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惡風-파괴되는 정치권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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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惡風-파괴되는 정치권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9.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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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국회우려...3권분립 위기
‘야당 탄압' 둔갑시키는 혹세무민
‘이재명 방탄’ 총력전 나선 민주당
민생외면 죽기살기 법원에 국민의힘
정체성 추락...해법(解法)이 안보인다
당리당략 떠나 국민 삶 우선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20대 대선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17일 당대표 출마 선언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20대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 건이 정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야당에서는 정치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권이 온통 사법진통이다. 여야가 정기국회 문을 열자마자 전례없는 ‘사법 리스크' 소용돌이로 휘말렸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와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아 전격 기소됐다. 

그러나 이 대표와 관련, 대장동 사업 허위발언 고발 사건 등은 불기소 처분됐다. 국민의힘은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항을 예고했지만 곧장 당의 ‘집안싸움’을 멈추기는 쉽지 않고, 민주당은 “여기서 밀리면 당이 끝장이다”라며 아직도 항전할 태세다. 검찰이 법인카드 불법사용 의혹 등을 넘어 대장동 특혜 비리,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의 수사를 확대하는 이상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김건희 특검’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정치권 안팎에선 역대 최악의 정기국회가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3권분립 위기설까지 나온다. 새로운 악풍(惡風)이다. 

6년 임기를 마친 김재형 대법관은 퇴임식에서 "정치•입법의 영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인데도 법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개탄했다. 그는 "그런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지금 국정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여당의 내분 사태와 한일 관계에 큰 짐이 되고 있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도 정치•외교로 풀었어야 마땅한 일이다.

대화•타협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해법을 찾았어야 하는데도 "유죄와 무죄, 위법과 합법을 가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니 일도양단이다. 한쪽은 합법•무죄가 되고, 다른 쪽은 위법•유죄가 된다. 한쪽의 일방적 승리 또는 패배다. 대화와 타협의 여지는 더 좁아지고 정치는 더 망가질 수 밖에 없다.

일방적 승리 또는 패배...정치 더 망가져

여야가 가장 심하게 격돌하는 지점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 건이다. 이 대표의 검찰 소환통보 소식을 접한 민주당은 연일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제1 야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면전 선포”라고 규정하면서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소환은 한국 정치사에 전례가 드문 일로,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가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이 ‘비상 의원총회’를 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제는 이 같은 여야의 극한 대치가 지속되는 탓에 민생이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검경이 이 대표와 관련해 동시 수사를 하고 있고, 진실 여부와 관련해 국민적 관심도 역시 높은 만큼 수사 확대는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정치보복”, 국민의힘은 “진실규명 차원”이라고 맞서 팽팽한 대치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민주당이 “이제는 전쟁입니다”라며 이 대표 소환을 ‘전쟁 선포’로 규정한 이상 협치는 물 건너가고, 정기국회 내내 국회가 파행으로 날을 지새울 가능성이 작지 않다.

여당 내분 사태도 딱 그런 꼴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승리했다. 그러자 '윤핵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측근 그룹은 전국위원회에서 당헌을 고쳐 새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역시도 법원에 들고 갈 태세다.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한쪽은 완승을, 다른 한쪽은 완패를 하게 된다. 죽기 살기식 내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여당이 정치 실종 상태이니 법인세 인하와 같은 민생 현안도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정치의 사법화’...이제 좀 자중하라

정치적 갈등을 정치로 풀지 못해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정치의 사법화’가 수위를 넘어섰다. 법원 눈치를 보며 당헌 개정이란 편법을 동원하고, 법원 결정에 지도부의 정당성이 좌우되는 집권여당 모습은 결코 정상일 수 없다. 정치는 사회 구성원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첨예한 갈등을 조율하는 일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정당을 결성하는 것인데, 정작 당내 갈등도 해결하지 못해 법원으로 달려가는 당을 어떤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출석 요구를 연일 '정치 보복' '야당 탄압'으로 몰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민주당은 "야당 대표를 소환하려는 만행" "대국민 선전포고" "국면 전환용 수사"라는 비판을 쏟아낸 데 이어 조정식 사무총장이 "제1야당 대표 소환은 한국 정치사에 전례가 드문 일로 명백한 정치 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정부와 검찰을 공격했다.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에 대한 모욕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프레임 씌우기'이다. '정치 보복' '야당 탄압'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 대표가 연루 의심을 받는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됐어야 한다. 하지만 수사는 문재인 정부 때 시작됐다. 우리 편을 '탄압'하고 '정치 보복'하는 집권 세력도 있나?

‘정치 보복’ 프레임을 씌워선 안 된다.

문 정부 때 이 대표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친문 정권 검사'들이 뭉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소환 통보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법치의 회복'이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오는 9일까지 기소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재명 봐주기' 즉 검찰의 직무 유기가 된다.

