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출마 불가론만 내세운 민주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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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출마 불가론만 내세운 민주당, 왜?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07.11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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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위원장 당대표 출마 불허 결정…5대 쇄신안 품을 역량 부족해
팬덤정치·내로남불 정치 개선 및 혁신 의지↓…청년 정치 효능감도 하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김유종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불허한 민주당 비대위의 결정은 팬덤정치·내로남불 정치 개선 의지, 혁신 의지가 부족한 민주당 현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시사오늘 김유종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지난 2일 언론을 통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고, 4일 민주당 비대위는 이를 불허했다. 비대위는 “박 전 위원장이 소중한 민주당의 인재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6개월 당원 자격 조항을 엄격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나는 민주당 요청으로 당 중앙위원회에서 84.4% 찬성으로 선출된 임시 당 대표였다”며 “내가 필요할 때는 자격이 된다고 하고, 당 대표 경선에 나가겠다고 하니 자격이 안 된다고 한다. 이러니까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는 말로 비대위 결정을 비판했다. 

 

박지현, 84.4% 찬성으로 비대위원장 선출·차기 당대표 적합도 3위
“필요할 땐 ’자격 된다’ 하더니 당 대표 경선 출마 불허, ‘토사구팽’”


그는 지난 1월 말 민주당에 입당했다. 당헌·당규상 6개월 전 입당해 12개월 내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당대표·최고위원 피선거권을 얻을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당무위 결정으로 달리할 수 있다’는 당규 내 조항을 들어 “공식 안건으로 채택해 책임지고 의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 비대위는 정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공식 회의 없이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불허 결정을 발표했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4일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박 전 위원장은 8.8% 지지율을 얻었다. 이재명 의원(33.2%)과 박용진 의원(15.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3선의 김민석 의원(5.2%), 재선의 박주민(5.1%)·강훈식(1.8%) 의원보다 높은 수치다. 

전직 비상대책위원장이자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당원에게 당무위 공식 안건으로도 채택하지 않고 불가론만 들이미는 지도부의 결정은 민주당의 현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지현 전 위원장의 5대 혁신안을 품을 역량, 즉 5년간 누적돼 비판받아 온 팬덤정치·내로남불 정치 개선과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지선 과정에서 당 내홍을 일으킨 점을 들어 ‘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이 있지 않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지난 4일 발표한 ‘6·1 지방선거 평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선 패배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이재명·송영길 등 공천 정당성 미흡(23.2%)’이 거론됐다. △새로운 정부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어서(19.5%) △부동산 정책 실패 심판(15.8%) △대선 이후 혁신 미흡(11.6%) △뛰어난 공약·정책 부재(8.2%)가 뒤를 이었다 ‘비대위 내(윤호중·박지현) 분란 때문’은 7.5%에 불과했다. 

민주연구원이 지선 패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쇄신 부재·민심과 당심 괴리·전략 실종을 꼽은 반면 ‘민주당 쇄신 방향 담은 5대 혁신안 제시’는 민주당이 혁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든 점에서 큰 성과라고 봤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민주당 ‘5대 쇄신안’으로 △더 젊은 민주당(정치 학교 통한 청년 인재 양성) △더 엄격한 민주당(당내 성폭력 등 범죄행위 무관용 원칙 확립)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대선 대국민 공약 신속 이행) △폭력적 팬덤 정치와 결별한 민주당(당 기강 확립과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 위한 언어폭력 엄격 대처)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양극화 해소·기후 위기·국민연급 등 미래 아젠다 연구 및 입법 활동 추진)을 제안한 바 있다. 

민주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민주당의 문제점으로 내로남불 행태(25.4%), 계파 싸움(17.7%), 쇄신의지 부족(14%), 586 기득권(13.3%), 소수 극성 지지자들(11.5%) 등을 꼽았다. 이 모두 박 전 비대위원장이 혁신 의제로 제시한 것들이다. 연구원은 5대 쇄신안이 문제가 아니라 박 전 위원장의 쇄신 요구를 신속히 수용하지 않고 계파 싸움으로 인식되게 한 점, 통합의 그림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 지도부 리더십 부재를 문제로 짚었다. 

 

지선 패배 책임 ‘쇄신 부재·민심과 당심 괴리·전략 실종’에 있다
박지현 “당대표로 5대 쇄신안 이뤄내는 게 패배 책임지는 방식”


박 전 위원장은 지난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5대 쇄신안을) 당에 제안했고 당에서도 협의를 했는데 챙기시는 분이 안 계시더라. 지금 그래서 이 5대 혁신안을 당에서 협의한 만큼 이뤄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책임을 지는 방식이겠다 생각하고 있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2일 MBC와의 인터뷰에서는 “이재명 의원이 여러 수사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은 정치보복을 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우리당 같은 경우에는 방어하기에 급급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또다시 민주당이 정말 해야 하는 민생은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성남 FC 후원금 의혹, 서해 공무원 사건 등을 이미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진실 규명보다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부 계파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지난 5년간의 실정, 일명 ‘검수완박’ 법안의 무리한 추진, 당내 연이은 성 비위 사건 발생 등이 모두 결합된 결과다. 팬덤 정치, 강성 지지층 목소리에 매몰되지 않고 당에 필요한 ‘변화의 목소리’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향해 나아가야 민심도 발길을 돌릴 것이다. 

그 대안이 혁신을 외쳐온 ‘박지현’일 수 있었다. 패기 있게 나선 스타 정치인을 통해 전당대회를 흥행몰이 할 수 있었다. ‘청년 정치’를 통해 혁신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청년 정치인’이 단순한 ‘선거·위기돌파용 소모품’이 아님을 2030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청년을 쓰다 버리나’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견해다. 

자당의 김종민 의원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불허한 당에 대해 “표가 궁할 땐 (비대위원장에) 올려놓고 우리 당 대표라고 선언하더니 이제 와서 당원이 아니라고 하는 건 토사구팽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정치는 부족함이 있는 게 당연한 건데 이걸 꼬투리 잡아서 ‘이거 안 된다’ 이렇게 대하는 건 민주당이 갈 길이 아니다”라는 일갈도 덧붙였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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