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경 “나부터 행복해야 행복한 동반성장 관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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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경 “나부터 행복해야 행복한 동반성장 관계 이룬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9.13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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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포럼(84)] 유인경 전 〈경향신문〉 부국장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허허허", "하하하하", "깔깔깔"

항상 '엄근진'(엄숙·근엄·진지) 분위기 일색이던 동반성장포럼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지난 8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89회 동반성장포럼 강연자로 나선 유인경 전 〈경향신문〉 부국장의 재치 넘치는 입담에 좌중에 폭소가 터진 것이다. 그의 도발적이고 거침없는 표현에 참석자들은 이따금 움찔움찔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우리나라 언론계에서 인터뷰를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할 말은 다하는데 기분 나쁘지 않게 한다는 의미에서 유명하다"는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소개말에 수긍이 갔다.

이날 유 전 부국장은 '동반성장의 핵심 키워드, 관계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연단에 서 우리나라에서 동반성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동반성장이 정착하지 못한 건 '관계' 때문이라고 했다. 동반성장이라는 표현 자체에서부터 거부 반응을 느끼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이 같은 거부감이 각 동반성장 주체들의 관계를 매끄럽게 하지 못하게 해 동반성장 문화가 뿌리내리는 걸 지연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유 전 부국장은 평화로운 동반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선 동반성장 주체간 평화로운 관계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자기 자신부터 행복해야 행복한 동반성장 관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동반성장 관계 만들 다섯 가지 키워드
Accept, Be my self, Choice, Diamond, Empathy


방송인이자 작가인 유인경 전 〈경향신문〉 부국장이 지난 8일 열린 동반성장포럼에서 '동반성장의 핵심 키워드, 관계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시사오늘
방송인이자 작가인 유인경 전 〈경향신문〉 부국장이 지난 8일 열린 동반성장포럼에서 '동반성장의 핵심 키워드, 관계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시사오늘

유 전 부국장은 동반성장 주체간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다섯 가지 키워드로 'Accept', 'Be my self', 'Choice', 'Diamond', 'Empathy'를 제시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타인을 받아들이되, 나다움을 찾아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아야 하고, 자신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을 선별해 멘토로 삼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각도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잘 만들어진 다이아몬드처럼 관계를 연마하고, 타인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은 참 아름다운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선 아름답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동반성장을 화두로 잡고 나서부터 많은 고통을 받지 않았는가. (좌중 웃음) 우리나라에선 아직 동반성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동반성장 주체간 관계를 매끄럽지 하지 못하게 하는 경향이 짙다. 동반성장 주체간 관계의 핵심, 그것이 뭔지 고민하고 관계를 잘 형성하게끔 만들어야 국가와 국민, 기업과 노동자 등 동반성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받아들여야 한다. 관계에서 받아들이라는 건 다름을 인정하라는 의미다. 21세기에선 곧 정년을 앞둔 꼰대세대, 베이비부머세대, X세대, 밀레니얼세대, Z세대 등 다섯 세대가 공존한다. 세대에 따라 너무나 다른 생각을 하고, 가치관 차이도 크고, 쓰는 언어도 다르다. 세대 갈등이 무척 심하다. 또한 지금은 감수성의 시대다. 관습법이 다 무너진 시대다. 개인의 모든 경력, 인생까지도 말 한마디에 망가질 수 있다. 젠더감수성 정말 예민해 졌다. 예쁘다고 하면 예전엔 감사하게 받아들였는데 요즘엔 불쾌하다고 성희롱으로 걸린다. 꼭 여성과 남성 문제가 아니다. 한 50대 여성 직장인이 신혼여행 다녀온 후배한테 '허리 멀쩡하냐'고 물었다가 사내 게시판이 난리가 나서 관뒀다고 한다. 인권감수성도 그렇다. 사적영역 민감하다. 출근길 지하철역에서부터 만난 후배랑 대화를 하면서 회사에 가는데 그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더라. '선배, 이 정문부터 공적영역인데 내 사적영역을 망쳤다'고.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사는 시대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이런 말을 할 수 있겠구나, 받아들여야 한다.

