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에 리콜 악재까지…현대차 베뉴, ‘부분변경 vs. 단종’ 갈림길
스크롤 이동 상태바
판매 부진에 리콜 악재까지…현대차 베뉴, ‘부분변경 vs. 단종’ 갈림길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08.09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뉴, 올해 1~7월 판매량 5223대…전년比 34.8%↓
RV 부문 판매 증가에도 낙폭 지속…존재감 희미해져
캐스퍼·코나에 치이고, 안전띠 관련 리콜 부담도 더해
국내 부분변경 출시소식 없어…스토닉·쏘울 전철 밟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현대차 베뉴가 판매 부진을 지속하며 연간 판매 1만 대 선을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RV 부문 판매 확대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현대차 베뉴가 판매 부진을 지속하며 연간 판매 1만 대 선을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RV 부문 판매 확대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캐스퍼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현대자동차 '막내 SUV'로 사랑을 받아왔던 베뉴가 출시 3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모델 노후화로 내수 안방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리콜 등 부정 이슈까지 겹치며 소형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고 있는 분위기다.

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베뉴의 올해 1~7월 판매량은 5223대로, 전년 동기(8006대) 대비 34.8% 줄었다. 이 같은 감소율은 현대차 SUV 차종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물량 부족으로 판매 적체를 겪는 △싼타페(-44.8%) △투싼(-34.0%)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코나(-38.3%)와 함께 낙폭이 큰 실정이다.

특히 베뉴의 부진은 올해 현대차 RV(SUV) 부문 실적 증가와 비교할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베뉴의 모집단 격인 현대차 RV 판매량은 반도체 수급난 등 여파 속에도 3.7% 증가한 12만7609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부 모델들의 실적 감소에도 캐스퍼의 실적 순증 효과와 아이오닉5의 판매 호조가 RV 차종 인기 견인에 큰 역할을 했다.

베뉴가 현대차 RV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1~7월 기준으로는 해당 비중이 4.1%에 불과하다. 2020년 이후 매년 2%p씩 빠지는 상황이다. 현대차 브랜드 내에서도 그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연간 판매량이 처음으로 1만 대 선을 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출시 첫 해인 2019년(7월 출고) 당시 1만6867대 판매고를 올리며 시장 안착을 이뤘지만, 앞서 출시된 코나와의 판매간섭이 심화되며 그 이후론 판매 감소세가 뚜렷하다.

단적으로 2020년 연간 판매량은 1만7726대로, 첫해 6개월 동안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어 2021년엔 1만3496대로 수요 이탈이 심화됐고, 올해는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겨우 5000대를 넘었을 뿐이다. 올해 월 평균 판매량이 750대임을 감안하면, 연 9000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엔트리 SUV '베뉴'(VENUE). ⓒ 현대자동차
지난 2019년 출시된 엔트리 SUV '베뉴'(VENUE)의 모습. ⓒ 현대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의 지나치게 촘촘한 차급별 라인업 구성이 베뉴 판매에 독이 됐다는 말이 들린다. 2017년 코나 투입으로 소형 SUV 시장 공략에 나선지 단 2년 만에 '엔트리 SUV' 타이틀을 내건 베뉴를 출격시켰는데, 사실상 동일 시장 세분화 모델로 취급돼 서로의 수요를 뺏고 빼앗기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또다시 2년 만인 2021년 경형 SUV 모델 캐스퍼까지 내놔, 베뉴 수요를 위아래서 나눠 갖는 '팀킬'을 재현하기에 이르렀다. 코나의 인기 역시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해당 수요가 베뉴로 옮겨가기 보단 오히려 상위 차급인 투싼으로 이동하고 있어 위기를 키운다. 더 큰 차를 선호하는 시장 트렌드로 읽힌다.

베뉴는 최근 1열 안전띠 조절장치 불량으로 인한 전량 리콜 소식까지 전해져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해당 리콜은 첫 출고분부터 지난 6월 말 생산분까지 총 5만1695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리콜이다. 주요 동력계통에 대한 결함은 아니더라도 뒷좌석 탑승자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베뉴 브랜드 이미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베뉴는 1열 안전띠 조절장치 불량을 시정하기 위한 리콜을 진행한다. 5만1695대 규모다. ⓒ 국토부 리콜 참고자료
베뉴는 1열 안전띠 조절장치 불량을 시정하기 위한 리콜을 진행한다. 5만1695대 규모다. ⓒ 국토부 참고자료

베뉴가 반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빠른 부분변경 모델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관련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인도 시장에서만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됐을 뿐이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물량 공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에서, 국내 생산량이 적은 비인기 모델 베뉴에 공을 들이기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코나와 함께 시장에 선보여졌던 소형 SUV 기아 스토닉이 판매 부진을 이유로 단종을 맞은 바 있다는 점은 베뉴의 단종 가능성을 높인다. 스토닉의 경우에도 페이스리프트 없이 출시 4년이 채 안된 시점에 내수 단종 조치가 내려졌다.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집중과 선택'이 내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베뉴가 인도 등 해외시장에선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 쏘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대신 해외 판매 전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뉴는 출시 이래 누적 글로벌 판매 50만 대를 넘어섰는데, 이중 대부분인 45만 대 가량이 해외 판매 분으로 확인된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