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선 떠오른 노란봉투법…쟁점은?
스크롤 이동 상태바
여야 전선 떠오른 노란봉투법…쟁점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9.08 2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배 청구가 노조 활동 위축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위헌 소지 있어…손배 제한하기보단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노란봉투법’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이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CJ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등 올해 파업 사태를 겪은 대기업들이 잇따라 노동조합을 상대로 불법 쟁의에 대한 금전적 배상 요구에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시사하면서다.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5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나 가압류 조치는 노동 기본권을 넘어 노동자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 입법이 시급하다”며 “반드시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내놓은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에도 노란봉투법을 포함시켰다.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한 성금이 노란 봉투에 담겨 전달된 데서 유래한 이 법안은, 노사 쟁의로 타격을 입은 기업이 노조나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선 기업의 ‘사후적 탄압’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불법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배청구권이 노동3권을 제약하기 위해 악용된다는 점을 꼬집는다. 천문학적 액수의 손배를 요구받은 노조나 조합원은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노조의 와해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노조를 탈퇴하면 손배를 취하해주겠다’는 사측의 압박 사실이 드러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박영기 전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은 5일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조 관계자들이 국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 노조와 조합원이 500억 원을 갚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사는 먼저 노동조합의 재산과 조합원들의 임금과 재산에 대한 가압류 소송을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는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맘대로 길들일 수 있는 전가의 보도를 지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 하에서는 하청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쟁의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도 민주당이 가진 문제의식 중 하나다. 직접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하청노동자와 특고의 원청에 대한 쟁의행위는 그 자체가 불법인데, 원청이 불법 파업에 대해 손배청구권을 행사하면 하청노동자와 특고의 쟁의권은 근본적으로 박탈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성희 고대노동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6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2022 한국노동사회포럼’에서 “실정법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와 하청에도 법과 원칙만 강조하면 (이들은) 다 불법이 된다”면서 “정부가 법과 원칙을 주장할 때 실정법의 사각지대와 충돌하는 지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노란봉투법은) 강성노조의 불법 파업에 면죄부까지 주는 결과가 된다”면서 “긴박한 국제 정세로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들을 굉장히 힘들게 만드는, 두 번 죽이는 방향이기 때문에 좀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헌적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이미 우리 법은 합법 파업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면책을 해주도록 돼있다”면서 “결국 노란봉투법이라는 건 불법행위에 대해서 민·형사상 면책을 하라는 건데, 민법상 고의·과실이 있으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기본 법리에 어긋난다. 위헌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손배 제한이 아니라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혀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 원장도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악질적인 손배·가압류의 해결을 위해 근본적으로는 단체교섭의 대상, 쟁의행위의 대상과 목적을 확대해야 하며,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특고·플랫폼 노동자도 노조법상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방향의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때문에 노란봉투법이 민주당의 ‘정쟁용 법안’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미 여러 차례 발의됐던 법안임에도 문재인 정부 때는 전혀 논의하지 않다가 이제야 추진하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입법의 목적 자체가 불순하다”며 “민주당이 아무리 우군 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입법 폭주로는 국민적 지탄만 받을 것”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