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규제완화가 가지고 올 변화…‘기회이자 위기’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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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규제완화가 가지고 올 변화…‘기회이자 위기’ [주간필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8.06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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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산분리·전업주의 완화 시사
기존 금융서비스 넘어 혁신서비스 경쟁
알뜰폰·배달앱·모빌리티 사업등 후보군
금융사·빅테크·기존시장 무한경쟁 시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금융사 규제완화가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종산업에 대한 진출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금융혁신을 통한 금융소비자 이익 제고라는 과제도 함께 떠안은 셈이다. 향후 금융사간, 빅테크와의 경쟁은 물론 기존 시장과의 경쟁 등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로드맵 마련이 요구된다. ⓒ시사오늘(그래픽: 김유종 기자) 

최근 금융권 규제완화가 화두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금산분리와 전업주의다. 금산분리와 전업주의는 쉽게 말해 금융사의 주요업무가 아닌 다른 사업은 할 수 없도록 막는 규제다.

은행의 경우 은행법에 따라 업무범위가 규정돼 있으며 은행업에 따른 부수업무를 수행할 경우에도 금융당국에 신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은행이 은행업이 아닌 업무를 겸영할 수 있는 경우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모두 금융관련 업무이다. 금융 외 업무, 즉 이종산업은 은행이 진출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또한 금융사가 다른 기업의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지분 확보를 통한 기업 인수를 막은 것이다. 

예외적으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이 될 경우 금융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종산업으로의 진출이 가능하긴 하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리브엠’과 신한은행의 배달앱 사업 ‘땡겨요’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금융서비스와 결합한 혁신서비스가 요구되며 어디까지나 특례를 통한 예외이기 때문에 만약 혁신금융서비스로 재지정을 받지 못할 경우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

반면 빅테크사는 이같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최근 토스가 알뜰폰 사업체를 인수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빅테크인 토스는 금융사처럼 규제샌드박스 같은 번거로운 과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사업적 판단에 따라 인수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 활성화, 산업간 경계가 옅어지는 ‘빅블러’ 현상 심화 등은 금융권에서 이같은 규제가 혁신을 막는 장애물이 됐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넓게 보면 지난해 화두로 떠오른 빅테크와 금융사의 불공정 논란과도 이어진다. 이른바 ‘동일기능 동일규제’로 정의되는 기울어진 운동장 주장은 금융사들이 빅테크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금융사처럼 빅테크도 규제하라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도 자유를 달라는 소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6대 금융업권 협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규제혁신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정부는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과거의 규제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하고 결단력있는 규제개선을 통해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혁신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금산분리와 전업주의 완화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은행 등 금융권이 새로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위해서라면 규제샌드박스를 거치지 않고 이종산업에 직접 진출하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규제완화가 이뤄져 이종산업 진입 문턱이 낮아질 경우 금융사가 진출하게 될 주요 사업 후보군으로는 금융데이터와 결합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그리고 금융서비스와 결합이 쉬운 결제 기능이 바탕이 된 사업이 거론된다.

빅테크와 금융혁신서비스 지정 사례를 토대로 규제완화에 따른 금융사 진출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알뜰폰 △배달앱 △모빌리티 등이 있다.

알뜰폰과 배달앱 가운데 알뜰폰 부분은 이미 사업성을 확인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직접 진출한 KB국민은행(리브엠)에 이어 최근 신한은행도 알뜰폰 업체와 제휴를 통해 우회진출을 한 상황이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도 최근 알뜰폰 업체를 인수하며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경쟁에 참여할 정도로, 금융서비스와의 결합 궁합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통상 이동통신 요금 결제는 자동 납부 비중이 높은데 금융권이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다양한 금융혜택 제공을 통해 알뜰폰 고객 뿐만 아니라 금융사 충성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달앱은 이미 배달의민족이 시장을 꽉 잡고 있어 점유율 확보가 어렵지만, 가맹점 데이터와 이용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데이터 사업과 결합할 경우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해 금융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가맹점 매출 데이터 등을 결합해 가맹점주에 특화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모빌리티도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사업 중 하나다. 카카오모빌리티, 그리고 타다를 인수한 토스 등 이미 빅테크의 진출이 이뤄진 상황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경우 앱을 통한 ‘결제’ 과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금융서비스와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규제완화는 금융사에게 기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위기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넘어선 혁신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보수적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현재도 치열한 금융사간 경쟁, 그리고 새로운 라이벌로 부상한 빅테크와의 경쟁에 이어 기존 시장과의 경쟁이 요구되는 무한경쟁 시대가 찾아오면서 혁신 없이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논의 중인 규제완화가 어느 정도의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지 현재로선 알 순 없지만, 혁신 금융서비스에 대한 고민과 중장기적 로드맵 준비를 금융사들이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하는 이유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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