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중학생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사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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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마 중학생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사죄 편지
  • 김용남 편집위원
  • 승인 2012.08.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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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용남 편집위원)

학교폭력과 왕따가 지속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과 경종을 울리는 책 <쫄지마 중학생>(2012.7, 씽크파워)이 나와 화제다. 저자 윤문원 씨는 "한 마디로 이 책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는 중학생들을 위한 멘토 같은 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중학시절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명제 하에 중학생들이 방황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한 요건들을 많은 예를 들어가면서 설득력 있게 설파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총 4장으로 되어 있으며, 제4장 '반성하고 사죄하고 용서해라'에 수록돼 있는 편지 중 먼저 '가해 학생에게 쓰는 편지'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가해 학생에게 쓰는 편지 (사죄)

작년 말 SBS에서 방영한 <기적의 하모니>라는 프로그램을 봤어. 김천 소년교도소 재소자로 구성된 합창단의 공연 과정을 그리고 있었지. 그 재소자들은 모두 너와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들이었어. 

가수 이승철의 지도 아래 합창 연습을 하는 과정과 공연 장면이 나오는데 그 과정보다는 소년교도소의 생활 모습과 재소자인 청소년들이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훨씬 많았어.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한창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에 철창 속에 갇혀 있는 모습에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꼈어.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너와 같은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수감생도 있었지. 

▲ <쫄지마 중학생> 윤문원, 씽크파워, 2012.07 ⓒ시사오늘
하지만 한 달 뒤 네가 저지른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급우의 유서를 보니 이런 연민의 정이 확 가시더구나. 그렇지만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학교폭력을 없애는데 조그마한 도움이 되고자 이 편지를 쓴다.

아마도 너는 소년교도소에 수감되어 있겠지? 답답하고 힘들다고? 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급우를 생각해 봐. 사건 당시의 신문기사를 보니 네가 경찰에서 수사를 받으면서 “장난삼아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되어있는데 그렇게 말한 게 사실이야?  

뭐 장난이라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한두 번도 아니고 수개월에 걸쳐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으로 급우를 학대해 놓고 말이야.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봐. 네가 한 행동처럼 네가 당했다고 생각해 봐, 어떻겠어?

너는 친구, 아니 급우를 ‘인간 리모컨’처럼 조종하면서 협박하고 폭력을 가했어. 이를 견디다 못한 급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친구란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아. 그냥 급우란 표현을 쓰기로 하지.  

너는 급우 휴대전화에 하루 최대 50건의 문자메시지를 날리며 시시때때로 협박했지?
온라인게임 레벨을 올리기 위해 급우의  잠자는 시간까지 체크하며 게임을 대신 하도록 했지? ‘잠자지마, 게임해’ ‘자고 싶으면 빨리 해라. 못 잔다’ '지금 가서 샤워하고 잠 깨라. 그리고 바로 겜’ ‘잘 테니까 게임할 때 집 전화로 내 폰에 전화하고 5초 뒤에 끊고 잘 때는 폰으로 5초 전화하고 끊어’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게임을 시켰어. 그래도 급우가 말을 잘 듣지 않았는지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에 ‘○○아. 디질래?’ 하며 문자메시지를 보냈어.

이처럼 너의 강요에 못이긴 급우는 너를 알고부터 목숨을 끊기까지의 290일 중에서 218일 동안 845차례에 걸쳐 온라인게임에 접속했더군. 이는 하루 평균 네 차례 꼴이야.

숙제를 대신하게도 했지? ‘디질래? 내 숙제 대신 해’ ‘청소 그만하고 방에 가서 빨리 (내 숙제) 15장 써라’ ‘(내 숙제) 안 하면 내일 50분 맞지 뭐’ ‘1분 안에 두 가지 중에서 정해라. 50분 맞을래 15장 쓸래? 다른 답 할 때마다 5분씩 맞는다’ 등 너희들의 은어인 ‘숙제셔틀’을 시켰어.

돈과 옷 등을 갈취했지? ‘빈폴 바람막이 사라고’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값비싼 옷을 가져오라고 강요했고, ‘살고 싶으면 용돈 갖고 와’ ‘일하고 돈 받으라니까 똥파리 새끼야’ ‘어제 많이 했으니까 용돈 주세요. 이렇게’ 등 급우가 어머니에게 돈을 받는 방식까지 지시했어.

