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안철수-이준석의 착각?…‘중도층 아니고 스윙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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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안철수-이준석의 착각?…‘중도층 아니고 스윙보터였다’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07.03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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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보터’가 승리 키 쥐어…‘중도 정당’ 현실성 없다
역대 유의미한 결과 냈던 3정당, 알고보면 지역정당
‘중도층’ 다수, 사안 따라 보수·진보 오가는 ‘스윙보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김유종 기자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층’이 중도층을 겨냥한 제3정당에 표를 던져줄 것이란 기대는 국내에서 번번히 좌절됐다. ⓒ 시사오늘 김유종 기자

 

프레임 개념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층’은 존재하지만 이들에 해당하는 도덕 체계나 정치적 입장, 즉 중도파의 이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도층으로 불리는 이들은 특정 사안에 따라 진보적 또는 보수적으로 투표하는 ‘이중개념주의(biconceptualism)’ 소유자들이라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레이코프식 개념은 중도층이 아닌 스윙보터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중심’의 신당 창당을 조언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막 물러나 국민의힘 바깥에서 대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중도층을 잡기 어려워 정권창출에 한계가 있으니 제3지대서 표심을 넓힐 신당을 꾸린 후 국민의힘과 빅텐트를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당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본선주자가 됐다.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김 전 위원장의 전망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가면 중도층이 달아날 수 있다며 당 밖에서 오세훈 후보와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안 의원의 생각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아닌 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겠다는 판단이었다.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 오세훈 후보에게 패하며 물러났다. 

20대 대선에서도 자신이 ‘윤석열과 단일화’에 나서면 중도층 표심이 달아날 수 있다는 취지로 선을 그은 바 있다. 안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분들 중 이재명 후보에 대해 실망한 사람이 굉장히 많고, 윤석열 후보의 경우에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은 55~60%인데 그중에서 절반이나 열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로 이기는 단일화를 하려면 좌우 이탈층 표심을 흡수할 수 있는 자신이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과적으로 안 의원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으로 단일화가 됐지만 이겼다. 지는 싸움이 아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0대 대선 당시 단일화를 반대해 왔다. 안 의원 지지율이 10% 대로 오르고 국민의힘 진영에서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때도 “효과 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자강론을 펼쳤다. 안 의원과 합쳐진다 해서 과거 DJP(김대중-김종필)연합 같은 표가 보태지는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0.73% 표차로 대통령 당선자가 갈렸다. 단일화 없이는 승리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16 일CBS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단일화가 얼마만큼 승리에 기여했는지 계산할 수 없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당선인에게는 굉장히 귀한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현종 논설위원도 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단일화 효과가 국민의당 지지층을 끌어온 효과가 있다”고 봤다.

이 대표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6‧1 재보선을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분당갑에 출마한 안 의원은 62.5% 득표율 얻어 상대 후보인 민주당 김병관 전 의원(37.49%)과 25% 차로 승리했다. 성남시 분당갑은 20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김은혜 전 의원이 50.06%, 김병관 전 의원이 49.34% 득표율을 얻어 0.72%라는 근소한 표차로 승패가 갈린 곳이다. 안 의원은 지난 총선의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가 얻은 득표보다 12.5%를 더 얻었다. 그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나와도 표심이 떠나가지 않았음이 방증됐다. 

면면을 보면 ‘김종인-안철수-이준석’ 모두의 진단이 잘못됐음이 엿보인다. 공통적으로 되짚어지는 것이 있다. 일관되게 표심을 드러내 온 중도층이 있다고 믿는 데서 오류가 났다는 지적이다.

과연 중도층이 있을까? 역대 제3 지대서 승리한, 이른바 중도를 표방한 정당들을 보자. 결과적으로 중도층이 지지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는 지역정당에 의지한 측면이 컸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유의미한 성적을 낸 DJ(김대중)의 평화민주당만 봐도 ‘실용적 중도 노선’을 채택해 얻은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은 지역구 54석과 전국구 16석 총 70석을 확보했다. 이중 지역구 36석은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의석이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JP(김종필)의 자민련이 50석을 확보했다. 지역구 41석 중 24석은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 8석은 대구에서 얻었다. 대권 의지나 전국 정당으로의 도약 내지 의지 없이 충정 지역 기반으로만 당을 유지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6대 총선에서도 지역을 기반 삼아 17석을 얻었다. JP 정계 은퇴 이후 흩어지기까지 줄곧 지역 정당으로서의 명백을 유지했을 뿐이었다. 

20대 총선에서의 안철수 국민의당도 ’실용적 중도정당’을 내세워 원내교섭단체를 이뤘던 것이 아니었다. 38석 확보에 정당 투표 2위라는 성과를 냈지만 지역 정당의 오명을 벗기는 어려웠다. 38석 중 비례를 제외한 지역구 25석 중 23석은 호남, 2석은 서울이었다. ‘호남 자민련’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안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만든 바른정당과 합당해 창당한 바른미래당은 지역 기반마저 없었다. 중도층을 겨냥해 ‘영호남 화합’ 기치를 내걸고 출발했지만 7회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2019년 4·3 재보선 ‘경남 창원 성산’ 지역에서는 3.57% 득표율을 얻어 4위에 그쳤다. 바른미래당은 이후 민생당, 국민의당, 미래통합당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2020년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보수 진영의 통합 제안에도 “실용적 중도정치의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며 거부했다. 지역구 대신 비례로만 출마했지만 목표치인 10~15석에 훨씬 미달하는 3석을 얻는데 그쳤다. 

저마다 중도층을 대변한다고 했지만, 뜬구름 잡기에 불과했다. 말이 제3의 중도 정당이지 지역 정당을 표방하지 않고는 입지 면에서 설자리가 없음이 여실했다. 좌나 우로 가면 중도층이 달아날 거라는 단언 역시 최근 선거에서 통용되지 않음이 확인됐다. 결국, 중도층은 허상일 뿐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만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이현종 논설위원은 “중도로 불리는 다수는 거대 양당 중 한 정당을 선택하는 스윙보터”라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거나 뭉쳐서 조직화한 중도층은 없다. 제도적으로도 대통령제 하에서 중도가 설 자리가 별로 없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제3정당 행보에 대해서도 “현실성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중도 정당은 지역정당을 표방하지 않고서는 힘들다”고 전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도 대화에서 “고정된 표심의 중도층은 애초에 없다. 김종인-안철수-이준석이 오류를 범한 것도 잠시 중간 지대에 머물며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스윙보터를 중도층으로 착각한 데서 비롯했기 때문”이라며 “상황에 따라 표를 옮겨 다니는 이들이야말로 선거 승리의 키를 쥔 핵심 상수”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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