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시대에서 식량안보를 외치다 [동반포럼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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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 시대에서 식량안보를 외치다 [동반포럼後]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2.07.20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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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식량안보’ 위기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속에서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코로나19 등 전염병으로 국경이 봉쇄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글로벌 전쟁이 발생하면 곡물 수입망이 붕괴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곡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속에서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코로나19 등 전염병으로 국경이 봉쇄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글로벌 전쟁이 발생하면 곡물 수입망이 붕괴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곡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먹을 게 넘쳐나서 잔반벌금제가 성행하는 시기에 식량위기라니?’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먹거리가 집 앞까지 배달 오는 시대다. 먹을 게 없어 나무껍질까지 벗겨 먹던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는 이제 전설로만 남았다. 먹거리가 넘쳐나자 사람들은 ‘오마카세’ 등 미식을 탐닉했고, 기준치에 미달한 음식들을 마구 버리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마다 일회용품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 악취를 풍기는 세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인 1명이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 총량은 연간 134kg으로, 온실가스 222kg을 발생시키는 양이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어린이 1명에게 8개월 이상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우린 일상 속에서 ‘잔반 제로’ 캠페인을 쉽게 접한다. 무한리필 음식점에선 잔반을 남길 경우 밥값에 벌금을 추가한다. 유엔세계식량기획에선 음식물 쓰레기와 식량 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제로웨이스트·제로헝거’ 캠페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먹을 만큼의 음식을 조리하고 섭취해 음식물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줄이고, 이렇게 절감된 비용의 일부를 굶주리는 이들을 돕는 데 사용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선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코로나19 등 전염병으로 국경이 봉쇄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글로벌 전쟁이 발생하면 곡물 수입망이 붕괴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곡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춘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지난 13일 제88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우리나라의식량 자립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또한 전쟁 대비를 위해 무기를 보유하는 것처럼 곡물도 경제보다는 안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사오늘
김춘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지난 13일 제88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우리나라의식량 자립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또한 전쟁 대비를 위해 무기를 보유하는 것처럼 곡물도 경제보다는 안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사오늘

지난 13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진행된 제88회 동반성장포럼에선 식량안보를 주제로 김춘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의 강연이 진행됐다. 김 사장은 곡물 5분의 4 물량을 대량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식량 자립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전쟁 대비를 위해 무기를 보유하는 것처럼 곡물도 경제보다는 안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 6위의 식량 수입국이다. 국내 식량자급률은 50% 미만이고, 곡물자급률은 21.7%, 식량재고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쌀을 제외하고는 100% 자급할 수 있는 식량자원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식량자급률 현황’에 따르면, 사료용 곡물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5년 50.2% △2016년 50.8% △2017년 48.9% △2018년 46.7% △2019년 45.8% 등 매년 하락세를 보였다. 

러시아 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 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처럼 중국·러시아의 권위주의와 미국·유럽의 자유주의 전선이 충돌하는 악몽도 가능성이 제로(0)인 일은 아니다. 북한의 핵 위협도 상존한다. 국제정치적 요인에 따라 식량안보 문제가 언제 어떤 형태로 닥칠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농업 활성화를 외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주장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식량자급률은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 〈이코노미스트〉는 '값싼 식량의 종말'을 발표하며 앞으로 식량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싼 가격에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식량 가격의 고공 행진은 앞으로 4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실 밥상 가격은 끝없이 상승하고 있다. 서민들은 외식값이 부담스러워 '냉장고 파먹기'를 하다가, 식자재 값도 아까워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곡식 창고는 점점 비어가는데, 모든 곡식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상황은 희망보단 불행에 가깝다. 이젠 국내 자급률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해외 곡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할 때다. 

농사가 세상의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선조의 지혜로 다가오는 2022년이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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