무조건 항복하라거나, 이해하라는 뜻이 아니다. 인간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와 관찰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든 연구하면 다 용서가 된다. 이해하려고 하면 나만 속상하다. 내 스스로 평화를 위해서, 내 스스로 행복을 위해서 타인을 연구해야 한다. 내가 평화롭지 않고,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남한테 잘해줄 수 없다."

유 전 부국장은 다른 동반성장 주체들과의 관계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도 시종일관 '나 자신'에 방점을 찍었다. 나부터 바로서야 타인들과의 관계도 바로설 수 있고, 그래야 동반성장을 꾀하는 게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치는 데에 집중했다.

"Be my self, 나다움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은 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남들한테 인정받으려고 하고, 좋은 사람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 맞추다가 보면 자신의 정체성과 색깔이 어느 순간 사라진다. '나 이런 사람인데 어쩌라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성찰하라',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들을 분명히 알고, 이 앎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주변에 보여줘야 한다. '나 이런 사람인데 앞으로 소통합시다, 같이 손잡고 갑시다' 이러자는 거다. 예를 들면 과거 기자 시절 정운찬 전 총리 인터뷰를 할 때 인상 깊었던 게 최고의 석학 중 하나로 꼽히는 사람임에도 모르는 건 '모른다'고 얘기하더라. 보통 학자나 유명인들은 다 아는 척을 한다. 모르는 게 없이 질문을 하면 다 대답이 나온다. 그런데 정 전 총리는 '그건 내가 잘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진솔함, 자기만의 고유 색깔을 찾는 것, 그게 나 자신에게 평화로움을 준다.

바로 이어지는 키워드가 초이스다. 인맥이 풍성하다, 지인들 많다, 이건 자랑거리가 아니라고 본다. 나무들 가지치기 하듯이 관계도 잘라내고 쳐내야 한다. 단순 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같이 갈 사람과 안 갈 사람, 배울 것과 안 배울 것들을 정하자는 의미다. 특히 끊임없이 무례한 말을 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 별일도 아닌 걸로 시간 잡아먹는 사람들, 남에게 고민덩어리를 던지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은은하게 손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기운 떨어뜨리는 사람, 내 시간 좀먹는 사람들, 내 마음 무거워지게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얘기 듣고 설득하고 회유할 시간에 흘려들으면서 적절한 거리 두기 하는 게 낫다. 그러면서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 이 사람은 이런 점이 훌륭하니 이걸 배워야지 하고 항상 살피면서 고민해야 한다. 한 사람은 책 1만 권의 히스토리를 갖고 있다고 한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안 할 건 안 하고, 사람들의 언어와 행동, 철학과 사고를 끈임없이 선택적으로 배우고 끊고 해야 한다. 내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 내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야 한다."

그는 연령대, 소득수준, 사회적 위치 등과 무관하게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이를 잘 연마해 다이아몬드형 관계를 구축하는 게 동반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동반성장 관계가 깨지는 주된 요인은 결국 사람이라는 이유에서다.

"내가 이번 강연 주제를 '관계'로 정한 건 내 딸 때문이다. 최근에 딸이 나한테 그러더라. 한 사람이 회사 등 조직을 떠나는 배경엔 '이 사람이랑 더는 일 못하겠어'하는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이 깔려있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중소기업, 노동계 등 동반성장 주체간, 특히 구성원간 갈등이 우리 사회가 동반성장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지 않느냐. 이를 방지하려면 다이아몬드형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에 80세가 넘으신 한 평범한 어르신을 만났는데 독서클럽, 산악회 등 매일 다른 모임을 갖으며 참 활기찬 생활을 하더라. 인생 선배도 만나고, 동년배도 만나고, 젊은 친구들과도 만난다고 했다. 재산이 많은 분도, 명예가 높은 분도 아닌데 참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보통 우리들은 항상 주변 사람, 지인들과만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배움을 이루려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어르신들에겐 학식과 무관하게 경륜, 연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지식과는 달리 지혜는 밥그릇에 따라 갈린다. 동년배들에겐 같은 시대 동세대들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얻는다. 중학교 동창 만나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교 동창 만나면 고등학생으로 되돌아간다. 젊은 사람들에게도 기꺼이 투자해야 한다. 아무리 어리고, 경우 없어 보이고, 무례해도 결국 새로운 정보를 들려주고, 나중에 힘이 떨어질 때 우릴 도와주는 사람들이 바로 젋은 친구들이다. 다양한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연마하면, 내 생각도 자연스럽게 다양해지고 연마된다."

