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文정부 임기 말 부자감세…개혁 아닌 개악(改惡)” [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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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文정부 임기 말 부자감세…개혁 아닌 개악(改惡)” [풀인터뷰]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2.07.2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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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국회의원 (정의당)
“청년은 사회적 약자가 아닌 세대 간 불평등의 당사자”
“박지현, 명백한 토사구팽…그를 내친 민주당에 실망해”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뿐 아닌 모든 시민 포괄하는 법”
“나의 페미니즘은 성평등…폭력적인 방법은 지양해야”
“불평등‧불안한 사회 아닌 무사히 노인 되는 세상 꿈 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인터뷰는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장희영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시사오늘 권희정

장혜영 의원은 정의당 소속 비례대표다.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를 지칭하는 타이틀은 다양하다. 국회의원부터 페미니스트, 싱어송라이터, 작가, 영화감독, 인권운동가 등 여러 개다. 장애인인 동생이 겪어온 사회적인 차별을 당사자 가족으로서 직접 체감하며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연년생 동생이 겪는 차별을 봐왔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돌봄이 오로지 가족에게만 전가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그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SKY 자퇴생 사건’이 알려지면서다. 과거 장 의원은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 중앙도서관 앞에 이별 대자보를 붙이며 중퇴를 선언했다. 학벌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대학이 상아의 탑이나, 정의로운 공간도 더 이상 아니라고 판단해 대학과 작별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장애인시설에 있던 동생에게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민하다, ‘장애와인권발바닥’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의 말을 듣고 동생이 시설을 나오도록 조치했다. 동생과 함께 지내며 본인 유튜브 채널에 브이로그를 남기고,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활동에 현실적인 한계를 느끼게 된 장혜영은 2019년 정의당에 입당한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모두를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길을 가보려 한다”는 목표였다. 

지금 그는 그 길을 잘 가고 있을까. 이 궁금증을 안고 지난 18일 만남을 가졌다. 인터뷰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 해프닝


인터뷰 당일 오전에 있었던 기자회견에 대해 먼저 질문을 던졌다.

-오늘(인터뷰 당일) 오전에 기자회션을 했더군요.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를 향해 연락좀 받으라 말했는데, 자세히 물어봐도 될까요?

“현재 제가 정의당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자리가 다른 정당의 원내수석 부대표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원내 현안들을 조율해나가는 역할을 해요. 원 구성 시기에는 가장 실무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장혜영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의 역할이 막중함에도 계속 자신의 연락을 무시하는 송 부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일갈을 날린 것이다.

“송언석 수석과 소통하기 위해 2주 동안 계속 전화와 문자를 드렸는데, ‘정신이 없어서 연락을 못했다’ 내지는 ‘회의 중이라서 통화가 어렵다’는 두 번의 문자만 딸랑 보내놓고 회신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이런 와중에 지난 17일은 제헌절이었잖아요. 제헌절은 말 그대로 헌정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 헌정이 시작된 날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 구성이 안된 초유의 사태인데 이건 말이 안되는거죠. 여당의 수석이 국정 운영에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야당 수석의 전화조차 2주 이상 받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이 안돼죠. 그래서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죠. 그제서야 송언석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기자회견의 효과가 확실했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진작에 할걸 그랬나봐요(웃음). 제가 임기 초에도 원내수석부대표를 임했어요. 여러 수석님들을 거쳤는데 국민의힘 수석들 중에서, 이전인 미래통합당 시절에도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이건 정말 상식밖의 행동이고,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라고 볼 수 없어요.”

그는 이러한 국민의힘의 태도에 대해 ‘여당갑질’이라고 정의했다.

 

1. 시그니처 질문


청년 정치인을 만나면 꼭 물어보는 <시사오늘>의 시그니처 질문을 던졌다. 

-청년이 사회적 약자인가?

“청년은 사회적 약자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세대 간 불평등의 당사자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약자가 아닌, 세대 간 불평등의 당사자요?

“네. ‘청년이면 사회적 약자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엔 청년세대 안에서도 존재하는 큰 불평등이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기후위기 같은 의제는 명백한 세대 간 불평등의 의제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재 인류가 전 지구적으로 맞이하고 있는 기후위기는 청년들이 아닌 윗세대가 야기한 문제잖아요. 산업세대들이 만들어낸 행동의 결과로 기후위기를 마주한 시기에, 앞으로의 살날이 많은 청년은 문제해결의 책임을 떠안게 된 셈이죠. 따라서 세대 간 불평등의 당사자며, 사회적 약자라기보다는 문제해결의 주체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당사자성에 의한 관점인가요. 

“청년이 문제의 당사자이긴 하나, 약자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돌봄이 필요하다고 여기기보다는 우리가 직면한 불평등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주도해 나가는 주체라고 호명하고 싶어요.”

