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노무현-문재인 보다 DJ 칭송…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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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노무현-문재인 보다 DJ 칭송…왜?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07.21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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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사법리스크에 당내 비판↑…호남 민심 끌어안으려는 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대중 대통령께서 열어주신 길 따라 이기는 민주당 꼭 만들겠다”
(7월 18일, DJ 묘역 참배 이후 이재명 의원 발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987년 체제 이후 민주당에서 나온 세 명의 대통령(김대중·노무현·문재인) 중 ‘DJ 정신’만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DJ 어록 중 하나인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언급했다. 다음날(18일) 첫 행보로 故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닮고 싶은 근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란 생각에 찾아뵙게 됐다”고 전했다. 

그가 DJ를 재차 소환하는 데에는 상징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2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DJ 정신을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고 많은 탄압을 받았다. 대선 직전에는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YS가 수사 중단을 지시해서 대통령이 됐다. 자신도 DJ처럼 부당한 탄압을 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맞물리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가늠했다. 

이 의원은 현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많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일련의 논란을 정치 탄압 프레임으로 맞서려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 탄압의 상징적 인물인 DJ에 빗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DJ 정신을 계승할 적임자로 보는 것부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 논설위원은 ‘이 의원이 실제 DJ 정신을 계승할 적임자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DJ는 원칙론자인 동시에 실용 주의자다. 이재명 의원의 경우, 상황에 따라 입장이 너무 많이 바뀐다. 철학 면에서 다른 측면이 있다”고 봤다.
 

지난 10일 오후 광주 서구 5·18 기념공원에서 열린 '이재명과 위로 걸음' 행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광주 서구 5·18 기념공원에서 열린 '이재명과 위로 걸음' 행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호남 끌어안기’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에 호남은 전통적 기반이자 고정 지지층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 장소다. DJ는 호남에 뿌리를 둔 유일한 호남 출신 대통령이다. 15대 대선에서 최소 92% 이상 득표할 정도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 이 의원의 호남에서의 입지는 확고하지 않다. 당권과 대권을 모두 쥐려는 그로서는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난 10일 광주 5·18 기념공원에서 ‘이재명과 위로걸음’ 지지자 모임을 연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히고 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에서 나온 역대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 경선을 보면 호남 민심이 필수적이었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을 잡지 못해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전석을 내주다시피 해 위기를 겪었다”며 “수도권 민심, 중도 확장 모두 호남을 잡은 뒤에야 가능성이 있다. 호남은 대권으로 가는 중요한 교두보다. 때문에, 이재명 의원이 호남의 상징인 DJ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권 도전 공식화 이후 당내 십자포화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의원의 전통 텃밭 사수에 대한 필요성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설훈 의원은 21일 KBS <최강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나는 이재명 의원을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말한 제일 큰 이유는 당에 리스크를 줘서다. 당 갈등을 심화시켜 분열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이 의원 출마를 질책했다. 

당내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도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용진·강훈식·강병원·박주민 의원은 이날(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 의원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후보 단일화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의 대항마가 될 것을 각오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쇄신의 대상”이라며 강도 높게 돌직구를 날렸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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