 

동반성장 관계로 가는 단 한마디…‘괜찮아?’


유 전 부국장은 동반성장 관계를 만드는 마지막 키워드인 Empathy를 소개하면서 이번 강연의 핵심을 짚었다. 그는 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공감 능력을 꼽으며,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관계가 평온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타인과 '괜찮아?'를 서로 물어보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괜찮아?'라고 되물며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은 다 외롭다. 인정받고 싶어하고, 고독하다. 왜 외롭고 고독할까. 공감해줄 사람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우울증 걸린 사람들 보면 꼭 빈곤층이라서, 사회적 지위가 낮아서가 아니라 '당신 멋져, 고마워' 이런 말들 듣지 못한 경우가 많다. 관계 형성에선 공감력이 중요하다. 보통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약한 게 공감력이라고 하는데, 여자들도 나이 들면 공감력이 떨어진다. 꽃 사주면 쓰레기 어떻게 치우나 이런 얘기나 한다. 관계가 망가진다. 남자들은 아프면 병원 가라고 했는데 왜 안 가느냐 이런 말이나 한다. 적절한 리액션, 특히 '괜찮아'라는 말 하나만으로도 여생이 편해진다.

예전에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 故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YS는 기사에 쓸 말을 거의 안 했다. 무슨 말을 해도 '다음에 답변하겠다', '참 좋은 질문인데 진중히 생각해서 다음에 대답하겠다'며 말을 돌리고, 엉뚱한 얘기만 했다. 반면, DJ는 컴퓨터 같았다. 인터뷰 1시간 약속하면 60분 지나고 바로 끝내더라. 답변도 다 준비돼 있었다. 잘 듣지 못했는데 다시 얘기해 달라고 하면 방금 얘기했던 그대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시 말했다. (좌중 웃음) 그런데 왜 YS가 먼저 대통령이 됐을까. 왜 상도동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동교동은 해체됐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YS는 '괜찮아'라고 잘 물어봤다. 10년 만에 본 사람인데도 과거에 부모님 아팠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괜찮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수년 전에 본 사람들 얼굴도 다 기억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기억력이 좋느냐고 어느 상도동 관계자에게 질문했더니 'YS는 책을 잘 안 읽는 만큼, 사람 기억을 잘한다'고 대답하더라. (좌중 웃음)

사람들은 해결책을 바라지 않는다. 병원에 가라, 예약해 주겠다, 이런 말들 필요가 없다. '괜찮아?'라는 위로의 말이 최고다. 가족, 직장, 기업, 정부 등 모든 인간관계가 다 서로 '괜찮아?'를 물어보는 관계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나 지금 괜찮은가 하고 자꾸 되물으면서 확인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건 '그래, 나 괜찮아'라고 날 다독거리는 게 필요하다. 그게 바로 회복탄력성 강화로 이어진다."

유인경 전 〈경향신문〉 부국장 ⓒ 시사오늘
유인경 전 〈경향신문〉 부국장 ⓒ 시사오늘

강연이 끝난 후 한 청중이 유 전 부국장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Accept, Be my self, Choice, Diamond, Empathy 등 다섯 가지 키워드가 정부, 기업 등 거시적 차원의 동반성장 관계 구축과 연결될 수 있는냐는 물음이었다. 잠시 멈칫하던 유 전 부국장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부분은 저도 비전문가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동반성장연구소와 함께 앞으로 그런 방법론을 고민하고 연구하겠습니다"라고. 유 전 부국장이 언급한 Be my self, 진솔함의 사례를 유 전 부국장의 답변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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