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절에 어렵사리 소망해보는 것들 [김형석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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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절에 어렵사리 소망해보는 것들 [김형석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2.09.09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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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개입 몰두, 민생 뒷전 돼선 안돼…‘팬덤’ 정치인 사라져야”
“‘따뜻한 자본주의’로의 진화 세계인 공감 얻어가고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형석 논설위원)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집중호우가 서울 중심가를 마비시킨데 이어 태풍 힌남노가 온나라를 훑고 지나갔다. 유난히 극성스럽던 올해 여름은 그렇게 물러갔다. 그러나 코로나와 경기 침체, 정치권의 쌈박질은 여전히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중이다. 와중에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더도 덜도 말고...’의 정신만 제대로 이어받아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조선 순조 때 김매순(金邁淳)이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서 한가위를 설명하며 쓴 구절이다. 한가위 행사가 삼국시대 초기부터 시작돼왔다니 김매순의 말이라기 보다는 2000년을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한가위 예찬인 셈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어떤 심정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는 소망을 내비쳤을까. 선선한 날씨, 부드러운 햇살, 황금빛 들판, 풍성한 먹거리, 한결 부드러워진 이웃의 모습들이 한가위 예찬을 절로 읊게 했음직하다. 좋은 계절 좋은 환경이 “이제 그만 하면 됐다!”라는 여유를 갖게 했을 것같다. ‘하나라도 더, 한 푼이라도 더!’를 열망하는 요즘의 세태와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역병, 불황, 정쟁에 둘러싸인 혼돈의 세월에서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조상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부자들이 ‘이만하면 됐지’라는 마음가짐만 갖는다면 어떨까. 국민들이 어지간한 상태에서 자족(自足)할 수 있다면 어떨까. 출세욕에 눈이 벌게져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법조인을 포함한 공직자, 학자, 언론인들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분명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대한민국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가장 기본적인 전제 하나가 빠졌다. 정치를 오염시키는 야바위꾼 수준의 정치인들이 최우선적으로 사라져야 한다. 검은 것을 희다고 우겨대고, 민생은 뒷전이고 이권 개입과 뒷돈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꾼들.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보다는 왕초에 대한 충성에 빠진 ‘팬덤’ 정치꾼들. 그런 5류 정치꾼들이 정치권에서 퇴출돼야 한다.

정치권 정화만으로도 앞으로 우리의 한가위는 더욱 밝아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따뜻한 사회, 착한 사회를 위하여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런 과한 욕심과 그를 이루려는 치열한 경쟁, 얼마간의 무리수 등이 합작해낸 성과물이기도 하다. 부인할 수 없는 지난 몇십 년 동안의 압축성장 과정이다.

그러나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그런 무원칙한 경쟁과 과욕의 시대에서 벗어나 다른 모습의 새로운 시대가 지구촌 전체에 다가오고 있음도 알아챌 수 있다.

빌 게이츠같은 부자들이 주창해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따뜻한 자본주의, 착한 자본주의’로의 진화다. 또 지구촌 곳곳에서 못된 후진적 정치권력이 시민권력에 의해 퇴출돼가고 있는 것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는 현상이다.

‘전’을 올리지 않게 된 차례상처럼 소박한 살림 속에서…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 및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송편, 고기구이(炙), 김치, 과일, 나물, 술잔 등 상차림이 9가지가 넘지 않도록 했다. 주로 며느리들이 담당해 고된 노동의 대명사가 돼왔던 '전 부치기'도 필요없다고 했다. 맛있는 전을 먹기만 하는 다른 식구들은 좀 섭섭해 하지만 주부들이 반기는 소리는 아주 높다. “진작에 그럴 일이지 후훗...!”

한가위를 맞아 중간 상인들이 적정 마진을 취해주면 서민들의 한가위 식탁은 한결 더 풍성해지리라. 뒤늦은 성균관의 반성에 따라 전 부치는 중노동에서 해방된 며느리들로 인해 식구들 모임은 더욱 화기애애해질 터다. 이번 한가위를 기점으로 조상들의 “더도 말고 덜도 말고…”와 닮은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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