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삼중고…돈 건강 행복 [일상스케치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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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삼중고…돈 건강 행복 [일상스케치㊽]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08.1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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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의 위기
황혼이혼, 부채 급증까지
노후대책 미흡시 비상사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인생의 후반부, '건강, 경제력, 관계'(부부ㆍ가족ㆍ친구)는 노년의 행복을 위한 필수 3요소다. 황혼을 맞은 세대들은 노후 행복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을까. 그런데, 실상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증명하듯 자유를 찾아 떠나는 중년, 노부부의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황혼이혼은 100세 시대를 맞은 우리 앞에 필연적 고민거리로 대두됐다.

50~60대 신중년 10명중 4명, '황혼이혼과 졸혼 할 수 있다'. ⓒ연합뉴스
50~60대 신중년 10명중 4명, '황혼이혼과 졸혼 할 수 있다'. ⓒ연합뉴스

황혼 이혼율 최다

법원행정처가 매년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황혼이혼은 전체 이혼의 28.7%를 차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혼하는 부부 10쌍 중 3쌍이 황혼이혼이라는 얘기다. 반면 혼인 지속기간이 20년 이하인 경우는 모두 이혼이 감소하였다.

2012년 처음으로 결혼 5년 차 미만의 ‘신혼이혼’을 추월한 황혼이혼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50ㆍ60대 10명 중 7명이 황혼이혼에 공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으니, 이 추세가 반전되지는 않을 듯하다.

또한 우리나라 50∼60대 10명 중 4명은 상황에 따라 '황혼이혼'이나 '졸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황혼이혼과 졸혼에 대한 인식은 성별, 연령 등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긍정적 인식은 남자보다는 여자, 중소도시·농어촌보다는 대도시, 60대보다는 50대에서 훨씬 더 높았다.

이처럼 노년에라도 자유를 찾겠다는 ‘황혼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갈등이 생겨도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순위였다면, 요즘은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혼이나 별거 혹은 졸혼의 이름으로 갈라서는 부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70대 여성 A 씨는 이혼 상담을 위해 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았다. 결혼 후 남편의 폭언과 무시가 이어졌지만, 남편이 경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비위를 맞추며 살 수밖에 없었단다. A 씨는 “최근엔 건강이 나빠져 내 몸 가누기도 힘든데, 남편 수발마저 들어야 한다”며 “이제라도 헤어져 단 하루라도 마음 편히 살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여자·50대·대도시·고소득층' 황혼이혼·졸혼에 긍정적

고소득 대도시 여성이 황혼이혼 및 졸혼에 더 긍정적이다. 이에 반해 남자, 고연령, 저소득층은 황혼이혼에 대한 인식이 더 부정적이었다. 부정적 응답 비율은 남자가 58.4%로 여자(41.0%) 보다 높았고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응답도 남자가 30.1%로 여자(14.6%) 보다 훨씬 높았다.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는 응답은 여자가 48.7%로 남자(31.1%) 보다 훨씬 높았다.

또 본인의 소득계층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대도시 거주자가 '상황에 따라 황혼이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았다. 법률적으로 결혼 상태를 유지하면서 실제 별거 생활을 하며 각자의 생활을 하는 '졸혼'에 대해서는 42.2%가 긍정적, 45.8%가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세계적 추세

자녀가 모두 장성하고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유지한 부부들의 황혼 이혼 비율이 역대 최다라는 최근 발표는 많은 부부들에게 결혼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황혼이혼 급증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모두에서 황혼이혼은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황혼이혼 급증을 다룬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전반적 이혼율 감소의 기조 속에서 50세가 넘은 부부의 이혼은 1990년도에 비해 두 배 증가했으며, 그중 65세 이상의 이혼이 매우 가파르게 늘어났다.

페퍼 슈워츠 워싱턴대 사회학 교수는 “많은 결혼이 끔찍하지는 않다. 하지만 더 이상 만족스럽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 양육의 과업은 끝마쳤고, 30여 년의 생이 남아있다. 이걸 계속해야 하는 걸까, 사람들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혼이혼 급증 그 이유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이혼하는 사람들이 장노년층인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이처럼 황혼 이혼이 늘어난 이유로는 평균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과 여성의 경제적 능력 향상 등이 꼽힌다.

