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화 염두한듯…실효성·공급과잉 우려 숙제 [8·16 공급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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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화 염두한듯…실효성·공급과잉 우려 숙제 [8·16 공급대책]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8.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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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이하 8·16 공급대책)이 공개됐다. 공공 주도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던 전(前)정권과는 달리, 정비사업 등 민간 주도로 국민 주거안정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선 수도권 광역화에 대비하는 중장기적 공급대책이라는 호평과 더불어 실효성, 주택 공급과잉 등에 대한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8·16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에 총 270만 호(인허가 기준)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내용은 △도심공급 확대- 정비구역 추가 지정·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 △주거환경 혁신- 신규택지 발굴·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공급시차 단축- 정비사업 등 행정절차 단축 △주거사다리 복원- 청년층 대상 원가주택·역세권 첫 집 공급 △주택품질 제고- 층간소음 저감 지원·노후 공공임대 정비 등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번 대책은 '사람 있는 곳에 집 짓자'로 요약된다. 국토부 측은 "민간 활력 제고, 공공 지원, 주택품질 제고 등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무주택 서민 등 내 집 마련과 주거 상향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우수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 주택시장의 근본적 안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과제들을 담았다"며 "새로운 주택공급 계획은 수요가 많은 지역에 보다 많은 주택이 공급되도록 구성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향후 5년간 지역별 공급 계획에서 전국 270만 가구 중 수도권 일대에 공급 예정인 물량은 158만 가구로 지난 5년 대비 약 29만 가구 확대 배정했다. 특히 가장 수요가 많은 서울 지역은 50% 이상 물량을 확대한 50만 호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비수도권은 지난 5년보다 약 16만 가구 감소한 112가구가 예정됐다. 광역·자치시를 제외한 지방 8개도 공급 계획 물량을 20만 가구 줄인 탓이다.

이 같은 계획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과 비교된다. 최근 5년 동안 연도별 주택 인허가 실적을 살펴보면 수도권의 경우 2018년 28만 호, 2019년 27.2만 호, 2020년 25.2만, 2021년 29.1만 호, 2022년(추정치) 19.5만 호 등으로 연평균 25.8만 호다. 비수도권도 2018년 27.4만 호, 2019년 21.6만 호, 2020년 20.6만 호, 2021년 25.4만 호, 2022년 33만 호(추정치) 등 연평균 25.6만 호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앞으로 5년간 수도권 공급 계획 물량을 연평균 31.6만 호로 잡았으며, 비수도권은 22.4만 호로 확 낮췄다.

이는 최근 지방 인구 급감 현상을 고려함과 더불어 수도권 광역화(서울-인천-경기 대도시권 구축)를 염두에 둔 중장기적 정책으로 풀이된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5일 '주거이동과 통행이동으로 분석한 수도권 광역화 패턴' 보고서를 내고 "1996년 대비 2019년 인천·경기 유출 인구 비중이 증가한 서울 자치구는 총 14개로, 이중 9개 자치구에서의 유출인구 비중 증가율이 서울 내 이동, 비수도권으로의 유출인구 비중 증가율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며 "이러한 사실은 과거와 비교해 역동적으로 인구 확산이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서울, 인천, 경기간 또는 수도권 내부에서의 사회·경제적 연계는 꾸준히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통근통행 또한 양방향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지역의 사회·경제적 연계 강화는 곧 갈아타기 수요, 주거 향상 수요 등 주택시장 수요 확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방 인구의 유입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 국가통계포털 등 자료에 따르면 현재(2020년 기준)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98.0%, 서울은 94.9%로 낮은 수준이며, 전국 평균(103.6%)에도 못미친다. 특히 같은 기간 주거의 질 등을 고려한 천인당 주택수는 전국은 418호, 서울은 394호로 OECD 평균 468호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8·16 공급대책이 수도권 광역화 대응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 내 '신도시 정주환경 개선'이라는 항목을 통해 '3기 신도시 등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조기 개통, B·C노선 조기 착공 등 주요 교통 사업을 신속히 이행, 2기 신도시 등 기존 신도시는 교통여건 개선을 위한 전수조사 실시 후 광역버스 신설·출퇴근 전세버스 투입 등 맞춤형 개선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취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현 정권 내 GTX-A·B·C노선을 착공하고, 나머지는 예타(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고 내새우기도 했다. 수도권 공급 확대, 수도권 광역교통망 구축 속도 등을 병행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다만, 관련 업계에선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前)정권과 마찬가지로 '어디에', '어떻게' 등이 빠진 데다, 여소야대 속 관련 법 개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민간 주도 주택 공급대책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조차도 이날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고 "기존의 주택공급 대책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을 마련해 주택공급,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세부 시행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실효성을 제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공급이 현실화될 시 불거질 주택 공급과잉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와 대응'에 따르면 2006~2021년 주택공급 장기평균,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021년 2·4 공급대책), 강한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여건변화 등을 반영했을 때 전국은 2026~2027년, 수도권은 2026~2029년 내 공급과잉 문제가 대두될 공산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8·16 공급대책이 문재인 정부의 2·4 공급대책보다 더 많은 물량 공급을 예고한 만큼, 공급과잉 도달 시점은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토연구원 측은 앞선 보고서에서 "주택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공급 문제보다 금리인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되나, 금리는 주택시장 외부요인인 거시경제 여건에 의해 결정되는 외생변수다. 주택공급과잉, 국민 주거불안 완화를 위해서는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의가 이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주택수요에 부합하는 주택공급으로 국민 주거안정을 실현하고자 하는 주택 공급 정책이 주택시장 침체 국면과 맞물릴 경우 오히려 주거불안 문제를 양산하게 된다. 주기적인 주택공급 과잉 여부에 대한 진단을 통해 공급량, 속도 등 공급정책 전반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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