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열린 회의에서 한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은의 빅스텝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빅스텝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는 1.75%에서 2.25%로 올라갔다.

그동안 0.25포인트 인상 기조를 유지하던 한은의 빅스텝은 그만큼 국내 경기를 둘러싼 지표들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등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그리고 예상을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50bp(0.50%포인트. 빅스텝)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살상 오는 8월에도 금리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8월 금통위에서도 빅스텝 단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빅스텝은 이례적인 결정으로,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은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물가상승률 가속도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변수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추가적인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한번에 50bp를 인하한 적은 있지만 한번에 5bp를 인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빅스텝 단행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3%대 물가상승률이 5%대가 될 때까지 7개월이 걸렸으나, 5%대에서는 한 달 만에 6%대로 높아졌다”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향후 방향과 관련해 “점진적으로 25bp씩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면서도 대외적 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 스탠스가 변화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현재로선 추가적인 빅스텝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빅스텝 단행에 따라 취약부문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고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된다면 향후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져 경제 전반은 물론 취약부문에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선제적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금리인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지는 취약부문에 대해서는 정부와 함께 중앙은행도 선별적 지원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물가 정점과 관련해서는 “올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 정점으로 가고 그 다음에는 점차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점 이후 급격한 하락보다는 점진적으로 낮아지면서 정점 이후에도 고물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번 2.25%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중립금리 범위 하단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다. 중립금리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에 따르면 6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6.0%로 전월(5.4%) 대비 상당폭 확대됐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은 3.9%로 전월(3.4%)보다 상당폭 상승했다.

가공식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가운데 석유류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확대를 견인했다.

5월중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폭 하락했으며 아파트 전세가격도 소폭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