이런 거짓말을 덮어 버린다면 법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사당(私黨)'임을 자인하는, 수치스러운 법치 파괴 선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를 결정한다.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민주당이 공당인지 '이재명 사당'인지 재확인될 것이다.

이 대표 본인과 지지층, 민주당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와 관련된 사건들에 ‘야당 탄압’이나 ‘정치 보복’ 프레임을 씌워선 안 된다.  출두 요청을 받은 사건은 물론 다른 모든 혐의들도 민주당 차원의 ‘투쟁’이나 민주당 대표로서의 행위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개인 비위(非違) 의혹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제기되고, 수사도 시작된 사건들이다.

공명정대 수사 이뤄져야

우선, 이번에 출두를 요구받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전 국민이 목격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는 경기지사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백현동) 부지의 4단계 상향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 협박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국토부는 그렇지 않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 대표는 “말꼬투리 하나”라고 했지만, 결코 그런 사소한 일이 아니다. 당당히 소환에 응해 법적으로 따지는 게 정도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변호사비•경기도 법인카드 등과 관련된 혐의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말대로 제1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은 한국 정치사에서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 사태는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비리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고, 다시 두 달 만에 당 대표가 됐다. 민주당은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까지 뜯어고쳤다. 민주당 스스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떠안고 겹겹이 ‘방탄막’까지 둘러 놓은 것이다.

검찰도 공명정대한 수사로 불필요한 의심을 살 여지를 없애야 한다. 이번 출석 통보는 위례 신도시 재개발 사업 관련 압수수색을 벌인 직후 이뤄져 민주당의 위기 의식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통보한 출석일은 여야가 민심의 향방에 신경이 곤두선 추석 연휴 직전이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의 말대로 한 치 논란도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소환 통보를 받은 혐의 이외에도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수사는 여러 건이다. 그간 당 안팎에서 그의 '사법 리스크'가 거론된 이유다. 총선에서 연고도 없는 곳에서 배지를 달고, 당헌을 고치거나 대표에 출마한 것이 이에 대비한 '방탄용'이란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물 안 든 물총 안 두렵다"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방탄용이냐"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렇다면 야당 측이 이번에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을 빌미로 영수회담 성사 등 여당과의 협치와 연계하려는 것도 구태다. 압도적 의석을 지렛대 삼아 민생현안을 볼모로 삼으려는 후진적 정치행태라는 점에서다. 헌법은 제11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방탄막 뒤에 숨을 게 아니라 차제에 검찰에 당당하게 출석해 논란을 종식시키기 바란다.

나라살림 곳곳이 의문

파행은 곳곳에 도사린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5명 전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 권고안이 당원총투표에서 부결됐다. 찬성 40.75%, 반대 59.25%였다. 비례대표 의원 사퇴 권고를 위해 당원총투표를 실시한 것 자체가 우리 정당사에 유례가 없다. 투표율도 42%를 넘었다. 큰 혼란은 피했지만 진보 집권을 내걸고 2012년 첫발을 내디딘 정의당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정의당은 창당 후 10년 동안 선거제도 개편 등을 통한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골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가 ‘위성정당’ 뒤통수를 맞기도 했다. 불평등 구조 등 진보 의제에 대해 자기만의 목소리와 대안을 내는 것엔 소홀했다. 이런 것들이 쌓이며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정체성이 뭔지 흐릿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나라살림이다. 정기국회가 지난 1일 개회하고 이튿날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100일의 회기 중 예산안을 심의•조정해 확정해야 한다. 이번 예산안은 새 정부가 처음 낸 것으로 그동안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해 긴축으로 선회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야간 정쟁이 극심한 상황이어서 심의가 원활히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국민지탄 면치 못할것

여야가 지난주 일시적 2주택자와 고령자 등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경감 방안을 놓고 벌인 협상도 예산안 심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는 진통 끝에 관련 법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종부세 과세 기준 공시가격 상향 조정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며 예산안 심의도 파행시킬 우려가 적지 않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둘러싸고 검찰이 최근 이재명 대표를 소환한데 대해 민주당이 “정치 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국민의힘은 “범죄와의 전쟁”이라며 맞서는 등 여야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이 길어져선 안 된다. 어떤 당파적 이익도 민생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여야가 눈앞에 닥친 ‘발등의 불’을 끄는 데 정신이 없어 각종 민생법안 처리와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 국회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복합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데 정쟁만 일삼는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치로 풀 일은 정치로 풀어야 정상이다. 국민의힘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 정부도 조속히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법원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는 스스로 정치•외교력의 무능을 자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국민은 이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사법리스크'의 큰 지렛대로 국가흥망의 수단과 방법들이 무차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는 진실을 .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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