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모터쇼와 벤츠, 파리모터쇼와 현대차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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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모터쇼와 벤츠, 파리모터쇼와 현대차 [기자수첩]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06.2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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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위기 놓인 부산모터쇼…불참 브랜드 비난이 능사 아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2018년 부산모터쇼 행사장 초입 전경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2018년 부산모터쇼 행사장 초입 전경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대한민국 대표 자동차 축제인 부산모터쇼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코로나19 등의 어려움을 딛고 4년 만의 개최를 앞뒀지만, 정작 주인공인 자동차 브랜드들의 연이은 불참 선언으로 반쪽 짜리 행사가 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행사 참가를 확정지은 업체 리스트엔 2개 자동차 그룹사만이 조촐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지역 민심은 들끓는다. 부산이 고향인 르노코리아마저 불참하는 데다, 지역은 물론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까지 외면했으니 속이 상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너흴 어떻게 대했는 데'로 시작해 '부산을 배신했다'는 식의 지탄까지 나올 정도다.

자동차 팬이라면 수많은 관련 기사들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만큼은 그 시각을 달리해 보고자 한다. 매국노를 자처하려는 것도, 누군가를 옹호하거나 비위를 거슬리게 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단순히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비난하며 강제하려는 여론몰이식 태도에 대한 자성과 성찰이 필요해 보여서다.

만약 반대로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모터쇼에 불참하기로 했다는 이유로, 해당 국가에서 차별을 받거나 비판을 받게 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떳떳하게 항변할 수 있을까.

현대차의 사례가 그렇다. 현대차는 안방인 대한민국 부산에서 개최하는 '부산모터쇼'에는 참가하기로 했지만,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모터쇼'에는 불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결정이 프랑스 국민들을 거슬리게 한다면, 현대차도 마냥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현대차(이하 기아 포함)는 지난해 프랑스 자동차 시장에서 8만9456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된다. 프랑스 시장 연간 규모가 165만9000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점유율은 5.4%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제법 비슷한 규모의 시장에서 5.4%를 차지할 정도면 큰 인기를 끄는 수입 브랜드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인 벤츠(7만6152대)만 놓고 봐도,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173만4600대)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4.4% 수준이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한국에서의 벤츠 입지보다는 프랑스에서 현대차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물론 현대차 외에도 파리모터쇼 불참을 선언한 기업들은 많다. BMW그룹, 폭스바겐그룹, 포드 등이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취소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프랑스 국민들이 현대차에게 성의를 보여라는 식의 비난을 가한다면,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시대가 바뀌었다. 결국엔 모터쇼 참석 여부를 기준으로 해당 국가에 대한 친화적, 반친화적 브랜드로 편가르려 들게 아니라, 모터쇼 자력으로 생존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때가 왔다. 이미 글로벌 유수의 모터쇼들도 같은 위기에 휩싸였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지난해 행사에서 과감히 '모터쇼'를 떼고, 서울모빌리티쇼라는 새 이름을 내세운 서울모터쇼가 본보기가 될 수 있겠다. 관람객은 60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크게 줄었지만, 미래차 전환에 발맞춘 기술 중심 전시회로 그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부산모터쇼도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내실을 갖춰, 브랜드들 스스로 참가 필요성을 느끼게끔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할 듯 싶다.

부산모터쇼의 위기를 누군가의 잘못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분열이 아닌 건강한 고민이 더욱 절실하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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