-국회에 몇 없는 젊은 청년 정치인인데, 애로점은 없었나요?

“청년 의원이라는 수식어가 애로점인 것 같아요. 그냥 보통의 의원이라기보다는 늘 청년 의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죠. 우리는 나이가 많은 정치인들과 달리, 이중잣대를 마주하게 돼요. 고령의 정치인에게 ‘노년의 포부는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하진 않잖아요.”

-이중잣대요?

“청년이기 때문에 무언가 특별하기를 바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임에도 다르지 않기를 바라는 이중 잣대요. 이를 마주하는 게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년이기 전에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청년 정치라는 것이 그 자체로 청년이기에 더 잘하고 깨끗하고 훌륭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청년 프레임을 거둬내자는 목소리다. 또 이 말도 덧붙였다. “왜 오늘날 사람들이 청년 정치에 주목하는지에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뭔가요.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관심, 국민적인 기대라고 생각해요.”

 

2. 청년 정치인들과의 연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준석 전 당대표와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각각 윤리위 중징계와 당대표 출마 불허 처리되는 일이 생겼다. 

ⓒ시사오늘 권희정
장혜영 의원은 박지현 전 위원장 당대표 불허에 대해 민주당의 명백한 토사구팽이라고 평했다.ⓒ시사오늘 권희정

 

-토사구팽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동의하나요?

“박지현 전 위원장의 경우는 명백히 토사구팽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박지현과 이준석에 대해 사뭇 다른 평가를 내놨다.

“반면 이준석의 경우, 박 전 위원장처럼 당을 대표하던 청년이 밖으로 내쳐지는 것은 모양새가 비슷할 수 있지만,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죠. 자당 윤리위에서 징계를 받은 사안이잖아요? 전반적인 맥락에 있어서 권력투쟁의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그 범죄 의혹이 소명된 건 아니기에 토사구팽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박 전 위원장은요?

“민주당 당규상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예외적인 경우로 충분히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함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은 거죠. 민주당에서 품지 못한 것은 좀 속 좁은 행보가 아니었나라고 생각해요.”

-같은 여성이자 청년 정치인으로서 연대해볼 생각이 있나요.

“비록 전당대회 출마가 불허됐어도 민주당의 중요한 정치인으로 그 안에서 분투하고 있잖아요. 직접적인 연대보다는 동년배 청년 정치인으로서 ‘민주당’안의 박지현을 응원하고 싶어요.”

-21대 국회를 보면 전보다 청년 정치인이 많아졌습니다. 교류를 좀 하나요.

“공동 연구단체를 함께 하고 있어요. 장경태 의원과 류호정 의원이 대표 의원을 맡고 있죠. 적어도 우리가 청년이라는 키워드 안에서는 초당적인 협력을 해보자는 의도를 가지고 구성한 단체입니다.”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은요.

“아쉽게도 데려오진 못했지만, 노력을 해 온 바 있습니다.”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은요.

“생각해보니 용 의원도 없군요. 기재위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다 보니 헷갈렸나 봐요(웃음).”

 

3.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


-같은 당 류호정 의원과 퀴어 퍼레이드에 다녀왔는데, 이전과 비교해서 주변 분위기 등 변화가 있었나요.

“우선 서울시의 입장이 변했어요.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 퀴어 퍼레이드의 날짜를 하루로 제한하고 과도한 노출을 하면 내년에는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식의 차별적인 엄포를 했죠. (박원순 시장 시절에 견줘) 명백하게 퇴행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퀴어 축제하면 늘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단체가 맞불시위를 놓는데,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요.

“열심히들 했죠.”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자 인권운동가로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대답하기에 앞서 저는 소수자 문제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이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는 차별을 받는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도 있지만, 동시에 모든 시민의 문제와 연결돼있기 때문이에요. 소수자면서 보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 문제를 자신의 주요한 정치 활동의 무대로 삼고 있다.

-관련해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차별금지법 발의죠. 단순히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 소수자만을 위한 법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이름 그대로 소수자뿐이 아닌, 모든 시민을 포괄하는 법이죠. 20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하지 못했지만 21대 국회에선 시작하자마자 한 달 만에 발의하고 성과를 내고 열심히 노력한 것도, 그러한 이유죠.”

그는 거듭 차별금지법은 비단 소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법임을 강조했다.

“차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장애인이거나 성 소수자로만 국한된 게 아니잖아요. 코로나로 생각해보면 누구는 병균이 피해가고 누구는 걸리는 게 아니듯 상황에 따라서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죠. 누구라도 부당하게 차별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취지 아래 모두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제정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죠.”

-현재까지도 원 구성이 끝나지 않았는데, 누구의 책임으로 봅니까. 소수정당으로서의 입장을 말한다면요.

