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요구권 공시제도…또다른 형식적 줄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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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요구권 공시제도…또다른 형식적 줄세우기?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7.06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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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금융업협회별 공시 의무화
신청·수용건수·수용률·감면액 공시
신청건수 많아질수록 수용률도 ↓
고객안내등 전반적 노력 평가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가 늘어날수록 수용률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2020년 신청건수와 수용률 추세 그래프. ⓒ금융위원회

오는 8월부터 모든 금융사의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이 각 금융업협회별로 의무적으로 공시된다.

매 반기별 실적치를 공시해 금융소비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전에는 금융소비자가 금융사별 금리인하요구제도 운영실적을 확인할 수 없어 금융사의 수용률을 높일 유인이 부족했던 만큼 앞으로는 비교공시를 통해 수용률을 높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시 내용은 금리인하신청건수, 수용건수, 이를 토대로 계산된 수용률, 그리고 이자감면액 등이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금리인하요구 신청은 2017년 20만건에서 2020년 91만건으로 4.5배 증가했다. 이는 2019년부터 비대면으로로 금리인하신청이 가능해지면서 신청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신청건수 증가에 따라 수용건수도 같은 기간 12만건에서 34만건으로 2.8배 증가했지만 신청건수 증가세보다 증가폭이 적어 수용률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금융당국은 공시제도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권에 금융소비자들이 금리인하요구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카드업계 CEO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금리인하요구제도를 통해 신용도가 개선된 고객의 금리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처럼 금융당국도 금융사에 보다 적극적인 금리인하요구권 안내 강화와 수용률 개선을 당부함에 따라 신청건수는 당분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업권 일각에서는 금리인하요구권 공시제도가 수용률 개선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적극적인 금리인하요구권 안내를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할 경우 서류 미비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른바 허수 신청이 늘어나 수용률이 저조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대면 신청시 수용률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는데 이 때문에 대면 채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수용률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은행권의 경우 2020년 기준 대면 신청시 수용률은 76%에 달하는 반면, 비대면 신청의 경우 27%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 편의를 위해 금융사가 간단하게 금리인하요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수록 허수신청이 늘어나 수용률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이 때문에 수용률을 기준으로 금융사 줄세우기를 할 경우, 금리인하요구 홍보와 신청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금융사가 오히려 하위권에 위치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다른 문제점도 거론된다. 수용률의 높낮이가 금융사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느냐이다.

금리인하요구는 금융소비자가 신용에 변동이 생겼다고 판단할 경우 금융사를 상대로 신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금융사는 영업일 10일 이내에 수용여부와 사유를 통지해야하는데, 금리인하 여부는 금융사마다 기준이 다소 다르다. 또한 금리인하요구가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연봉이 올라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금융사 판단에 따라 금리인하 요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주로 금융사 기준에 따라 신용등급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경우다.

진정한 의미의 수용률은 금리인하요구 요건을 갖춘 금융소비자의 신청을 금융사가 얼마나 받아들였는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공시될 금융사의 수용률은 단순히 전체 신청건수 대비 수용건수라는 점에서 수용률 높낮이를 금융사 판단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공시제도는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고, 금융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수용률을 토대로 금융사 줄세우기가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수용률만 보고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보다는 금융사가 금리인하요구권과 관련해 신청 서류, 절차 안내를 얼마나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했는지 등 전반적인 노력 여부를 토대로 판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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