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이웃사람’ 타인과의 소통이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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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이웃사람’ 타인과의 소통이 실마리”
  • 김리현 기자
  • 승인 2012.09.12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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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풀 ‘이웃사람’으로 돌아온 월드스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리현 기자]

배우 김윤진이 지난 2011년 ‘심장이 뛴다’ 이후 약 1년 만에 국내 영화팬들과 만난다. 김휘 감독의 ‘이웃사람’이 바로 그 작품.

‘이웃사람’은 강풀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웃사람’은 같은 맨션에 살고 있는 연쇄 살인범과 살해당한 소녀, 그리고 그를 의심하는 이웃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스릴러로, 우리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입체적인 캐릭터와 같은 맨션에 살고 있는 살인범과 살인사건이라는 극적 모티브를 탄탄한 스토리로 풀어냈다.

ⓒ사진제공 뉴시스

김윤진은 ‘이웃사람’에서 섬세한 감정연기와 눈빛연기로 딸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서 점차 강한 의지로 살인마에 맞서는 경희 역을 맡아 진한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김윤진은 할리우드에서는 세련된 차도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국내 영화에서는 다양한 모성애 연기를 펼쳐왔다. ‘심장이 뛴다’에서는 심장병으로 쓰러진 딸에게 심장 이식을 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엄마로, ‘하모니’에서는 18개월 된 아이를 입양 보내기 전 단 하루의 외출을 위해 합창단을 결성하는 눈물 나는 모성애를, ‘세븐 데이즈’에서는 승률 100%의 냉혈 변호사로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7일 동안 살인범을 석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성애를 보여준 바 있다.

김윤진이 네 번째로 모성 연기에 도전하는 ‘이웃사람’의 경희 캐릭터는 딸을 죽인 살인범에 용감히 맞서 또 하나의 살인을 막는 역할이다. 이미 자신의 강한 모성애를 보여준 전작들이 흥행에 성공하여 모성 연기의 1인자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 김윤진이 ‘이웃사람’을 통해서 새롭게 보여줄 업그레이드 된 모성연기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이번 ‘이웃사람’에 강한 자신감과 애정을 보이고 있는 배우 김윤진을 만나고 왔다.

ⓒ사진제공 뉴시스
- ‘이웃사람’에서 비중이 많지 않은데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품을 보자마자 무조건 좋았다. 사랑에 빠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랑에 빠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듯 딱 그런 감정이었다. 사실 경희 분량이 그렇게 적은지도 몰랐다. 솔직히 분량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나 분량은 네 번째나 다섯 번째 순위에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다.”

- 김윤진에게 꼭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월드스타’라는 말이다. 그래서 더욱 비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비교할 순 없지만 ‘컨테이젼’에 출연한 기네스 펠트로는 나오자 마자 죽는다. 배우로서 그런 역할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나올 때마다 주인공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표정과 대사로 경희가 느끼는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
“배우가 나올 때마다 감정이입을 하면 관객들도 보기에 힘들고 버거워한다. 이번 영화의 경우 힘줘서 연기해야 되는 두 장면을 빼고는 일부러 감정을 자제했다. 이번 영화는 마치 마라톤 선수가 100미터를 갑자기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오자마자 압축된 연기를 순식간에 전달해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어느 정도 부담을 갖는 게 사실이다. 특히 강풀의 작품이기에 부담의 강도가 더 클 것 같은데.
“당연히 부담된다. 원작이 인기 있는 것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웹툰을 영화화하는 건 힘들고 까다로운 작업 중 하나인 것 같다.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들, 웹툰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영화에 담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원작의 명성을 뛰어넘는 작품을 여태까지 본적이 없는데 그나마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원작을 잘 살린 것 같다. 김휘 감독님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강풀 작가는 ‘이웃사람’을 소통과 단절을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럼 영화에서는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저희 영화도 소통과 단절을 다루고 있다. 한 소녀의 죽음으로 인해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관심으로 변하고 수상한 살인범 때문에 힘을 모아 행동으로 옮긴다. 사람들의 힘이 모여 한 소녀를 구해주는 너무나 소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타인과의 소통이 필요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도 이웃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겨날까.
“영화가 사회를 움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식되는 순간 뭔가 변화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도 ‘이웃사람’을 하기 전에는 의식을 못하다가 이제 의식을 하기 시작한 것처럼 우리 영화를 보고 한 번 더 이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 너무나도 소중한 일인 것 같다.”

- 올해로 마흔. 여배우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인데.
“올해로 딱 마흔이 됐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 크게 의식하거나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내가 ‘쉬리’를 할 때만 해도 여배우가 30대 넘어가면 갑자기 없어지고 조연으로 떨어지거나 그런 것들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변한 것 같다. 시대를 잘 타고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내 또래 여배우들이 아직도 티켓팅 파워가 있는 거 보면 흐름의 중심은 분명한 것 같다.”

- 자신의 결정이나 선택에 후회하는 스타일은 아닐 것 같다.
“제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혈액형이 A형이고 소심한 면이 있어서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데 어차피 결정내린 거 열심히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 현재 ‘미스트리스’를 찍고 있고 할리우드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힘들게 한국 활동을 꾸준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한국에서 활동한지 10년 좀 넘었는데 제 작은 커리어를 지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국 관객들한테 잊혀지는 것도 싫고.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는 배우로 남아 있어야지 미국에서도 특별한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걸 유지하고 싶다.”

ⓒ사진제공 뉴시스
이번 작품을 끝내고 나서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이웃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는 김윤진. 언제부터인가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사람을 만나면 어색해 하고 빨리 내리려고 한다며 변해버린 우리 사회에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모습에서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웃사람’은 강풀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강풀의 웹툰은 영화화하기 딱 좋은 소재지만 영화로서 만들어졌을 때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원작 가운데 가장 먼저 영화화된 것은 ‘미스테리심리썰렁물’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아파트’. 2006년 작인 ‘아파트’에는 고소영과 강성진, 박하선 등이 출연해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에서 보기 좋게 실패했다. 이후 2008년에 발표된 ‘바보’도 마찬가지였다.
 
차태현과 하지원, 박희순 등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포진됐지만 역시 흥행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영화 드라마에서 웬만하면 히트를 치는 하지원의 작품 가운데 몇 안되는 흥행 실패작이기도 하다. 강풀의 대표작인 ‘순정만화’도 ‘바보’와 비슷한 시기에 나와 유지태, 이연희, 채정안 등 스타들이 열연을 펼쳤지만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은 여전했다.
 
그나마 영화화된 것 가운데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충족시킨 것이 ‘그대를 사랑합니다’였다. 흥행면에서는 이전 영화와 마찬가지로 역시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마니아층을 양산했고 그 결과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강풀 웹툰의 영화 성적은 4전4패. 원안을 쓴 영화 ‘통증’까지 합하면 5전5패다. ‘이웃사람’은 그의 작품 가운데 복선이나 디테일함이 정점에 달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여태껏 흥행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더라도 평단은 ‘이번만큼은’이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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