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배수진’ SK에코플랜트, 몸값 계속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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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배수진’ SK에코플랜트, 몸값 계속 띄운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8.11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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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온 M&A, 유증 이어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까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1조 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IPO(기업공개) 배수진을 친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가 지속적으로 몸값 띄우기에 나서는 눈치다. 10조 원으로 책정한 기업가치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다각도로 노력하는 모양새다.

11일 SK에코플랜트는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드파인'(DEFINE)을 공식 선보인다고 밝혔다. 강조를 위한 접두사 'DE'에 '좋음, 순수함'을 의미하는 'FINE'을 더하는 동시에 '정의하다'를 뜻하는 'Define'을 차용, 시대에 부합하는 최고의 가치로 새로운 주거기준을 정의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SK에코플랜트는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드파인의 핵심가치는 '주도적인 삶의 완성',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 '새로운 경험으로 만드는 풍요로운 삶'"이라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차별화된 주거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에게 자부심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브랜드 론칭이 단순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오는 2023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상장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IPO 성사 여부를 가를 공모가를 높이려는 작업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드파인 상표권은 지난 2월 출원됐는데, 같은 달 SK에코플랜트는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 추진을 본격화한 바 있다.

에스케이 에코플랜트가 볼트온 M&A 전략, 유상증자 등에 이어 새 주거 브랜드까지 내놓으며 상장 전 몸값 불리기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눈치다 ⓒ 에스케이 에코플랜트
에스케이 에코플랜트가 볼트온 M&A 전략, 유상증자 등에 이어 새 주거 브랜드까지 내놓으며 상장 전 몸값 불리기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눈치다 ⓒ 에스케이 에코플랜트

현재 SK에코플랜트는 몸값을 띄워야만 하는 배수의 진을 친 실정이다.

우선, 오너일가 관련 배수진이다. 최신원·최창원 일가는 최태원·최재원 일가와의 계열분리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보유한 SK건설 지분(28.25%)을 정리해야 했다. 정리 방식은 2019년 금융사 등 기관투자자와의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통한 지분 전량 매각이었다. 주가수익스왑은 투자자의 매입가보다 주가가 높으면 그 차익을 매각자에게 주고, 반대로 주가가 매입가보다 낮아 손실이 발생하면 매각자가 그 손실을 투자자에게 보전하는 계약 형태다.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어떻게든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그룹 오너가에 떳떳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신원·최창원 일가의 SK디스커버리는 최근 SK에코플랜트의 프리 IPO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정리해 1200억 원 가량의 수익을 낸 바 있다.

법인 자체적으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는 공모가를 높이고자 EMC홀딩스(현 환경시설관리), 외이에스텍, 성주테크, 디디에스, 삼원이엔티, 새한한경, 대원그린에너지,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등 환경사업 관련 업체들과의 M&A를 2020~2021년에 집중 단행했으며, 올해에도 싱가포르 테스, 삼강엠앤티, 제이에이그린 등 지분을 사들였다. 자회사를 대거 늘리며 몸집을 부풀린 것이다. 투입된 비용은 약 3조5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최근 총 1조 원 가량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우선주(CPS) 등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는데, 이것도 결국 '빚'이라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6일 낸 자료에서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IPO 이전에 필요한 자금 소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된 점은 동사의 신용도에 긍정적인 요소로 판단된다"면서도 "조달한 자금 중 RCPS의 경우 최소 연 5.5% 이상 우선배당금 부담을 수반하고 있으며, CPS도 IPO가 예정된 기간 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우선배당, Step-up 조항이 적용돼 차입성격도 일정 수준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향후 추진할 IPO 성사 여부에 따라 관련 우선주 상환, 배당금 지급이 SK에코플랜트의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상장이 차질을 빚을 시 SK에코플랜트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한신평 '에스케이 에코플랜트㈜의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과 KMI 변경- 재무구조 개선은 긍정적, 연결기준 재무부담과 IPO 진행 상황 중심으로 모니터링' 자료 중 일부 캡처 ⓒ 한국신용평가
한신평 '에스케이 에코플랜트㈜의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과 KMI 변경- 재무구조 개선은 긍정적, 연결기준 재무부담과 IPO 진행 상황 중심으로 모니터링' 자료 중 일부 캡처 ⓒ 한국신용평가

몸값은 상장 성사 여부에 큰 영향을 준다. 대표적으로 동종업계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연초 IPO에 나섰으나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 수준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상장 철회 결단을 내렸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건설업체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운 시기였던 데다, 몸값 자체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에코플랜트도 비슷한 환경 속에서 상장 작업에 들어간 상태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무역분쟁 심화, 미국발(發)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건설사들이 수익성 방어에 애를 먹고 있고,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실정이다. SK에코플랜트가 IPO 첨병으로 앞세운 환경사업도 유렵과 북미 등지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함께 ESG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불투명성이 커진 상황이다.

현재 SK에코플랜트와 IPO 주관사, 투자자 등은 기대 몸값을 약 10조 원으로 잡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책정한 6조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환경사업을 앞세운 전략, 신사업 성장 가능성, 비교적 성료한 프리 IPO 등을 감안했을 때 무리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고평가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SK에코플랜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0년 1746억 원에서 2021년 1160억 원으로 33.56% 줄었다. 2022년 1분기는 46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6.03% 감소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0년 -512억 원에서 지난해 14억 원으로 개선됐다가 올해 1분기 -3945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 3월 말 기준 약 45%다. 2021년 말 IFRS 기준으로 EBITDA는 2000억 원대 초반에 불과하다. 일반회계기준으로 봐도 3000억 원 미만이다. 현재 가치로만 따지면 10조 원은커녕 GS건설, 대우건설 등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의도적으로 EV/EBITDA 배수가 높은 기업들을 인수한 것으로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여겨진다는 점도 고평가 비판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오는 2023년 기업가치 10조 원·EBITDA 8000억 원 이상이라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경시설관리, 싱가폴 테스, 삼강엠앤티 등 인수한 업체들의 실적 반영 본격화와 성장성 등으로 미뤄봤을 때 SK에코플랜트의 현 기업가치는 최소 4조 원에서 최대 6조~7조 원으로 분석된다. 거품론도 나오지만 EBITDA만 놓고 보면 이런 계산이 된다. 단, 보수적 계산은 아니다"라며 "최근 국내외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부족한 부분을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정비사업 수주 등으로 채울 요량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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