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타격 명문화’…尹 ‘담대한 核 구상’ 충돌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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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 타격 명문화’…尹 ‘담대한 核 구상’ 충돌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09.1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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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고립만 심화시킬 것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평화쇼' 탓
‘가짜 비핵화 쇼’의 참담한 결말
법에 못박은 북한의 위험한 도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북한 정권수립 74주년(9·9절)을 맞이해 지난 8일 평양 만수대기슭에서 경축행사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 정권수립 74주년(9·9절)을 맞이해 지난 8일 평양 만수대기슭에서 경축행사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선제 핵 공격’을 법제화했다. 자의적으로 해석해 선제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길을 법적으로 열어놓고 위협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절대로 먼저 핵 포기란 없다”며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됐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북한은 거듭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실전배치를 넘어 발사 단추도 얼마든지 누르겠다는 의지까지 분명히 한 셈이다.

김정은의 쇼에 놀아난 민주당은 ‘핵 선제 타격’ 법제화 소식이 전해진 지 사흘이 지나도록 공식 논평 하나 내지 않고 있다. 어떻게 제1 야당이라고 할 수 있나. 이재명 대표가 뒤늦게 “제재·압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대북 포용과 대화·협력 주문하며 ‘강한 유감’을 표한 게 전부였다. ‘가짜 평화 쇼’로 핵·미사일 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준 것도 모자라 아직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 건가. 이게 문 정권과 민주당이 5년 내내 강행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결과인가.

북한이 선제 핵 공격 카드로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북한 달래기에 급급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 쇼’에 매달려 북한에 핵·미사일 고도화 시간만 벌어줬다. 그런데도 정책 실패에 책임이 큰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절박한 것은 한반도 평화이고 비핵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평화 타령만 되풀이했다.

1인독재 핵법제화…역사상 유례없는 일

북한의 핵무기 사용 법제화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도 차질을 빚게 만든다. 윤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 밝힌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식량공급과 전력 및 항만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경제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담대한 구상의 전제조건인 비핵화를 부정한 것이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긴 하다. 북한은 윤 대통령의 8·15 경축사 직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이 핵무기 법제화까지 공표하면서 남북대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내놓은 핵무력 정책 법령은 1항부터 11항까지 번호를 붙여 핵무력 사명, 구성, 지휘통제, 집행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3항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이어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 단행된다”고 밝혔다. 1인 독재정권 수호를 위한 핵무기 사용 정책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말문이 막힌다.

체제 지탱 최후보루 ‘핵’

김정은은 법령을 두고 “핵을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것,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이 된 것”이라고 했는데, 선제적 핵공격은 물론 심지어 내부 반란이 나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노골적·공세적 핵협박이다. 미국과 대등한 핵보유국 지위로 핵 군축 협상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김정은은 지난 10년간 핵실험 네 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실험은 수십 차례 했다. 우크라이나전과 미·중 대결 속에 중국·러시아의 절대적 비호를 업은 김정은이 이날 ‘핵개발 고도화의 불가역성’까지 주장한 만큼 7차 핵실험, 추가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 개발 논리에 대한 무지를 이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도 없다. 이번 공세적 핵 무력 사용 정책 법제화는 북한 핵 개발 논리의 필연적 귀결이다. 그것은 김정은에게 체제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는 핵이고 따라서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북핵 협상 역사가 잘 말해 준다. 이 대표가 대단한 성과인 양 치켜세운 9·19 공동성명이 휴지 조각이 된 것만 봐도 그렇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포기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IAEA(국제원자력기구) 복귀를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 해 7월 4일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하며 9·19 공동성명을 공식적으로 파기했고, 이어 10월 9일엔 1차 핵실험을 했다.

핵무기 동원 ‘사악한 행태’

이런 핵 집착은 이후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북한은 겉으로는 대화하는 척하면서 지금까지 6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7차 핵실험 준비도 마쳤다. 북한은 이와 병행해 국제 제재의 완화·해제를 집요하게 추진해 왔다. '노 딜'로 끝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애걸'한 것도 제재 해제였다.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 개발 및 핵 공격 협박을 날로 고도화하는 와중에, 급기야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까지 만들었다. 김정은에게 마음대로 핵무기를 동원할 권한을 준 것과 마찬가지다.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한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또 하나의 사악한 행태다.

