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격감과 성장동력 비상(非常)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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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격감과 성장동력 비상(非常)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7.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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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줄고, 노인이 많아지는 나라
국가 미래 기약할 수 없다
사회적 합의 전제로 한 중장기 과제
인구절벽 가속화…심각한 화두
전형적 가분수…경제 노쇠 현상 확연
인구 문제 '백약이 무효' 안 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인구의 날인 11일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어르신이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인구의 날인 11일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어르신이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인구 '절벽'에 처했다. 예사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비극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도 크게 추락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1%대를 향해 하락하고, 저출산으로 미래 성장동력인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 확대나 금리 인하로는 경기가 꿈쩍도 안 할 만큼 노쇠 현상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전년보다 4계단 추락해 27위로 미끄러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천738만명에서 2050년 2천419만명으로 35.3% 줄어든다. 주요 생산연령인구인 25∼49세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6.8%에서 2050년 23.1%까지 쪼그라든다.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정부의 전망은 오판이 되고 말았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만든 저출산 대책도 무용지물이었다.

이처럼 일할 사람이 빠르게 줄어들면 한국의 생산 엔진은 꺼지고, 노인 부양과 복지에 들어가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산도 소멸될 운명

더 심한 것은 시도별 인구다. 끔찍한 내용 투성이다. 부산의 총인구가 갈수록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런데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한 부산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져 문제다. 고령인구 중심 구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대처에 소홀히 한다면 지역 경제를 이끌 생산 기반은 무너지고,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제2도시라는 위상을 자랑하는 부산도 소멸될 운명에 놓일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특히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총인구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산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236만8000명에서 2050년 121만4000명으로 줄어든다. 감소율은 48.7%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부산 총인구 감소율인 25.1%(335만6000명→251만2000명)보다 배 가까이 높다. 

부산 총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70.6%에서 2050년 48.3%로 낮아진다. 부산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62만8000명에서 2050년 109만6000명으로 74.4% 급증한다. 반면 유소년 인구(0~14세)는 2020년 35만9000명에서 2050년 20만3000명으로 감소한다. 유소년 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노령화 지수는 2020년 174.9명에서 2050년 541.0명으로 급증한다는 계산이다. 2050년에는 부산의 고령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5배 이상 많아진다.

장래인구 예상 구조

부산의 장래인구 예상 구조는 이미 재앙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극복할 출산율 제고 방안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일자리 등을 찾아 부산을 떠나는 청년 세대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그냥 방치할 경우 결국 부산의 인구절벽 속도에는 가속도가 붙을 게 뻔하다. 

대전도 비슷하다. 인구가 2050년이 되면 114만 명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 기준 149만 명에서 35만 명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현재의 출산율을 유지할 경우 대전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110만명에서 66만 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통계청은 2050년에는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생산연령인구는 크게 감소하고, 고령인구 비중은 4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수도권 인구는 2020년 2602만 명에서 2050년에는 2509만 명으로 94만 명 가량 줄어들지만,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50.2%에서 53.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 등의 영향으로 집중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다.

정부도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예상못해

'인구절벽' 시대를 보여주는 또다른 지표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만 1세 인구는 27만134명이다. 반면 만 60세 인구는 80만3399명이다. 돌잔치 대상 인구보다 환갑잔치 대상 인구가 2.97배 많다. 365일로 나눌 경우 산술적으로 돌잔치는 하루 평균 740회, 환갑잔치는 하루 평균 2201회다.

만 1세는 14년 후에 생산가능인구에 편입한다. 만 60세는 14년 후 만 74세의 노인이 된다.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율)의 구조를 봤을 때 전형적인 가분수의 모습이다. 올해 24.6인 노년부양비는 14년 후 51.1이 된다. 생산가능인구의 14년 후 부담이 2배가 된다는 의미다.