“다수당의 책임이냐, 여당의 책임이냐로 본다면 이제는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봐요. 초유의 민생 위기가 닥쳐온 시점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책임이 있는데 나 몰라라 하는 부분은 매우 유감스러워요. 기본적으로 국정을 진지하게 정상화할 의도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네요.”

-윤석열 정부 데드크로스의 원인이기도 할까요.

“네 맞아요. 어디까지 내려갈지 궁금하네요.”

-민주당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발목잡기 논란도 있잖아요.

“민주당에서 사개특위를 비교섭단체 몫을 뺀 상태로 단독으로 구성하거나 소송을 철회하라는 조건을 달았던 부분들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봤어요. 사개특위 자체는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검수완박(검수완전박탈) 입법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보완하기 위해서라도요. 다만 또다시 비교섭단체를 배제하면서 구성이 됐고 시기가 좋지 않았죠.”

 

4. 정의당의 전망


정의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했다. 당 안에서부터 쇄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례 5인 사퇴 촉구까지 나오는 중이다.

-왜 이런 말까지 나온다고 봅니까.

“당원들이 좌절감과 절망감을 그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 무한한 책임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어요. 그런 얘기와 주장을 하는 것은 당원들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정의당의 미래를 만드는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비례 5인 사퇴 촉구 이슈가 관심을 보이면서 외부에서 볼 때는 파열음이 상당히 커 보입니다. 

“당에서 드러나는 존재가 국회의원들이잖아요. 비례 총사퇴라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겠죠. 휘발성이 큰 이슈가 된다고 생각해요. 큰 관심을 받을지언정 그것이 유효한 해법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네요.”

-총사퇴를 위한 당원 총 투표 발의안 서명 작업마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당원 중 5% 이상이 찬성하면 투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어떻게 되고 있나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필요한 유효 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 내홍 이야기에서 당의 선거 패인과 나아가야할 길로 화두를 돌렸다.

-페미니즘 때문에 망했다는 말을 많이 듣잖아요? 직접 반박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이 왜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정의당의 명확한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죠.”
 

ⓒ시사오늘 권희정
장혜영 의원은 정의당의 선거 패인은 리더십과 비전의 부재라고 주장했다.ⓒ시사오늘 권희정

-리더십의 문제요?

“과연 우리가 노동, 페미니즘 혹은 기후위기 등 여러 중요 의제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 묻고 싶어요.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모든 의제들이 골고루 잘 대변됐느냐고 되물었을 때 아쉬웠던 것들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들이 짚어져야 당의 리더십이 회복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비전의 문제라는 말로 들립니다. 그 점이 선거 패인이라는 말인가요.

“전략의 부재까지도 포함할 수 있겠네요. 일단은 내용이 부족했다고 봐요.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 그리고 그 세상을 만들어갈 능력과 계획이 있는지를 보고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주는 거잖아요. 여기애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는 “첫 번째로 정의당이 어떤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인가에 대한 상 자체가 많이 낡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길게 잡으면 민주노동당 때부터 20년, 정의당만 잡아도 벌써 10년이잖아요. 이 시절 만들었던 시대진단과 그에 따른 해결책이 과연 2022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대안이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내용적인 측면에서 시대에 맞춰서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는 두 번째로 정의당과 민주당의 차별점를 찾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심상정 대표와 우리 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선거제도 개혁에 최선을 다했잖아요. 하지만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으로 인해 좌초됐고요. 저는 그때 민주당이 왼쪽을 차지하는 전략은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했어요. 총선에서 민주당이 독자 완주를 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의당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정치 전략 역시 그에 맞춰져 있어야한다고 보죠. ”

- 지역 정당의 활로도 모색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아직도 지역구가 아닌 비례표를 공략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이 두 가지가 병립 가능한 노선은 아니라고 봐요. 당의 미래를 여는 길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어요. 이제라도 명확하게 짚어내야 한다고 봐요. 그 결과로 당직 선거에서 어떤 리더십이 서야 할지 내놓아야 합니다. 정의당의 중대한 미래를 가르는 기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백척간두에 선 정의당의 생존전략을 고민하려면 존재 이유부터 따져야 할 것 같은데요.

“대한민국 사회에 왜 정의당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는 '불평등에 맞설 정치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오늘날의 민주당은 보수정당에 가까운 모습이고 국민의힘은 강성보수 정당이죠. 양당 모두 보수의 선상에 있지 진보 정당이라고 생각할 수 없죠.”

-민주당이 왜 보수정당인가요.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했었던 입법들을 보세요. 다 부자 감세 관련된 것들이었죠. 재산세, 종부세 등 빼주고, 개혁이 아닌 개악들을 해왔었던 정권이잖아요. 실제로 명확하게, 정말로 불평등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차별금지법은 마지막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우리의 의제를 가져갔다고 하는 것은 하나의 프레임이지 사실이 아니에요.”

