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묘하다” 정유사 원가계산 어려운 이유 [방글의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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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묘하다” 정유사 원가계산 어려운 이유 [방글의 Why]
  • 방글 기자
  • 승인 2022.07.13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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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에도 기름값 요지부동, 휘발유 원가 공개 봇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이 낮아지지 않자, 정유사들이 휘발유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사오늘 김유종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이 낮아지지 않자, 정유사들이 휘발유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사오늘 김유종

기름값이 묘하다.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을 37%까지 늘렸다. 유류세 인하로 올해 덜 걷히는 세금만 8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휘발유 가격엔 크게 변화가 없다. 일각에서는 주유소가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혹은 정유사가 혼자만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지난 8개월간 정부가 인하한 유류세 인하폭을 반영하면,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11일 대비 리터 당 304원이 저렴해야 한다. 국제 휘발유 가격이 434.3원 오른 것을 고려해도, 가격 인상분은 130원을 넘어설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1일 대비 올해 7월 10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85.7원 올랐다. 

경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유류세 인하 이후 전국 경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529.69원 올랏다. 국제 경유 가격 상승분이 614원인 것을 감안해도 리터당 402원 오르는 데 그쳐야 한다. 리터당 127원이 더 오른 셈이다. 

정유업계는 “비싸게 구매해 둔 기름이 소진되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올릴 땐 빨리 많이 올리고, 떨어질 땐 천천히, 조금 반영한다는 비판은 이번에도 계속됐다. 

이 와중에 정유사들은 2분기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은 국제유가 상승세로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78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의 추가 개선과 정제마진 상승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횡재세·담합 의혹·원가 공개 등
정치권, 정유업계에 압박 계속
정유업계, "원가 계산 어려워"


결국 화살은 정유업계를 향했다.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어 담합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옥죄여 왔다. 이제는 원가를 공개하라는 압박까지 받게 됐다. 

실제로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유사의 유통구조 투명화를 위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유류세를 조정한 후 정부가 정유사에 요구할 경우, 세율 조정 전후의 석유제품 국내 도매가격 등을 대통령령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정유사 원가 공개법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원가 산정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휘발유와 경우의 원가 계산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석유는 연산품이다. 연속적으로 생산된다고 해서 연산품이라고 부른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같은 공정을 거치지만 전혀 다른 여러 종류의 제품이 탄생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개별 제품의 원가 산정이 어렵다는 게 정유업계의 주장이다. 

정유업계는 이를 소 등심에 빗대어 설명했다. 

“소한테 여물을 먹이는 등 투입되는 비용은 산정할 수 있다. 소 한 마리는 판매 가격으로 마진을 계산할 수 있다. 소 한 마리의 가격은 산정할 수 있지만 부위별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까. 소 한 마리에 대한 원가는 있지만 소 등심이나 소 꼬리의 원가가 얼마냐고 물으면 그 기준을 찾을 수 없다. 소고기가 부위와 상관없이 그람 당 얼마로 책정되지는 않지 않는가. 휘발유와 경유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휘발유 가격은 어떻게 책정될까. 

“시장에서 매겨지는 가치에 따라 판매 가격이 형성된다. 등심이 다른 부속보다 비싼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프타와 벙커씨유 같은 애들은 생산할수록 손해다. 하지만 정유사는 계속 그렇게 팔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가치가 낮기 때문에 그 가치에 수렴해서 파는 것이다.”

“정유사마다 공정도 다르고 설비 용량도 다르다. 하지만 시장에서 보는 가치는 비슷하다. 정유사 마다 이익을 많이 보고 적게 보고는 여기서 결정된다.”

결국, 총원가는 공개할 수 있지만 개별 제품에 대한 원가를 계산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재고손실 감수…유류세 인하 즉각 반영"
"국제유가 하락분도 국내 제품가격에 적극 반영"


사실 휘발유 원가 공개 이슈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한 마디 하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휘발유 원가 구조를 뜯어보겠다”고 압박한 것이 발단이 됐다. 

회계사 출신인 만큼 휘발유 원가 계산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 휘발유 원가 공개는 무산됐었다. 1994년 석유가격 고시제 폐지 이후 단 한번도 휘발유의 원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단 휘발유 등 석유제품별 원가 내역을 다각도로 확인중이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이번에도 휘발유 원가를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이 좋다고 하니까 ‘횡재세를 물리겠다’, ‘원가를 공개하라’는 등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름값이 오르기만 하면 정치권에서 항상 이렇게 접근한다. 이미 과거에도 한 번씩 훑었던 이슈”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도 유류세 인하 효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3차례에 걸쳐 유류세를 인하할 때마다, 판매, 출하 물량을 시행 당일 즉시 내렸다”며 “재고손실을 감수하며 유류세가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 공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인하와는 별도로 국제유가 하락분도 국내 제품가격에 적극 반영해 소비자들이 국제유가 하락효과를 최대한 신속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7월12일 기준 2082.10원, 경유는 2124.27원을 기록했다. 6월30일 대비 각각 62.8원, 43.39원이 하락했다. 유류세 인하액 휘발유 57원, 경유 38원은 12일만에 모두 반영됐다는 게 석유협회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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