아이가 줄어드는 나라, 노인이 많아지는 나라는 '정해진 미래'였다. 하지만 정부도 이 정도로 빨리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통계청은 매년 5년마다 시나리오별로 크게 고위와 중위, 저위로 나눠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한다. 고위는 '최상의 시나리오', 저위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결과적으로 저출산 상황은 정부가 제시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심각해졌다. 초저출산 상황이 이어지면서 총인구 감소시점도 빨라졌다. 총인구는 출생아와 사망자 외에 인구의 국제이동까지 감안해 계산한다. 2019년 특별추계에서 총인구 감소시점은 2029년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총인구는 지난해 이미 줄어들었다.

생산과 교육, 병역 등에서 전방위적 영향

정부의 인구정책에서 '대응'이 전면에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완화'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20년 이상 진행된 인구구조의 변화가 향후 경제·사회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 세대에 걸친 인구구조의 변화는 생산과 교육, 병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는 해당 과제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중장기 과제라는 점이다. 가령 정년연장과 연금개혁, 지역소멸 등 묵직한 과제를 인구문제와 맞물려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것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담아 국회도 같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금개혁만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주제라는 점에서 정부의 의지를 가늠하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통해 공적연금 개혁 논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점이 문제다.

한국 경제의 악성 종양

이제는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그 수단이 바로 5대 부문 구조개혁이다. 문재인 정부가 큰 정부를 추구하며 공공 부문이 너무 비대해졌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더 심해진 학력 저하 현상을 봐도 당위성은 충분하다. 기초학력 미달자가 넘쳐서는 국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선진국에선 보기 어려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사태 같은 금융 사고가 빈발하는 것도 금융의 후진성 탓이다. 해외에서는 되는데 한국에선 규제에 막혀 법률 위반이 되는 4차산업 서비스가 어디 한둘인가.

이쯤 되면 규제는 한국 경제의 악성 종양이라고 봐야 한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만이 해법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규제 50% 철폐”를 제안했고, 서동원 전 규제개혁위원장은 “규제개혁도 투자”라고 말했다. 5대 부문 구조개혁은 지금 몰아치는 퍼펙트 스톰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보고에 능숙한 공무원들의 책상머리 개혁 방안을 과신해선 안 된다. 대통령실에 규제 철폐 현황판을 걸어놓고 주무 장관에게 구체적 성과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전봇대 및 손톱 밑 가시 뽑기에 실패한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국회 역시 결자해지의 자세로 악성 규제 해체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문제점

정부가 법인세 인하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육성 방안, 규제 혁파, 부동산 세금 감면 등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에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 시기가 미뤄진 게 대표적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의 개혁이 시급한 마당에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 재정을 다시 계산한 뒤 하반기에나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안이하게 비칠 수 있다. 정권 초에 추진해도 쉽지 않을 난제를 총선 임박 시기에 하겠다니 걱정이 앞선다. 

노동개혁은 알맹이가 쑥 빠졌다. 주 52시간제 보완 정도만 언급됐을 뿐,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노사 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내용이 없다. 기초연금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하려는 점도 재고하기 바란다.

세금 감면과 복지 지원금 확대도 좋지만,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확보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 재정준칙 법제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좋은 말’로 감당해낼지 의문이다.

실현 가능한 해법부터

정부가 근로시간제 개편에 본격 착수한 것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가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 등 급변하는 노동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호봉제 중심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 역시 임금과 생산성 간 괴리를 해소하고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혁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뿌리 내린다는 계획이지만,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 적지 않아 ‘여소야대’ 국회에 막혀 추진력을 잃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가 인구감소를 막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관련 예산 152조 원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5년째 0명대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낮은 원인으로 일자리와 노후 불안을 꼽고 있다. 인구감소 문제는 보육과 함께 일자리, 고용, 부동산 등 다양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출산율 등 인구 문제를 '백약이 무효'라고 느슨하게 대응할 수는 없다. 기업유치 등 실현 가능한 해법부터 찾으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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