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아동 학대, 현장 중심 제도 보완 필요”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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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아동 학대, 현장 중심 제도 보완 필요” [현장에서]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08.0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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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경험 시 만성적 PTSD 위험…피해 지원 시스템 입법적 보완 필요
“학대 아동의 억울함, 어른들 몫·국가 책임…예방·조기발견 시스템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은희 의원실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주최로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대책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 시사오늘(사진 제공: 조은희 의원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대책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조은희 의원이 주최했으며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했다. 

조 의원 이날 개회사에서 “제도가 마련돼 있는 경우에도 안타까운 사건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장 중심의 제도 보완을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대 처벌법과 달리 미비한 피해지원시스템에 대한 입법적 보완도 필요하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이어 “‘정인이 사건’ 이후로도 지난 몇 년 간 여러 곳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스스로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 학대당한 아이들의 억울함은 어른들의 몫이자 국가의 책임이다”라며 “일선 행정 현장(서초구청)에서 일하면서도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문제의식을 많이 느낀 바 있다.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현장과 법·제도 사이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아이들이 더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우리 집에 16개월 된 외손주가 22개월 된 친손주 머리를 잡아당긴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친손주가 외손주 만나는 것에 거부 반응을 보이더라. 두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도 자아가 있고,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을 통해 절감했다. 하물며 선생님, 부모님 혹은 가까운 친척으로부터 학대받은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은 얼마나 클까”라며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 반향이 컸지만 근절되진 않고 있다.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2015년 1만1715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늘었다. 토론회를 통해 좋은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가해자 82.1% 부모…분리 이후 양육·가해 부모 교육 고민 마련해야”
“반복된 외상 사건 경험 ‘학대 대물림’이어져…후유증 치료 대책 필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대책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토론회에서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조의희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대책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발제자로 나선 신의진 연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들’로 △전문성이 결여된 지원 시스템 △수사 과정에서 전문성 부족 및 2차 피해 위험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분리 이후 양육·가해 부모 교육) △아동학대 피해자의 회복 지원 시스템 부족 △학대 예방 및 조기 발견, 지원 시스템 마련 △분절된 거버넌스 △아동학대 관련 지원 예산 및 법 제정 등을 꼽았다. 

2021년 8월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가 발표한 ‘2020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학대행위자 중 82.1%가 부모, 친인척이 5.4%, 대리양육자가 9.5%를 차지했다. 신 교수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문제의 경우 신고 이후 누가 아이를 키울 것이냐, 형을 살고 나온 이후 어떻게 재회시킬 것이냐 등 문제가 있다. 보육 시설에 부모가 찾아와 도망 다니는 아이의 경우도 봤다”며 “믿었던 사람에게 폭력을 당했을 때 아이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학대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해 “아동학대는 6~26%가 경험하며, 삶을 황폐화시키는데 상처 치유는 쉽지 않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매우 흔히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 3세까지 본능, 감정 관련 뇌 부위가 발달되고 3세부터 15세까지 이성적 뇌가 발달된다. 유아기의 경우 뇌 구조와 기능이 빠르게 변하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성장한다. 폭력으로 인해 전두엽이 변연계를 억제시키는 쪽으로 발달되면 충동을 못 참고 대인 관계에서 의심이 많으며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는 성향이 될 위험이 크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신 교수는 ‘학대의 대물림’의 원인으로 ’만성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꼽았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초기에 불안·재경험·회피 증상을 보이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신경세포 상실 등 대뇌에 변화가 생기며 소뇌·뇌량 감소 등 대뇌 발달 이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인지구조 손상 및 심리, 대인관계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특히 반복된 외상 사건을 경험할 경우 감정 조절, 대인관계상의 문제, 자기 유능감, 성적, 직업 훈련 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동학대 예방 및 지원에 필요한 전문성 확보 방안’으로 △아동학대 전문가 네트워크 설립 △영유아기 심리·의학·교육 분야 전문가 양성 시스템 마련 △아동학대 예방 및 지원 위한 법안 제정 △통합 지원 시스템 재정립 등을 꼽으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아이들은 양육자 모습 따라 완전히 다르게 성장해”
“공포·부담감이 되려 육아 방해…사회 도움 받아야”


토론자로 나선 이나미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아이들은 진실로 양육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성장한다”며 “부모가 세상을 제대로 살고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타고난 자질 안에서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살면서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강요한다면 아이는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부모를 보며 삐뚤어지게 되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는 아이 탓만 하며 아이를 괴물로 간주하다 결국 괴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동학대 관련 사건이 매스컴에 많이 등장해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발생하는 원인으로 △양육자의 과거 학대 경험 △경제적 조건 △배우자와의 갈등 등을 꼽았다. 

또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육아를 방해하기도 한다”며 “젊은 세대 사이에 ‘육아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많다. 부모로서 모든 짐을 지려하기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사회도 육아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정책적으로 다루어야 할 조건들로 △전문성 가진 인력 확충 △처벌 강화 및 인식 개선 △입양 및 위탁 가정에 대한 공적 책임 강화 △방임 및 훈육 처벌 기준 명료화 △피해 아동 보호조치 등에 대한 범죄 처리 절차 및 신고의무 법률적 명료화 등을 꼽았다.

 

“‘정인이 사건’ 이후 법·제도 강화됐음에도 현장 대응 미비”


신보라 국민의힘 파주시갑 당협위원장은 파주시 관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들어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었다. 신 위원장은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 등에 대한 법제도가 강화됐고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발간해 대응체계를 강화했으나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린이집 학대 사건에 대해 “이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며 “집단생활 중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한 초동 대응 문제를 살펴 개선해 재발을 막고,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의 일상 회복을 세심히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신고될 경우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경찰이 함께 사건 처리에 참여한다. 하지만 실제 파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발생 당시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동시 현장출동이 없었다고 한다. 신 위원장은 “가해자, 어린이집에 대한 시청의 행정처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됐다”며 “피해 부모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언론에 피해 사실이 공개되고 나서야 시청이 행정 처분을 서둘렀다”고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동학대 의심 정황 발생 시 보호자에게 알리는 고지 의무 부과 △피해 아동 전수조사 매뉴얼 구체화 △아동학대 판정 기준 구체화 △보호 대상 아동에 대한 상담·심리검사 소요 비용 지원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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