그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정의당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후위기에 명확하게 맞서 싸울 정치세력, 사회적 약자들의 관점에서 차별과 불평등에 맞설 정치 세력이 필요해요. 정의당이 시민들의 그런 바람에 못 미쳤을 수는 있다고 보지만 그것이 곧 우리가 희망을 놓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보진 않아요. 실패했으면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죠.”

 “사회에서 희망을 만들어내는 유효한 방법으로 제3정당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평론하는 사람이 아닌, 희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 평등한 세상을 위해


화제를 돌렸다. 장혜영 의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다. 

- 본인이 정의하는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요.

“성평등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든 성별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 페미니즘 하면 과격하게 비칠 때도 있는데요.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 내에서는 TERF(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와 같은 격한 사상도 있어요. 과연 페미니즘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건 그냥 트랜스젠더를 향한 차별이거든요.”

- 장애인 정책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잖아요. 성과를 묻는다면요.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하는 장애인 활동지원법 내 독소조항을 없앤 거죠.”

- 어떤 내용인가요. 

“당시 독소조항에 따르면, 장애인 복지 대상자가 만 65세를 넘어가면 복지체계가 장애인에서 노인으로 넘어가요. 활동 지원급여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돼 훨씬 적은 노인 요양 급여로 생활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돼요. 하루 10시간 지원을 받아 일상생활을 해왔는데, 갑자기 3시간으로 지원이 줄어든 셈이죠. 이 조항을 없애는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렸던 활동지원 서비스의 맹점이 사라졌죠.”

장 의원은 이 외에도 24시간 장애인 현장지원제도를 만들 계획이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고, 돌봄의 부담이 오로지 그 가족에게만 전가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의정 활동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진행 단계에 있지만 계속해서 노력하려고요. 제 머리가 짧은 것도 지난 4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555명이 시국을 우려하며 단체 삭발을 할 때 저도 같이 머리를 깎았거든요.”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고 아직 관철된 것은 없다.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시기이기도 해요. 상황이 힘들어지면 원래 힘들던 사람은 더 힘들어지니까요.”

-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는 거죠.

“더 기운 내 싸워야죠.”

 

6. 모든 국민을 담는 정치


국회의원 활동 얘기로 좀 더 이어졌다. 의정활동 중 기억에 남는 해프닝이 있는지 물었다. 

ⓒ시사오늘 권희정
장혜영 의원이 의정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무엇이냐는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겪은 일화가 있는데요. 임기 초 회의석상에서 A의원이 발언 중 장애 비하적인 표현을 쓴 적이 있어요. 보완될 부분이 많은 정책을 두고 ‘절름발이’라고 사용한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적을 했는데, 고맙게도 그분께서 전적으로 수용하고 사과하더라고요. 굉장히 훌륭한 태도였죠.”

- 국회 입성 전과 후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 

“특별히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다가, 시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면서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긴 했죠. 기존에는 제 목소리를 내는데 비중을 뒀다면 지금은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옳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제언을 반영하는 거니까요.”

더 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수렴하면서 느끼는 책임감도 막중한 듯했다. “설령 저와 의견이 다른 국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청해서 고려한 뒤 얘기를 하는 책임이 있는 거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국민만 대변하는 국회의원 같은 건 없잖아요. 모든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이니까요.”

내친김에 좌우명도 물었다. “딱히 정해놓은 좌우명은 없지만 만들어보자면,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에 모든 국민을 담자로 하고 싶어요. 군중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국민 여러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 지지자들만 의미하는 경우가 정말 많잖아요. 그게 아니라, 생각이 다르지만 모든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이 기본이어야 된다고 봐요.”

장혜영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워딩이었다.

롤 모델 정치인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딱히 없어요. 다만 여성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없기 때문에, 선배 여성 정치인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참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어떤 정치인을 참고했나요.

“독일의 메르켈 총리요. 전기를 정말 재밌게 봤었거든요. 그의 자서전이 번역돼 나올 때 제가 서문을 쓰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어요.”

마무리하면서는 장혜영다운 정치는 무엇일지 생각하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무사히 노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훌륭한 정치는 멋진 정치인의 연설 같은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지금 같이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무사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당장 빚투 문제로 고생하는 청년층도 부지기수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오늘 하루도 버틸 수 있을까? 하루하루 일상을 쌓아서 정말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아요. 저부터도 이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고요. 다 없앨 수는 없겠지만 내가 무사히 노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 계속 정치할 생각이죠?

“해야죠. 제가 원하는 세상이 만들어질 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죠.”

- 내후년 총선 준비도 해야 할 텐데요. 

“마포 을에 출마할 계획입니다. 당장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할 거예요, 4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 삶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주력하고, 당적으로도 리더십이 잘 설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제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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