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썽사나운 국민의힘 내홍은 왜 시작됐나 [취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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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썽사나운 국민의힘 내홍은 왜 시작됐나 [취재일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9.05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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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달랐던 이준석과 윤핵관…공천권 두고 사생결단식 싸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 사이의 갈등이 잦아들 줄 모른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 사이의 갈등이 잦아들 줄 모른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사이의 갈등이 잦아들 줄 모릅니다. 국민의힘은 5일 제4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궐위된 경우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 ‘비상 상황’으로 규정됩니다. 비상 상황을 ‘당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상실 등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정한 당헌을 바꿔 새 비대위의 사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러자 이 전 대표는 새 비대위가 구성되는 즉시 개정된 당헌의 효력정지와 새 비대위원장·비대위원의 직무정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변이 없다면 당분간 이 전 대표와 윤핵관 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흐름입니다.

그렇다면 대선·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국민의힘은 왜 이렇게 볼썽사나운 내홍에 휩싸인 걸까요. 근본 원인은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출신 성분 차이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대선 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 쪽이 어떻게 사이가 좋겠어요.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윤 후보는 윤 후보대로 감정이 상했을 겁니다.”

그러나 대선과 지선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던 양자는 일단 갈등을 봉합하고 선거를 치렀습니다. 결과도 좋았죠. 하지만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파워 게임’이 재개됩니다.

방아쇠는 이 전 대표가 당겼습니다. 지선에서 승리한 다음 날인 6월 2일. 이 전 대표는 혁신위원회 구성을 선언했습니다. 12일에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제 제대로 자기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 대표로서 지선 승리와 대선 승리 등으로 우선 국민과 당원이 부여한 목표는 다 달성했으니 이제는 제가 이루고 싶은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한 정책을 담은 당을 만들기 위해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윤핵관은 이를 달리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건 계파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워딩 아니냐”며 “앞으로 당이 시끄러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공천 개혁을 ‘당권 싸움의 시작’으로 해석한 윤핵관은 이때부터 이 전 대표를 본격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천권이 걸린 만큼, 여론 악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전 대표를 비토하는 모양새였죠.

이 전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으로 타협하기보다는 특유의 ‘전투력’을 과시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당내에서도 ‘정치적 해결’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 전 대표의 선택은 ‘싸움’이었습니다.

이러자 윤핵관은 결국 이 전 대표 ‘찍어내기’에 나섰습니다. 윤리위를 열어 이 전 대표를 징계하고, 비대위 체제까지 수립했습니다. 이 전 대표도 가처분 신청을 하며 당내 갈등을 법원으로 가져갔습니다. 여기에 윤핵관은 당헌·당규 개정으로 맞서고, 이 전 대표는 다시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예고한 게 지금까지의 흐름입니다.

결국 이번 국민의힘 내홍은 당내 주도권, 보다 정확히는 차기 공천권을 사이에 둔 이 전 대표 측과 윤핵관 측의 ‘힘겨루기’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정치인들에게 공천권은 곧 절대권력입니다. 어느 한쪽이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전 대표도, 윤핵관도 정치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무난한 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홍준표 대구시장 말처럼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 돼버렸습니다. 과연 이 사생결단식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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