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닮은꼴, 586의 ‘민낯’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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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닮은꼴, 586의 ‘민낯’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6.24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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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된 민주화세력…국가의 존재 의의 잊었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기득권이 돼버린 민주당은 어느새 자신들이 왜 군사독재정권과 맞섰는지를 잊어버린 것 같다. ⓒ시사오늘 김유종
기득권이 된 민주당은 어느새 자신들이 왜 군사독재정권과 맞섰는지를 잊어버린 것 같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다양한 관점이 있다. 다만 대다수 현대 국가는 사회계약설에 동의한다. 인간은 천부인권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개인의 힘만으로는 자연권을 지켜내기 어렵다. 그래서 인간은 국가에 주권을 위임하는 대신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기로 했다.

때문에 국민에 대한 보호는 가장 기본적 의무다. 국민이 국가에 주권을 위임한 건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 임무를 해내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다. 이로부터 국가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도 도출된다.

민주화운동가들이 군사독재정권에 맞선 이유도 여기 있었다. 박정희·전두환 시대 대한민국은 국가주의적 국가였다. 개인은 국가의 부속물에 불과했다. 국가 그 자체가 제일 중요했다.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꼴이었다.

그래서 민주화운동가들은 박정희·전두환 정권과 싸웠다. 그들이 보기에 당시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니었다.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 국가. 오히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탄압하는 국가라면 존재 가치가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우선 과제 중에 이게(피살 사건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그게 왜 현안이냐.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다”고 말한 것이다.

어딘가 익숙한 논리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장과 비슷하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을 위해 민주주의를 유보하고 인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우 위원장도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니 서해 공무원 피살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군사독재정권은 그 당연한 진리를 부정했다. 그래서 국민적 반발에 시달렸다. 권력이 채 30년을 가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비슷한 말을 한다. 민주화를 위해 군사독재정권과 싸웠던 바로 그 사람들이 말이다. 기득권이 된 민주당은 어느새 자신들이 왜 군사독재정권과 맞섰는지를 잊어버린 것 같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고 했다. 어쩌면 민주당의 ‘내로남불’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군사독재정권과 싸우는 동안 그들을 닮아버린 민주화운동가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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