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13년만에 최고, 서민 경제 결정타 [일상스케치(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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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 13년만에 최고, 서민 경제 결정타 [일상스케치(52)]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09.11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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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비 등 30년 만에 최고치
라면값·전기 요금 등 인상 예고
국제 유가와 달러 상승여부가 변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곡물가, 유가인상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꾸준히 증가세였던 소비자물가가 최근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상승세라 약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치를 기록했다. 이에 서민의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작년 동월 대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를 기록했다. 지난 7월부터 국제유가 급등세가 누그러지면서 8월 소비자물가 증가세가 한 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으나,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줄줄이 가격 인상 예고

품목별로 보면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와 폭염의 영향으로 채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1%)의 가격은 놀라울 정도다. 여름 폭우로 금수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야채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더니, 이제 집중폭우와 태풍 힌남노까지 겹치면서 금치(시금치) 금추(배추)가 현실이 된 것이다.

여기에 자장면·설렁탕 등 주로 외식 품목으로 구성된 음식서비스의 경우 1년 전보다 8.8% 올라 1992년 10월(8.9%) 이후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로 갈비탕(13.0%), 김밥(12.2%), 해장국(12.1%), 햄버거(11.6%) 등이 많이 올랐고, 치킨(11.4%), 생선회(9.8%) 등의 가격이 오른 탓도 크다. 이와 함께 식자재와 인건비 상승까지, 연내 9%를 찍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추석 이후 가공식품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먹거리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농심이 이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 가격을 각각 11.3%, 5.7% 인상하며, 오리온도 9년간 가격을 동결해 온 초코파이를 비롯해 제과류의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수용한 낙농가 측은 최근 사료 가격 급등에 따른 생산비 증가 등을 이유로 원유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경우 우유를 비롯해 제과, 커피전문점 등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게 된다.

또한 택시 요금,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도 예고돼 서민들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800원에서 내년에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거리요금과 시간요금 기준도 올린다.

이어 오는 10월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이 또한 서민의 물가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소득 낮을수록 부담 커져

먹거리 물가의 상승세에 서민의 시름이 깊어진다. 소득별로 보면 2분위 가구가 24.6%, 3 분위가 21.7%, 4 분위가 18.9%, 5 분위가 14.0%로 소득이 낮을수록 먹거리 지출 비중이 커져 장보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무엇보다 고물가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먹거리 품목 중심으로 물가가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무, 배추, 갈치 등 일부 품목은 태풍 발생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 태풍으로 인한 농산물 작황 악화, 10월 대체공휴일 영향으로 외식 수요까지 늘어나면 먹거리 물가를 자극, 서민들이 느끼는 지출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 중심으로 큰 피해를 내면서 농수산물의 수확과 어획 물류 등에 차질이 발생, 가뜩이나 채솟값을 중심으로 치솟는 먹거리 물가를 더욱 자극했다.

이번 여름 무더위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실제 거래되는 농산물 가격은 심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추석 상에 올라가는 삼색나물 가운데 하나인 시금치 가격이 예년에는 한단 4000~5000원에 거래되던 것이 올 추석에는 1만 원을 넘었다. 무도 2000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5000원으로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또한 시민들은 휴게소 물가 상승에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 누리꾼은 "휴게소 음식이 너무 비싸서 중장거리를 갈 때는 휴게소에서 화장실만 이용한다"며 "주전부리는 마트에서, 식사는 김밥이나 도시락을 싸가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휴게소 음식이 너무 비싸서 손이 안 가더라"라고 전했다.

물가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낮춰 살림살이를 더 팍팍하고 어렵게 만든다. 추석 명절 물가 안정대책을 마련했지만 태풍 힌남노 피해까지 더해져 불붙은 물가 상승세는 추석 연휴가 지난 뒤에도 꺾이기는 어려워, 서민들은 허리띠를 바짝 조이며 긴축에 긴축을 해야 할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증가세 지속 가능성

한국은행은 지난 2일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뒤 가진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유가 추이,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반등과 원/달러 환율 급등,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이 향후 물가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에는 국제유가 하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지난 6월 8일 배럴당 117.5달러(약 16만 원)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 가격은 점차 하락해 8월 16일 93.46달러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국내 석유류 가격은 전월보다 10% 떨어지며 전체 물가를 0.57% 포인트(p) 끌어내렸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지난 8월 29일 두바이유 가격이 다시 101.86달러까지 뛰는 등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불안한 모습이란 점에서다. 원유 최대 수출국이자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원유 감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겨울을 앞둔 북반구의 에너지 수요 증가로 향후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9월부터 경유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휘발유 가격은 소폭 반등한 만큼 10월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가 정점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라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연세대 김정식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은 원/달러 환율, 국제유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물가상승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달러당 원화값"이므로 "미국이 연말까지 금리를 계속 높일 계획인 만큼 달러 강세에 의해 원화값은 계속 낮아져 1400원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물가 정점론에는 전문가들 역시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선진국의 물가 안정책 영향으로 당분간은 한국 물가도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대외 요인과 원화값 하락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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