북한 지도부 및 전략적 대상 등에 대한 공격이 감행 또는 임박했다고 판단될 경우, 또 국가 존립 위기 사태나 유사시 전쟁 주도권 장악을 위해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법제화를 계기로 한·미 안보태세에 대해 사사건건 ‘법에 입각한 핵공격’ 위협을 강화할 것이다.

자주 국방력 더욱 키워야

북한이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란 법을 만장일치 채택했다. 김정은 등 수뇌부가 공격받을 경우 자동으로 핵 공격을 가하도록 법조문에 명문화한 것이 골자다. 

법은 ‘핵무기의 사용 조건’으로 5가지를 적시했다. 북한에 대한 핵무기·대량살상무기 공격이나 지도부에 대한 핵·비핵 공격이 감행·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다. 공격이 의심만 돼도 핵 타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가 아무 이유 없이 북을 먼저 공격할 리도 없지만, 정찰위성 하나 없는 북한이 무슨 수로 공격 임박 징후를 알아낸단 말인가. 김정은의 불안이나 피해망상만으로도 핵을 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한미는 이번 기회에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전략 자산을 비롯한 핵·재래식 무기로 맞대응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앞세워 군축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도 전술 핵 한반도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방어를 위한 핵무장 등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결국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면 압도적 군사력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 격상을 통해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장거리미사일, 핵추진잠수함 등을 적극 개발해 자주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

대중·대러 외교 소홀함 없어야

북한의 이번 움직임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의 대북 환상과 안보 파탄을 새삼 말해준다. 윤석열 정부가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 평화도 중요하지만, 북한을 달래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 단순한 ‘비핵화 프레임’에서 탈피해 실효적 북핵 억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 핵개발을 저지할 방법은 간단하다. 북한 체제가 흔들릴 정도의 제재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한국이 핵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일이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과 핵확산금지조약(NPT) 무력화를 통해 북한 핵개발을 사실상 거드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의 결기를 인정하도록 하는 조치도 중요하다.

북한은 지난 4월 김 위원장 연설을 통해 핵 선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더니, 결국 입법 절차까지 동원해 '핵은 공격용이 아닌 억지용'이라던 기존 입장을 공식 폐기했다. 사실상 핵무기를 실전용으로 쓰겠다는 선언인데, 이는 북한의 소형 전술핵 개발 움직임과 맞물려 남한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한미 간 4년 8개월 만에 재개되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오는 16일 열리는 만큼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기존 대북 핵억지 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아울러 북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외교적 해법을 지속적으로 타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미국 등 우방은 물론이고 대중·대러 외교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국제사회 고립만 더욱 심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북한이 ‘비핵화는 없다’며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논평했다고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이 전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핵 위험을 줄이고 없애기 위한 국제사회의 수십년 노력에 반대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 염원을 내팽개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정부는 미국과 확장억제력의 내실화를 꾀하고 군사 도발엔 엄중하게 대응하되, 지난 정부들이 답습한 북핵 대응 방식을 넘어 그야말로 담대하고 창의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북·미 간 대화를 막후에서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며, 일본과의 안보 협력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더 중요한 건 핵을 거머쥘수록 정권은 더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김정은 위원장이 직시하는 일이다. 아울러 여야 정치권이 안보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해 한목소리로 결연히 대응하길 주문한다.

북은 핵무력이 주권이라는 억지 논리를 법제화한들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들이 핵을 끌어안을수록 국제적 고립과 강도 높은 제재만 이어질 뿐이다. 북한은 핵을 머리에 이고 자멸의 길로 빠져들어선 안 된다. 정부는 다각도로 북핵 대화의 노력을 이어 가되 갈수록 노골화될 북의 전술핵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안도 면밀히 강구하기 바란다.

북한의 오판과 무모한 도발에 더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 연합 억제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핵무력 법제화가 국제사회 고립만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점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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