수시로 협박했지? ‘5대 추가. 닥치고 해라는 대로 해라고^^ 요즘 안 맞아서 영 맛이 갔네’ ‘문자 답 늦을 때마다 2대 추가’ ‘그냥 해라 미친 것. 살고 싶으면 해라’고 했고 ‘지금 내 기록 다 삭제하고 전체 잠금으로 비번 걸어 놔라’ ‘기록 다 삭제’ 등의 문자로 흔적을 없애려고도 했어.

목검, 단소, 격투기용 글러브로 상습적으로 폭행하여 죽은 급우의 신체 곳곳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지. 그리고 죽은 급우의 유서 내용을 보면 담배 피우라고 강요하고 물고문과 줄을 목에 걸고 끌고 다니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고 했고,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해놓고 몸에 칼로 상처를 내려하다가 실패하자 팔에 불을 붙이려고 하는 등과 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질렀어. 
 
이런 충격적인 가혹행위와 폭행으로 이를 견디다 못한 급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7층 베란다에서 투신하여 목숨을 끊었어. 이건 조폭보다 더한 거야. 성인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흉악한 범죄 행위야. 이렇게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러놓고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면 이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

너는 소년교도소에서 후회와 반성을 하면서 사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니? 행여나 소년교도소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서, 범죄자가 된 자신의 인생이 걱정이 되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죄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급선무야. 네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거야. 마음을 맑게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네 인생은 범죄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그러려면 진정한 마음으로 용서를 빌어야 해.

하늘나라로 먼저 간 급우에게 용서와 명복을 비는 간절한 기도를 해. 만약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죄와 죽은 급우에 대한 용서를 비는 기도를 수시로 하지 않는다면 너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고 용서 받아서도 안 돼.

급우의 부모님에게 반성과 용서를 비는 편지를 자주 보내. 네 부모님도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겠어? 부모님을 위로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수시로 전해.

이 모든 것은 진정한 사죄여야지 가식적으로 해서는 절대로 안 돼. 마음속 깊이, 뼛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사죄가 아니면 하지 마.

나는 네가 진정한 사죄를 하기 원한다면 이 기회에 학교폭력 근절의 전도사가 되었으면 해. 물론 어떤 제약이 따를지는 모르겠는데 소년교도소에 말해서 후회와 반성과 사죄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찍어서 전국에 방송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 자료로 활용하게 하면 어떨까?

너는 괜찮다고 해도 자식의 장래를 생각하는 네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얼굴은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면 되겠지.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글을 써서 교육청에 보내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한 방법인 것 같아. 하늘나라로 먼저 간 급우가 남긴 유서가 학교폭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듯이 당사자인 네 글이 학교폭력 근절에 보탬이 되었으면 해.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죄에서 나와야지, 동정이나 형기 단축을 기대해서 가식적으로 하면 절대로 안 돼.

나는 네가 진정한 사죄의 바탕 위에서 다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라. 그것이 네 자신을 위해서도, 자식을 소년교도소에 보내놓고 탄식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네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위로하는 일도 될 거야. 네가 진정한 사죄와 용서를 구한다면 너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구나.

“인생에는 누구나 다 시련이 있어. 남보다 일찍 이런 시련을 겪는다고 생각하고 참고 견뎌. 지금 생활하고 있는 소년교도소를 수련장으로 생각하고 성실한 자세로 생활 해. 깊은 후회와 반성과 사죄를 하면서 죗값을 치르고 나와서 죽은 급우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 힘내!”


저자 소개

윤문원 - 아들과 딸을 둔 아버지로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소년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저술활동과 강의에 전념하고 있다. 칼럼니스트이며 경제평론가고 작가이다.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에세이 1편, 중학교 1학년 도덕교과서에 에세이 1편, 중학교 3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논술문 1편 등이 게재돼 있다.

조선일보 '맛있는 논술', 신동아 '영화 속 논술' 등을 장기 연재했다.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가 간행물윤리위원회,서울대학교,출판인회의에서, '어머니 젖내음이 그립습니다'가 출판인회의에서, '49편의 말 많은 영화읽기'가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애수에서 글래디에이터까지'가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청소년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이 밖에도 여러 학습용 도서와 '지혜와 평정', '엄마가 미안해' 등 여러 도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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