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리볼빙, 어쩌다 ‘독이 든 사과’ 됐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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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리볼빙, 어쩌다 ‘독이 든 사과’ 됐나 [기자수첩]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8.3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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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취지 ‘이용자 연체 막아 신용관리 지원’
높은 수수료율·누적 채무에 따른 연체 우려↑
상품설명서 부재 등 금융소비자 선택권 제한
정보불균형으로 ‘불완전판매’ 우려 커지기도
산정방식 공개·상품비교 등 의무 받아들여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신용카드 리볼빙 이용자와 이월잔액이 급증함에 따라 가계부채 부담, 누증 채무에 따른 부실 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사오늘(그래픽: 김유종 기자)

‘독이 든 사과’. 신용카드 리볼빙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금융소비자라면 이 표현보다 적절한 비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겉보기엔 달콤해보이지만 자칫 스스로를 해칠 수 있는 위험이 숨어있는 게 바로 신용카드 리볼빙이다.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라는 정식명칭보다 ‘리볼빙 서비스’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이 제도의 당초 취지는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를 위해서였다. 실수 또는 개인사정으로 인해 신용카드 청구금액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 즉 연체가 발생하는 상황을 사전에 막아 신용점수 하락 등을 방지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체 청구금액이 아닌 최소결제금액 지급만으로도 연체 기록이 남는 걸 방지할 수 있어 득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리볼빙을 안내할 시 신용관리 우수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결제방식과 리볼빙을 비교하면서 리볼빙의 강점으로 연체가 발생해도 연체금액이 최소결제금액보다 미달되는 금액만 잡히고, 연체 수수료도 최소금액에 미달되는 금액에 대해서만 부과된다고 안내하는 식이다.

그러나 리볼빙은 장기간 이용시 채무 누증으로 인한 연체, 신용하락 위험이 존재한다. 여기에 최대 수수료율(금리)이 법정최고금리(20%)에 육박해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의 올 2분기 리볼빙 최대 수수료는 18.4%로 나타났다.

리볼빙은 당월 청구금액 일부(이용자가 설정한 범위)를 익월로 넘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리볼빙 약정체결비율을 30%로 했다고 가정한 상황에서 이달 신용카드로 100만원을 사용했다면 30만원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 70만원은 다음달로 넘어간다.

다음달에도 전월과 마찬가지로 100만원을 사용했다면 전월에 이월된 결제금액을 포함해 총 170만원이 청구된다. 이 역시 리볼빙을 통해 금액의 30%인 51만원만 결제되고 나머지 119만원은 이월된다. 3개월째에도 100만원을 썼다면 총 청구금액은 219만원이 된다.

단기적으로 신용점수 하락 등을 막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누적된 이월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감당할 수 없는 채무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카드 리볼빙 이용자수는 2020년 말 246.9만명에서 2021년 말 266.1만명, 2022년 6월말 269.9만명으로 늘었다. 한달 뒤인 2022년 7월 말 기준으로는 273.5만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용자수가 늘면서 이월잔액도 2020년 말 5.39조원에서 2021년 말 6.08조원, 2022년 6월 말 6.55조원, 2022년 7월 말 6.67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리볼빙 특성상 이같은 이월액 증가세는 가계부채 부담 우려를 키운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나섰다.

다양한 제도 정비 방안이 거론되지만, 핵심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제도 개선안에는 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설명(대출상품 수준의 상품 설명)과 위험성 고지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유사상품에 대한 수수료율(금리)도 함께 제공하는 등 충분한 정보를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는 금융소비자들이 리볼빙의 상세 내용과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즉, 지금의 리볼빙 서비스가 ‘독이 든 사과’라는 인식이 생긴 배경은 신용카드사와 금융소비자간 정보 불균형성에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전업 카드사 평균 리볼빙 수수료는 최저 14.1%에서 최고 18.4%대다. 반면 카드사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1~13.9%대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 리볼빙 수수료율의 경우 카드론 금리와 비교하면 최대 5.1% 높았다. 이는 2분기 기준 국내 전업 카드사 가운데 가장 격차가 큰 것이다. 리볼빙 수수료율만 놓고 보면 롯데카드가 18.4%로 가장 높다.

이처럼 카드사별 격차에 차이는 있지만, 카드론 금리가 리볼빙 수수료율보다 낮기 때문에 양자간 선택이 가능하다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리볼빙 대신 카드론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가 리볼빙 이용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 중 리볼빙을 대체할 수 있는 분할납부 및 카드론의 금리수준을 비교·안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비교 선택지를 제공해 금융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리볼빙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카드사는 리볼빙 수수료율 산정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리볼빙의 위험성을 비롯해 다른 상품과의 금리 비교를 체계적으로 안내하는 의무를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로 리볼빙 취지가 신용카드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라면 말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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