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죽음으로 본 박정희 정권의 김형욱 암살 의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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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죽음으로 본 박정희 정권의 김형욱 암살 의혹 사건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2.09.09 0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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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의 4대테러 의혹④>김형욱 실종 사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유신독재 시절 민주화투쟁에 앞장서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故)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이 37년 만에 다시 부각되면서 박정희 정권에서 자행된 테러 의혹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정권 시절 수많은 테러 의혹들이 있어왔으나, ‘김영삼(YS) 초산테러’, ‘김대중 납치사건’, ‘장준하 의문사’, ‘김형욱 암살사건’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사건을 ‘박정희 정권의 4대 테러의혹’이라고 말할 만하다. 이에 <시사오늘>에서는 이 사건들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김형욱은 박정희 정권 시절 오랜 기간 중앙정보부장을 하며 2인자 노릇을 했다. 1963년 7월 제4대 중앙정보부장에 취임한 이래 6여 년 동안 중앙정보부장으로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김형욱은 3선 개헌안이 통과된 직후인 1969년 10월 중앙정보부장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김형욱은 공화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다가 1972년 10월 17일 유신이 선포되며 국회가 해산되자, 의원직 마저 박탈 당했다.

김형욱은 이 때부터 박정희에 대한 깊은 원망을 품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급기야 1973년 4월 비밀리에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김형욱의 망명 직후 박정희는 정일권, 김종필, 김동조, 오치성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을 미국으로 보내 김형욱의 귀국을 설득한 바 있다. 하지만 김형욱은 이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1977년 6월 2일 <뉴욕타임스>와 기자회견을 갖고, 박정희 정권의 내부비리를 폭로했다.

 
김형욱은 미국 연방 하원의 프레이저 청문회에 나가 박정희 유신 정권의 비밀스러운 사건들을 거침없이 폭로하기도 했다. 이어 회고록까지 쓰기 시작했다.

박정희로서는 김형욱이 눈엣가시였다. 김형욱이 박정희 정권에 의해 암살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형욱은 1979년 10월 7일 파리에서 실종된다. 그의 실종을 놓고 한국 정보요원이 파리 세느강에 돌을 달아 던졌다는 설이 있다. 또, 한국에 끌려와서는 청와대 지하실에서 박정희에 의해 직접 사살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다가 2005년에는 1979년 당시 납치 당일 마취된 상태에서 양계장 사료분쇄기에 던져져 갈려 죽었으며 그 부산물은 닭모이로 사용됐다는 얘기가 나와 충격을 줬다.

납치 방법은 김형욱이 한국 여배우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에 요원이 레스토랑 입구를 지키고 있다가 그 여배우가 보낸 안내자 행세를 하며 차에 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같은 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27개월 간 김형욱을 인터뷰해 방대한 분량의 ‘김형욱 회고록’을 쓴 김경재(필명 박사월)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김형욱 제거를 지시한 사람이) 김재규가 아니라 차지철이라고 본다"며 당시 김재규가 박정희에게 신임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황상으로 김형욱의 죽음을 대통령이 몰랐다고 보기도 사실 어렵다. 하지만 박정희의 지시라고 딱히 말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 "그 때 김형욱이 프랑스로 가기 전에 한국 정부와 '딜'이 끝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김형욱이 회고록을 출판하지 않는 등 더 이상 박정희 정권을 욕하지 않는 대신 박정희 정권도 김형욱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거래가 성사됐음을 짐작케 한다.

이 거래를 김재규 전 정보부장이 주도했을 지도 모른다. 김 전 의원은 "김형욱은 협박을 많이 받아서 내게도 협박 섞인 애원으로 각서를 써달라고 했다. 자기 동의 없이는 책을 안 낸다는 각서인데 그게 10·26 이후 김재규 책상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장준하 타살 의혹, 김형욱 암살 의혹 등 박정희 정권에서 벌어진 의문사에 대한 진상이 지금까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이는 박정희 정권이 어둠의 정권이었음을 보여주는 근거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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