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파고드는 ‘마약’…그 정체와 근절방안은? [일상스케치(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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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파고드는 ‘마약’…그 정체와 근절방안은? [일상스케치(53)]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09.18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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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폐해 개인과 사회에 치명적
특히 MZ 젊은 세대 분포 커져 심각
공급 차단 등으로 근절 대응 시급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언제부턴가 하루가 멀다하고 마약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인류사에서 마약 병폐는 전쟁, 테러, 기아, 환경파괴와 더불어 거의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세계적인 고질병이다. 마약류의 남용은 개인적인 파괴를 넘어서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고도의 경제성장과 도덕윤리의 혼란, 가치관 붕괴 등으로 인하여 마약류와 약물남용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결국 2016년 이후에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고도의 경제성장과 도덕윤리의 혼란, 가치관 붕괴 등으로 인하여 마약류와 약물남용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결국 2016년 이후에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마약 역사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기에, 아편의 흡연과 앵속(양귀비 씨) 재배도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학서적상 아편의 기록을 보면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1433)에는 아직 아편에 관한 항목은 없고 양귀비의 씨인 앵자 속(罌子粟)과 양귀비의 열매의 껍질인 앵속각(罌粟殼)이 올라 있을 뿐이다.

이때 중국에서는 이미 아편 흡연의 해독이 만연되고 있었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정사상 아편 흡연이 처음으로 거론된 것은 중국 아편전쟁 이듬해 아편 흡연의 해독에 대해 기록한 1840년(헌종 6) 3월 20일 『헌종실록』의 기사에서다.

대한제국 건립 이후부터는 아편 대신 모르핀이 유행하기 시작하여 점차 마약중독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에도 「마약단속법」이 있었으나 크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아편 중독자를 근절시키지 못하였다.

그 후 60년대 모르핀과 아편류, 70년대는 대마초, 80년대 이후에는 히로뽕이라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최근에는 해외에 유학했다 귀국하는 일부 탈선 유학생에 의해 코카인, LSD, 전자담배용 액상 대마 카트리지나 대마 오일 등 신종마약류 반입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70년대 중반 가요계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대형 대마초 흡입 사건이 터져 연예계를 초토화시켰다. 몇 년 동안 그들은 방송정지 당해 활동을 못한 전력이 있다. 대마는 현재「대마 관리법」에 의하여 특별히 관리되어 생산과 유통, 사용이 규제되며, 본드·가스 등 중추 억제 작용이 있는 화학물질은 특별히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서 흡입제로 사용과 유통이 규제되고 있다. 

한편, 80년대 중반 즈음이다. 대학원 동기가 부산 임상현장에서 겪은 마약중독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 당시 부산 지역에서 평범한 주부는 물론이거니와 전연령대에 걸쳐 암암리에 상당한 마약중독자가 널리 펴져있다는 거였다.

실제 부산에서 마약을 제조, 판매한 마약왕 스토리를 영화한 적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극을 구성한 영화 '마약왕'에서 마약 관련 어둠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70년대 부산 한 가정집에서 상당한 양의 필로폰을 제조하여 국내와 일본으로 수출하다 결국 꼬리가 잡힌 사건이다. 생산지였던 만큼 부산이 그 당시 마약의 주요 판매및 소비처였을 가능성이 크다.

마약의 기제와 오남용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마약은 모르핀으로 양귀비의 유즙인 아편에서 얻는 천연물질이다. 양귀비의 추출물은 피우거나 먹고 아편과 알코올의 혼합물인 아편 팅크로 만들어 마셨다. 1803년에 독일에서 세르튀르너가 최초로 아편의 약리학적 활성성분 중에서 모르핀을 분리하였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神)인 모르페우스의 이름을 따서 모르핀이라고 명명하였다.

천연 마약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쾌감을 주는 약물로 사용되었다. 모르핀이 탁월한 진통효과로 널리 사용된 후 유사 작용 약물들이 개발되면서 마약성 진통제들이 약물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문제는 진통효과와 쾌감을 주는 독특한 작용 때문에 남용되기 시작했고, 연용 시 강한 습관성과 탐닉성을 가지게 되어 약물남용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마약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뇌신경세포의 기능에 변화를 가져온다. 몸속에 들어오면 기억력과 사고력 등을 주관하는 뇌 속 전두엽과 보상회로를 자극하고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이로 인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흥분상태에 빠지게 되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런 황홀감은 오래가지 못하니 점점 중독에 빠지고, 그 결과 환시, 환청, 환촉 등 현실을 왜곡하는 정신병적  증상이 강하게 보이게 된다. 내성에 의해 용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기질성 뇌 증후군 상태로 응급실을 찾아야 될 경우도 있으며, 과다복용으로 즉사하는 경우도 있다.