부인의 입장에서 이혼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 자립 문제다. 이혼 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과거보다 나아진 점도 황혼 이혼을 선택하는 배경이다. 이혼 재산 분할 판결 시 가사노동이 자산 형성에 기여한 정도를 높게 인정해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이혼한 배우자의 연금을 나눠 수령할 수 있는 ‘연금 분할 제도’의 적용 대상이 넓어지면서 경제적으로 이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엄마나 아내의 삶은 곧 희생이란 단어와 동일선상에 있었다. 자녀의 좋은 대학 진학과 남편의 출세가 곧 여성의 지위를 나타내 주는 풍토 속에 ‘나’란 존재가 없는 삶을 영위해 왔던 게 사실. 그런데 남성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고 여성들의 행동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정관이 붕괴되면서 ‘삶의 질’이 ‘가정의 유지’라는 가치보다 더욱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갈등상태에 있는 가족한테 벗어나 남은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의지가 영향을 끼쳤다.

이와 더불어 부부가 전업 은퇴자로서 함께 집안에 머물기 시작하면 두 사람의 관계와 책임, 역할, 업무가 재조정돼야 하건만, 가부장적 문화가 공고한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으니 갈등이 증폭된다. 게다가 황혼이혼은 어제 오늘 문제로 다투는 게 아니라 오래 묵고 곪은 상처가 터져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그만 놔버리겠다' 하는 인식이 팽배해서 나온 현상이다.

이혼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오랜 시간 함께 살다가 각자의 인생을 보내려는 부모의 선택을 지지하는 자녀가 늘어난 것도 황혼 이혼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 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녀가 많았다”면서 “최근엔 가정보다 개인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황혼 이혼 상담을 하러 온 내담자 10명 중 7명은 자녀의 지지를 받고 온 경우”라고 했다.

한편, 황혼 이혼을 원하는 사유로 성격·경제적 갈등을 호소하는 부부가 많았다. 대구가정법률상담소의 상담통계를 보면 지난해 황혼 이혼(혼인 기간별 31년 이상) 내담자들은 △성격차이(45.74%) △알코올 중독(27.66%) △경제 갈등(18.09%)△종교 갈등(2.13%) 등을 이유로 이혼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작용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겠다"는 혼인 서약은 이제 달라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혼한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이혼으로 '자유'와 '정서적 안정' 등을 얻었다는 긍정적 응답이 지배적으로 나왔다.

다만 황혼 이혼은 고령사회에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가 50세 넘어 이혼을 할 경우 식사, 요리, 세탁, 청소 등 모든 가사(家事)를 혼자 부담하여야 하고, 말벗이 되어 줄 사람(아내)이 항상 곁에 있지 않으며, 노쇠하여 몸이 불편할 때는 수발들 사람이 없다.

스스로 위축되어 사회적 관계를 꺼려하고 혼자 TV를 보면서 생활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쓸쓸하게 여생을 마감하는 고독사로 이어지게 된다. 또 황혼 이혼에 대한 실망감과 독거 생활의 어려움이 세상에 대한 분노로 표출될 경우에는 노인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사회적 관심, 건강 돌봄 등 종합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이혼과 사별을 이유로 혼자 사는 남성 노인이 삶의 질, 행복감, 삶의 만족에 있어 취약한 집단이기에 사회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과거, 평생원수라면서도 검은머리 파뿌리되도록 살던 시대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연합뉴스
과거, 평생원수라면서도 검은머리 파뿌리되도록 살던 시대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연합뉴스

한편, 황혼이혼 못지않게 고령자 재혼 건수도 남녀 모두 급속히 늘었다. 65세 이상 재혼 건수는 남녀 모두 '이혼 후 재혼'이 '사별 후 재혼'보다 많았다.

고령자의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 다음은 심장 질환(360.8명), 폐렴(295.3명) 순이다. ⓒ연합뉴스
고령자의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 다음은 심장 질환(360.8명), 폐렴(295.3명) 순이다. ⓒ연합뉴스

100세 시대 건강 상태는?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고령자의 44%가 "건강이 나쁘다"는 반응이다. 일인당 진료비도 계속 증가하고,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스스로 자신의 평소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걸 보면 나쁘다는 비율이 여자(49.7%)가 남자(35.2%) 보다 높았다.

고령자의 사망원인 1위는 암으로 인구 10만 명당 763.0명이 사망했다. 다음은 심장 질환(360.8명), 폐렴(295.3명) 순이었다. 고령자의 암 종류별 사망률을 보면 폐암이 인구 10만 명당 194.6명으로 가장 높았고, 대장암(88.1명), 간암(87.7명)이 뒤를 이었다. 65세 이상 1인당 진료비는 438만 7천 원으로 전년(398만 7천 원)보다 10.0% 늘었다.

