. 백제 의자왕이 그 독배를 마신 대표적인 인물이다. 

백제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중국땅에 묻히는 치욕을 당한 망국의 군주, 의자왕. 무왕의 장자로 태어나 632년 태자로 책봉됐다. 부친 무왕은 서동요의 주인공이다. 역사계에선 의자왕이 신라 선화공주의 아들로 추정하지만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서기 641년, 태자 책봉 9년 만에 무왕의 승하로 대권을 잡았다. 초반엔 속된 말로 잘 나갔다. <삼국사기>를 보자. 의자왕이 용감하고 대담했으며,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하고 형제에게도 우애가 깊어 ‘해동증자(海東曾子)’라고 칭송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의자왕의 국정 목표는 ‘복수’였다. 자신의 조상 할아버지 성왕을 죽인 철천지 원수 신라 궤멸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였다. 의자왕은 영민했다. 전쟁을 위해선 내부 결속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즉위 직후인 642년 직접 전국을 순회하면서 백성들을 위로하고 죄수들을 대규모로 사면했다. 소통과 통합의 메신저가 된 것이다. 백제가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의자왕은 결단을 내렸다. 이제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그해 가을 직접 군대를 동원해 신라를 공격했다. 무려 40여 개의 성을 함락했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대야성 전투’였다. 대야성은 신라 수도 서라벌 공략의 최대 전략요충지다. 

장군 윤충은 의자왕의 복수심을 잘 알고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대야성 성주는 신라의 실권자 김춘추의 사위 품석이었다. 성왕 복수의 제물로 안성마춤이었다. 백제군은 신라군의 분열을 틈타 당초 예상보다 손쉽게 대야성을 얻었다. 성주 품석이 유부녀를 강제로 취한 데 앙심을 품은 남편이 백제군에 협조했다는 후문이다.

의자왕은 품석의 아내인 김춘추의 딸과 외손주들도 몰살시켰다. 김춘추는 격분했다. 이성을 잃고 딸과 외손주들의 비참한 최후에 복수의 칼을 갈았다. 이제는 신라의 복수 차례다. 김춘추는 고구려와의 협공을 원했지만 실패하자 서해를 넘어 당나라로 갔다. 당의 숙원이 고구려 정복임을 잘 알고 있던 김춘추는 나당연합을 전격 제안했고, 성사시켰다.

의자왕은 아직 배고팠다. 대야성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승전의 기세를 몰아 끊임없이 신라를 유린했다. 신라도 명장으로 급부상한 김유신이 맞섰다. 양국은 결사항전의 처절한 혈투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의자왕이 갑자기 돌변했다. 자신의 서자 41명을 좌평으로 삼아 지방권력을 장악했다. 중앙과 지방까지 자신이 장악하게 되자 지존이 됐다는 자기 최면에 걸렸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의자왕의 공간이 전장에서 주지육림으로 바뀌었다. 자만이 의자왕의 의식을 지배했다. 사치와 향락을 탐닉했다. 성충과 같은 충신의 간언도 듣기 싫어 옥사시켰다. 의자왕은 예전의 군주가 아니었다. 자만의 늪에 빠진 망국의 군주가 됐다. 백제의 국운도 무너져 갔다.

김춘추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나당연합군을 일으켰다. 의자왕이 술과 요녀에 빠져 있는 동안 연합군은 전락 요충지 탄현과 기벌포를 선점했다. 계백이 최후의 희망이 됐지만, 황산벌은 5천 백제 결사대의 피로 물들어진 무덤이 됐다. 

의자왕은 뒤늦게 한탄했지만 사비성도 함락됐다. 김춘추는 갖은 모욕으로 딸의 원수 의자왕을 유린했다. 당은 의자왕을 전리품으로 삼아 중국으로 끌고 갔다. 백제인들은 당으로 끌려가는 패주 의자왕을 지켜보며 망국의 한을 눈물로 삼켰다. 자만이 모두를 죽인 셈이다.

자만이 의식을 지배한 국민의힘 지도부 사진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자만이 의식을 지배한 국민의힘 지도부 사진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이 기사회생했다. 지난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탈환을 신호탄으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는 뜻밖의 완승이었다. 자신들의 노력보다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에 기생한 어부지리 승리다.

최근 국민의힘 권력 쟁탈전을 지켜보면 자만이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성상납 의혹과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 등으로 당 윤리위에 회부된 집권당 대표는 ‘자기 정치’를 당당히 드러냈다. 마치 그동안 자기희생만 강요당했다는 억울함이 담겨있는 궤변으로 들린다.

윤핵관도 '민들레' 모임을 놓고 분화 중이다. 야생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빛내줄 민들레가 권력의 화신이 됐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윤핵관끼리도 자가분열 중이다. 장씨네와 권씨네로 분리되는 모양새다.

국민은 고금리로 빚의 절벽에 내몰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절규하고 있다. 금융권은 금리인상을 틈타 이자장사로 폭리를 취하고, 공기업은 막대한 적자에도 성과급 파티에 취해있다. 대통령은 인재 양성에 목숨을 걸라지만, 여당은 내후년 총선 공천권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어쩌다 찾아온 민심은 곧바로 떠난다.

의자왕과 백제의 멸망은 자만이 의식을 지배한 탓이다. 자만은 눈과 귀를 막는다. 입은 자기 궤변의 포로가 된다. 온 몸에 자만의 독이 퍼져나가는 데도 애써 외면한다. 의자왕과 백제가 망한, 민주당이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이유다. 국민의힘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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