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연착륙 시급한데…정부·국회는 뭐 하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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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연착륙 시급한데…정부·국회는 뭐 하나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7.07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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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전(前)정권에서 집값 단기간 폭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현(現)정권 들어 빠른 속도로 차갑게 식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영향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펼친 결과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7월 1주차(지난 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2주차(-0.01%) 마이너스 흐름에 진입한 이후 9주 연속 하락세다. 국내 집값 바로미터인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지난 5월 5주차(-0.01%)을 기점으로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강남 집값도 매물이 적체되며 하락전환 중에 있다.

이는 경기 침체, 이자 부담 확대 등 때문에 집을 처분하고 싶은 사람들은 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 이자 부담 확대 등에 따라 사려는 사람은 줄고 있어서다. 지난달 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2.6으로 올해 최저치(지난 2월 21일 92.6)를 다시 찍었다. 집값과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서울의 경우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나면서 80대 중후반으로 내려앉은지 오래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약 6만6000건으로 2020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실정이다.

한동안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집값이 하락 안정화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반도체를 제외하면 진작에 문재인 정부 때부터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였다는 분석도 있다)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부의 부동산 편중이 심각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은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전체 국민순자산(국부)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4.8%에 이른다. 대한민국 가계, 기업, 정부의 자산 중 대부분이 건물 또는 토지인 셈이다.

결국 집값 하락은 우리나라 전체 자산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자산가치는 국민 전반의 소비심리와 직결된다. 아무리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도 자신이 투자한 주식 종목에 파란불이 들어오면 씀씀이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부동산 가치 하락은 여기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진다. 지난달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시장과 연계된 대출 비중은 67%에 달한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오히려 이자 부담은 커졌으니 어느 누구도 먹고, 입고, 놀고, 쉬는 일에 돈을 쓰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집값 하락은 필연적으로 소비 지출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아무리 생산·투자활동이 늘어도 소비 진작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 

전반적인 내수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선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소비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 위축 속도가 너무 빠르다. 다방면에서 연착륙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이를 인지한듯 윤석열 정부는 6·21 부동산대책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제 혜택 확대, 대출 규제 완화 등 연착륙 방안을 공개했다. 대세를 흔들 순 없겠지만 시의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 아래 국회 동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정부는 지난 6일 물가 안정을 위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도 마땅한 추가 대책 또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부동산 시장 위축 속도가 여기서 더 붙으면 국가경제 방파제인 금융권에까지 영향이 간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기 전에 하루빨리 파고를 다스리거나 방파제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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