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통일’ 동원그룹…M&A 큰손 김남정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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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통일’ 동원그룹…M&A 큰손 김남정 ‘더 커진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9.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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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의사결정 가능한 구조에 '빅딜' 위한 실탄 장착까지
일각선 '스타키스트' 美 증시 상장 집중하기 위한 포석 분석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동원그룹이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산업 합병을 주총에서 의결했다 ⓒ 동원그룹
동원그룹이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산업 합병을 주총에서 의결했다 ⓒ 동원그룹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조만간 마무리된다. 중간 지배사인 동원산업과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으로 컨트롤 타워 통일이 이뤄지는 만큼, M&A 시장에서 큰손이라 불리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김재철 명예회장 차남)의 기업 인수합병 작업이 더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동원그룹은 '동원산업-동원엔터, 합병 의안 통과…경영 효율 및 지속성장 도모'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동원산업 임시주주총회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동원그룹 측은 "기업·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합병"이라며 "합병과 관련한 남은 절차를 적법하고 투명하게 마무리하면서 그룹 성장 로드맵과 시너지 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합병 추진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둘러싸고 불거진 오너일가 챙기기 의혹에 대해선 "최초 합병비율 산정시 기준시가 데이터를 기준으로 했으나 일부 주주들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며 자산가치 기준의 합병비율을 다시 제시했다"고 재차 일축하면서 "시장의 의견을 고려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귀감이 되는 사례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그간 동원그룹은 '김재철·김남정 오너일가-동원엔터프라이즈(지주회사)-동원산업(중간 지배회사)-자회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지배구조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기존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소멸되고, 중간 지배사인 동원산업이 사업지주사로 거듭나게 돼 이 같은 비효율적 지배구조에서 벗어나게 됐다.

다만, 기존 옥상옥 지배구조에서도 이미 경영권 승계가 완성돼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의 지배력이 굳건했고 그룹 경영활동 역시 원활하게 전개된 만큼, 관련 업계에선 동원그룹이 내세운 명분인 '경영 효율화'가 아니라 M&A 확대, 자회사 상장 등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둔 합병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근거는 '김남정'이라는 존재, 그리고 '현금'이다.

김남정 부회장은 여러 M&A를 주도하며 동원그룹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주입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오너 경영인이다. 그가 부회장 승진 후 2014년 매입한 산업용특수필름업체인 한진피앤씨는 동원그룹 품 안에 들어간 이듬해 흑자전환에 성공, 2017년 동원시스템즈에 흡수합병되기 전까지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렸다. 같은 해 사들인 테크팩솔루션(2021년 동원시스템즈에 흡수합병), AMPAS(현 TALOFA SYSTEMS AMERICAN SAMOA, INC.) 등도 해마다 수십억~수백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또한 2015년 인수한 베트남 포장재업체인 TTP(탄티엔패키징), MVP(미잉비에트패키징) 역시 매년 수십억 원 가량의 순이익을 내며 수익성 확보에 기여했으며, 2016년 4250억 원을 투입해 사들인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은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찍어 고(高)가 인수 논란을 잠재웠따. 최근 고물가·고환율 등 여파로 TTP, 2017년 동원F&B 품에 들어간 동원팜스(구 두산생물자원) 등이 적자전환하는 등 주춤하곤 있으나 김 부회장의 M&A 수완은 이미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동부익스프레스 등 몇몇 사례를 제외하곤 '빅딜'은 많지 않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산업 합병으로 김 부회장은 투자운용 자금을 대거 확보하며 빅딜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컨트롤 타워 통일로 인해 신속한 의사결정도 이뤄지게 됐다.

기존 순수지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 상표권 사용료, 용역 서비스 비용 등이 매출의 전부인 회사다. 동원냉장(2019년 동원산업에 흡수합병)의 자산 매각에 따른 고액 배당이 있던 2018년, 자회사인 동원시스템즈로부터 매입한 또 다른 자회사인 동원건설산업의 배당 재개가 이뤄진 2021년을 제외하곤 최근 수년 동안 별도기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200억 원대 초중반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상반기 기준 108억4518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13% 감소했다. 반면, 동원그룹의 핵심 회사인 동원산업의 최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1007억6958만 원, 2021년 1027억8647만 원 등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풍부한 편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동원그룹과 김 부회장이 자회사 IPO(기업공개)을 위한 포석을 둔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동원산업 아래 있는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과거 동원그룹과 김 부회장은 스타키스트의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돌연 보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실적 부진, 진짜 이유는 2012년 현지에서 참치캔 정량 사기 판매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었다. 이후 2015년 미국 법무부에서 참치 가격 담합 혐의로 스타키스트를 기소했고, 2018년에는 현지 대형마트와 소비자들까지 같은 이유로 스타키스트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에 들어갔다. 2019년에는 돌고래 생태계 파괴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들로 스타키스트 상장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A 확대보다는 스타키스트 상장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기 위한 합병이라고 본다. 미국 참치캔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고, 간편식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현 시점에서 스타키스트 상장만큼 동원그룹과 오너일가에 돈을 갖다줄 만한 게 없다"며 "이번 합병을 계기로 최근 고물가,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동원그룹에서 최적의 상장 기회를 다시 엿볼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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