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에 발주처-원청-하청 갈등↑…불안에 떠는 건설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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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에 발주처-원청-하청 갈등↑…불안에 떠는 건설人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7.08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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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건설업계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발주처와 원청, 원청과 하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구성원들은 구조조정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는 분위기다.

8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는 공사비 협상에 비협조적인 서울·수도권 일대 공사현장 60곳에서 오는 1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공사중단 대상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신세계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수행하는 현장이 대거 포함됐다.

연합회 측은 "급격한 자재비 인상,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력 수급난과 인건비 상승이 발생해 기존 수주한 공사비로는 현장 유지가 어렵다"며 "원청업체에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비 증액 요구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지난 7일까지 공사비 증액에 비협조적인 시공사에 대해 현장 셧다운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파업에 들어간 건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연합회는 지난 2월 원자잿값 상승을 반영해 계약단가를 조정해 달라는 공문을 국내 100대 건설사에 발송하고 반응이 없자 3월에는 전국 건설현장을 멈춰 세운 바 있다. 이어 지난 4월과 6월에서 각각 호남·제주권, 부울경(부산·울산·경남)권에서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원청사는 발주처와 씨름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은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간공사 불공정 계약 관행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 발주공사는 대개 공사도급계약서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없거나, 심지어 배제하는 특약이 존재해 물가 인상에 대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건설자재 가격 폭등을 외면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포함된 민간공사 불공정 계약을 근절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또한 노조는 지난달 23일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재차 진행하고 "철근, 시멘트, 레미콘, 골재 등 건자재 가격이 1년 만에 50% 가량 오른 현실에서도 민간 발주공사는 '물가 인상에 따른 계약변경은 없다'라는 불공정 계약서를 체결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대통령실 민원실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이 같은 행보에 대형 건설사들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이 직접 나서서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면 발주처 대상 영업이 곤란해질 수 있고, 하청업체들에게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노조가 총대를 멨다는 것이다(관련기사: 건설업계 ‘물가변동 배제특약’ 지적에…하청업체는 ‘비웃는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331).

이런 가운데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움에 떠는 눈치다. 실제로 노조는 앞선 기자회견에서 "우리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경험하며 기업의 경영악화는 대주주·경영진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돼 온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또다시 책임 전가를 당하며 길거리에 나앉지 않기 위해 불법적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DL이앤씨(구 대림산업) 등 조직 슬림화를 명분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업체들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직원은 "플랜트에 있다가 주택 쪽으로 온지 얼마 안 됐다. 수주 현장에서 발품을 팔며 일하고 있는데 요새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다. 또 희망퇴직을 받을 거라는 소문이 돈다"며 "말이 좋아서 희망퇴직이지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 솎아 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불안한 건 하청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한 대기업 협력사 대표는 "기존 공사비로는 절대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부도난다. 원자재 가격뿐만이 아니다. 금리도 문제고, 인건비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대마불사라고 원청은 어떻게든 생존하겠지만 우리들은 이대로 가다가 다 죽는다"고 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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