부부의 갈등과 이혼 문제 이외 건강 적신호는 치명적이다. 노년기 외로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건강(43.3%)이며 그다음으로는 사회적 지위 상실(27.1%), 성격 특성(10.4%) 등으로 나타났다. 건강문제는 외로움에 영향을 미쳐 노인 우울증과 지병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노후대책은 완벽한가

5060은 자녀교육에 올인한 동시에 부모 봉양 부담도 짊어진 ‘낀’ 세대다. 노후를 향해 돈 건강 행복을 챙기며 열심히 달려온 5060 세대 앞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복병이 있다. 부모세대가 80세를 넘어서면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보살핌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자신의 노후 준비도 안 돼 있건만, 기나긴 간병 부담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게다가 독립하지 못하는 성인 자녀까지 황혼 리스크가 모두 사랑하는 가족과 관련된다. 결혼 후에도 부모에게 손 벌리는 자녀들, 부모 부양했지만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억울한 세대의 현실이다.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성인 자녀,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고, 고령화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49세 성인 남녀 중 29.9%가 부모와 동거 중이다. 미혼 성인자녀의 64.1%, 미취업 성인자녀의 43.6%가 캥거루였고, 40대라 해도 미혼자는 48.8%가 부모와 함께 산다. 만혼(晩婚)과 비혼(非婚) 풍조가 퍼지고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이 겹치면서 자녀들이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캥거루족 증가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고도경제성장에 편승해 사회적 입지를 굳히고 자산을 축적한 반면, 그 2세들은 산업이 성숙화하면서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 사회에 진출했다. 고용과 자산축적에서 애초에 불리했던 것. 그래서 MZ세대(1980~2000년대 생)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 불린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이 문제가 된다. 많은 교육비를 투여한 것도 모자라 자녀가 결혼하면 집 팔고 대출받아 지원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더 심각한 것은 결혼 후에도 사업자금이나 생활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손을 벌리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황혼들, 빚더미 고통

현실적으로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여파로 은퇴 이후 황혼들이 빚더미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60대 이상 고령층의 채무조정이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파산 신청 증가율도 가장 높았다.

'빚더미 황혼'의 배경엔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의 부실한 주머니 사정이 있다. 젊은 시절엔 자녀 및 부모세대 부양으로 노후 대비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편중돼 있어 처분 가능한 소득 자체가 부족해지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이러다 보니 고령층은 소득증대를 위해 빚을 내 투자하거나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빚더미 황혼'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인 차원에선 사회보장 확대를 통해 노인빈곤율을 낮춰야 하고, 개인적인 차원에선 적극적인 부채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문제는 청년·노년층의 다중 채무가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은 2 금융권 중심으로 늘었다는 데 있다. 금융 전문가는 “대출금리가 높은 금융사를 중심으로 청년·노년층 다중 채무자 수와 채무액 증가 속도가 빨라져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자상환 부담률이 상승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경기침체 요인으로 소득이 줄어든 것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 또 대출이자가 높아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성공한 노년 부부관계 해법은

많은 난제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길고 긴 인생살이…. 부부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가사 외에도 자녀, 주거, 사회관계, 여가 등 여러 분야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므로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여야 황혼이혼을 막을 수 있다.

그러니 친구 같은 부부가 바람직하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세계가 있어야 하고 부부 앞에 놓인 가사를 분담하며 서로 노력을 해야 한다. 황혼의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 '젊어서부터 서로를 위해 주고, 대화도 되고 그런 부부여야 한다. 부부갈등이 생기면 그때그때 해소해야 한다'는 게 가정법률상담가의 조언이다.

공정함에 대한 감각도 중요하다. 육아·가사노동, 재정, 부모 부양, 애정표현 등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공정한 균형감각이 관철돼야 한다. 일방의 손해 본다는 느낌, 억울하다는 감정은 언젠가 반드시 터지게 돼 있다.

실제로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은 헌신, 친밀성, 신뢰, 관계에 대한 만족 표현 등은 그저 느껴서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것은 반드시 표현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갈등이 없는 부부는 세상에 없다. 중요한 건 무엇 때문에 갈등하느냐도 있지만 그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느냐가 포인트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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