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257만 가구 공급한 文? 270만 가구 공급할 尹?’ [시사텔링]
스크롤 이동 상태바
‘주택 257만 가구 공급한 文? 270만 가구 공급할 尹?’ [시사텔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8.17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착공·준공 아닌 인허가 기준, 실제 공급량과 차이 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윤석열 정부가 첫 주택 공급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이하 8·16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에 총 27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관련 기사: '수도권 광역화 염두한듯…실효성·공급과잉 우려 숙제 [8·16 공급대책]',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936). 이를 두고 온라인·오프라인 광장 곳곳에선 '270만 가구를 짓는 게 가능하냐', '어디에·어떻게가 빠져 현실성이 떨어진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귤현미(제주 특산물인 귤+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였다' 등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아울러 이번 공급대책 자료에 담긴 '문재인 정부 시절(2018~2022년) 전국에 주택 257만 호가 공급됐다'는 내용의 통계는 일부 누리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눈치입니다. 그 정도 규모의 공급이 이뤄진 게 맞는지, 이뤄진 게 맞다면 집값은 왜 폭등한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목격됩니다.

이는 정부가 공급 계획과 통계치를 자신들에게 편리하고 유리한 방향으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275만 가구를 공급했다, 윤석열 정권은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에서 '공급'이란 실제 그 정도 물량의 집을 짓겠다(준공)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당국의 '인허가'를 의미합니다. 국토부 등은 8·16 공급대책 자료에서 '금번 대책을 통해 향후 5년간 공급될 주택은 총 270만 호 수준(연평균 54만 호, 인허가 기준)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원희룡 장관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집값 하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270만 호 공급이 너무 많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인허가 기준이라 공급과 시차가 있다. 이는 공급 능력을 뜻하는 것이지 공공이 강제적으로 쏟아내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공급과잉 문제에 대해 '인허가 기준'을 강조하며 설명했습니다.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이른바 8·16 공급대책을 통해 제시한 윤석열 정부의 향후 5년간 주택 공급 계획. '인허가' 기준으로 270만 호를 전국에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 시사오늘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이른바 8·16 공급대책을 통해 제시한 윤석열 정부의 향후 5년간 주택 공급 계획. '인허가' 기준으로 270만 호를 전국에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 시사오늘

인허가 물량은 실제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가 인용한 연도별 주택 인허가 실적을 살펴보면 2018년 55.4만 호, 2019년 48.8만 호, 2020년 45.8만 호, 2021년 54.5만 호 등인데, 이 기간 동안 준공 실적은 2018년 62.6만 호, 2019년 51.8만 호, 2020년 47.1만 호, 2021년 43.1만 호 등으로 매년 최대 ±10만 호 가량 벌어집니다. 인허가에서 착공-준공까지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시행사 또는 시공사의 사정으로 사업 자체가 엎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택 인허가 실적을 공급 지표로 사용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 입장도 이해 못할 건 아닙니다. 집을 빵집에서 빵 굽듯 지을 수 없는 노릇이고, 적잖은 시간과 돈, 인적 자원이 요구되니까요. 인허가를 기준으로 국민들에게 주택 공급 계획을 제시하는 게 합리적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외 정세가 무척 혼란스럽고, 장기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고물가·고금리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으로, 윤석열 정권이 예고한 민간 주도 대규모 공급이 현실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태로 판단됩니다. 내세우고 싶은 목표치에 다소 미달하더라도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 실적 예상치를 기준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정직한 계획을 선보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국토부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상반기 아파트 인허가(20.8만 호) 대비 착공(13.9만 호) 실적 비율은 67.1%로 금융위기 여파와 유럽재정위기가 존재한 2010년(37.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인허가와 착공·준공 물량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