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고환율 비상’…가격 인상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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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고환율 비상’…가격 인상 현실화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09.14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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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고점 갱신…원자재 수입 부담 커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식품업계가 원자재 가격 부담을 이유로 상품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가운데 추석이후에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코너. ⓒ뉴시스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국내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정세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곡물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1390원을 넘어섰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지난 6월 1300원을 돌파한 뒤 계속 고점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국내 시장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고환율 기조가 길어지면 식품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요 식품 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환율 상승에 따라 세후 이익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CJ제일제당은 외화(USD)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10% 상승할 시 연결회사의 세후 이익은 148억1310만 원의 손해를 본다. 자본에 대한 영향도 –95억4390만 원으로 예상됐다.

농심도 지난해 연결기준 원화 환율 변동에 대한 환위험을 측정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농심은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당기 손익이 28억1072만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 역시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에 7억2577만 원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수급 부담이 커지며 가격 인상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올린다. 오리온도 오는 15일부로 전체 60개 생산제품 중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한다. 팔도는 다음달 1일부로 라면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국제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은 오는 2023년 초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고, 달러화도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하 협회)은 ‘국제원자재 가격과 원화환율의 변동요인 및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러-우 사태 종전, OPEC+의 점진적 증산 등으로 공급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는 오는 2023년 1분기에 95달러 내외로, 원·달러 환율은 1250원대까지 하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정책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지금은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협회는 “밀, 옥수수 등 농산품은 파종-수확-재배까지의 경작기간이 길어 공급 경직성이 높은 탓에 중·단기적으로는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무역수지 적자와 경제성장률 둔화는 올해 하반기 중 대외여건 개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물가 안정은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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