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양경숙 사건 비켜간 한화갑 처제 ´정유진´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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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양경숙 사건 비켜간 한화갑 처제 ´정유진´은 누구?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09.03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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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21·피알미디어 대표 정 씨…검찰 수사 대상에서 배제돼 ´갸우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검찰이 수사 중인 민주통합당 4.11 총선 공천 헌금 의혹 관련, 이번 사건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친노 성향의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 21>의 전 대표이자 편성제작본부장으로 있는 양경숙 씨가  구속된 것과는 달리 법적 대표로 있는 정유진 씨는 정작 1차 수사 대상에도 오르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3일 <시사오늘> 확인 결과 정유진 씨(본명은 따로 있음)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처제로서 (사)문화네트워크에서 운영 중인 <라디오21>과 홍보대행업체로 알려진 <피알미디어>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정유진 씨는 2011년 8월부터 (사)문화네트워크 이사 겸 <피알미디어> 대표를 맡았고, 올해 3월부터는 김갑수, 강헌, 서영석, 명계남, 양경숙 씨에 이어 <라디오 21>의 대표로 임명됐다.

투자 계약서 사인은 누가?…

ⓒ뉴시스.
2003년 9월부터 <라디오21> 등 (사)문화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양경숙 씨는 지난 4.11 총선 때 이양호·이규섭·정일수 씨로부터 공천 헌금 조로 32억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양 씨는 앞서 금품제공자들과 작성한 투자계약서 내용을 근거로 "(피알미디어와 라디오 21) 투자유치금으로 32억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 공천 헌금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금품을 건넨 3명과 함께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양 씨는 그간의 입장을 번복, 공천을 빌미로 돈을 받았다고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도 양 씨는 "32억 원은 투자금"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20% 수익을 붙여 돌려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양 씨와 금품 제공자들이 투자 명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라디오 21>은 물론 <피알미디어>의 법적 대표로 있는 정유진 씨가 이를 모를 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대표자 동의 없이 사업 투자 계약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라디오 21 찾아가 봤더니…

ⓒ시사오늘
어찌 됐든 <라디오 21> 현 대표인 정유진 씨는 검찰의 1차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듯 보인다. <시사오늘>은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양경숙 씨 관련 현 대표로 있는 정유진 씨의 입장은 무엇이고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 들어보고자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인근에 있는 <라디오 21> 사무실을 찾았다.

정 씨는 건물 7층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8층에 있는 대표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정 씨가 있다는 곳의 문을 열고 소속을 얘기하자 사무실 안에 있던 한 여성은 다짜고짜 우산을 집어 들고 때릴 듯이 다가오더니 “가”라고 낮게 소리치고는 문을 닫았다.  

ⓒ시사오늘.
같은 층 다른 사무실 관계자 경우도 어딘가로 전화하더니 "정 대표는 이곳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씨의 소유인 것으로 파악된 자동차는 건물 정문 바로 앞에 임시 주차돼 있었다. 정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봤지만, 신호음은 짧게 떨어진 뒤 곧이어 끊겼다.

양 씨와 정유진은 어떤 관계?

양 씨는 한화갑 전 대표의 처제인 정 씨와 꽤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3월부터 5월까지 한 전 대표의 4급 보좌관직을 맡았던 것도 정 씨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정 씨와의 친분 관계는 양 씨의 근황이 담긴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양 씨가 최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초호화 주상복합 아파트 거실 속 액자 사진에는 정 씨가 한 아이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일각에서는 이 둘이 예전부터 함께 살았다고도 했다.

양 씨는 한화갑 전 대표 부부와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듯했다. 4.11 총선 직후 양 씨는 한 전 대표를 따라 독일 등 유럽 곳곳을 방문, 교포 조직 구축 사업을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는 또한 일정이 없을 때는 한화갑 전 대표의 부인과 함께 자투리 유럽 여행을 동행했는지, 페이스북에 올린 14장의 사진 중에는 한 전 대표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도 여럿 있었다.

이처럼 양 씨는 정유진 씨와 그의 언니, 그리고 한화갑 전 대표와 살가운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 씨의 근무지였던 <라디오 21> 주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최근 양 씨는 정유진 씨와 사이가 좋지 않아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다고도 전해진다.

한편 양 씨는 유럽 여행 중 페이스북에 이런 글도 올렸다.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아이의 교육문제를 결정합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독일로. 와서 진학하는 것으로"(2012.5.3)

채무 관계 시달렸던 양 씨…개인 사기극? 공범 가능성은?

ⓒ양경숙 씨 페이스북 캡처
이번 사건은 양경숙 씨 개인의 공천 사기극인지 공범 혹은 정치적 배후가 있는지를 놓고 초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간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공천 헌금 의혹 사건의 종착지이자 정치적 배후일 수 있다는 의심 아래 박 원내대표를 정조준하며 수사의 초점을 맞춰 나갔다.

하지만 검찰의 재수사 결과, 박 원내대표가 공천 헌금 조로 돈을 요구한 듯이 보낸 문자는 양 씨가 조작한 가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천 헌금 의혹 사건에 대한 2차 계좌 추적과 참고인 조사에 나설 방침인 가운데 양 씨가 거액의 돈을 챙겼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평소 채무 관계에 시달리며 본인 명의로 돈거래를 하기조차 힘들었다고 전해지는 양 씨가 최근 초호화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일각의 의혹도 있다.

따라서 투자금을 노린 양 씨가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는 점을 이용해 친노 인사들과 함께 운영했던 (사)문화네트워크 계좌로 공천 헌금 조의 돈을 받은 뒤 이를 자기 주머니에 챙겼을 가능성도 상당한 것.

검찰은 이와 관련 친노 성향의 일부 인사들 계좌로 돈이 흘러간 정황에 대해 양 씨가 예금계좌를 빌려 쓴 것인지도 확인 중이다.

양 씨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인터넷 방송 일을 하다 2003년 2월 <라디오21>개국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후부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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