마약은 일단 투약을 시작하면 뇌에서 강력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본인 의지로 끊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고, 그만큼의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강한 중독성 때문에 중독자는 최소 1년 이상 치료받아야 한다.

모르핀 등을 복용하면 단기적으로 구역·구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부작용은 만성 중독증상으로  사용을 중단할 경우 심한 금단현상을 가져온다.

금단현상은 불안, 불면 등 가벼운 증상부터 간질발작, 섬망(譫妄), 쇼크와 같은 심한 증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결국 금단현상으로 중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며,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정신착란·과대망상과 같은 정신이상이 일어나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마약은 가장 강력한 진통제이나 약물의 탐닉성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다만 종종 말기암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 걱정과 공포까지도 덜어줘 천사와 악마의 이중적 물질임에는 틀림없다.

대한민국, 마약 청정국 아냐

우리나라의 경우는 마약류 사용이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가들에 비해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고도의 경제성장과 도덕윤리의 혼란, 가치관 붕괴 등으로 인하여 마약류와 약물남용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지난 수십 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면 국내 마약 사용자는 점점 늘어나면서 직업군이 다양화되고 연령이 점차 연소화 되는 등 질적인 면에서 종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엔 기준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이면 '마약 청정국'으로 인정하는데 2018년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1만 2613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24명인 꼴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에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 썬'에서의 마약 유통 사건, 일부 재벌 2-3세의 마약사건을 비롯하여 일부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사건과 조직적인 마약밀수 사건 등으로 마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이후부터 마약류 사범이 급증하여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SNS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점에서 2016년 1만 4214명, 2017년 1만 4123명, 2018년도 1만 2613명으로 점차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4년 대비 2016년이 40% 이상 늘었다.

젊은 층 마약 중독 심각

최근 놀라운 것은 마약류 사범 중에 청년세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마약범죄는 '언택트(비대면) 문화'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빠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마약류 거래'도 우리 일상 속으로 깊이 침투하고 있다.

과거의 마약 거래는 대부분이 대면 거래로, 전문 유통책-구매자-투약자가 은밀하게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렇지만 이제는 SNS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그것도 비대면으로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 최근 진입장벽이 훨씬 낮아졌다. 이에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이 불과 3년 새 1천 명이 훌쩍 넘게 늘어나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2019년 전체 마약류 사범의 48.9%를 차지했던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이 2020년 51.2%(6255명), 2021년 58.9%(6253명) 등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대면 거래에서는 히로뽕과 같이 비교적 값비싼 마약류가 주를 이뤘다면 비대면 거래에서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펜타민,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류가 주로 거래되고 있다. 이 점 또한 비대면 거래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여파중 지난 8월에는 울산에서 마약을 투약한 30대 캠핑족들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다. 또한 부산 도심에서 같이 마약을 투약한 남녀 가운데 여성이 귀가 후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10대 마약 사범은 최근 3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20대 마약 사범은 연간 3500명을 처음으로 넘어섰으며, 마약 사범 3명 중 1명은 20대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청년세대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대 마약 사범은 △2018년 1804명(22.3%) △2019년 2499명(24.0%) △2020년 2803명(23.0%)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2437명(23.0%)으로 검거 건수가 소폭 줄었다.

청년세대가 주 고객인 유흥업소 등에서의 마약류 투약 등 범죄는 주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권에서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럽 및 유흥업소 내 마약류 투약 등 검거 현황을 보면 △2019년 182건 △2020년 193건 △2021년 161건이었다. 올해는 1~6월까지 72건이었는데 주로 서울(11건)과 경기 남부(30건), 대구(12건), 경북(7건) 등에서 적발됐다.

마약, 근절할 수 있을까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여를 한다는 제보가 있어도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등으로 유통하기 때문에 검거하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리고 "마약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공급 차단'과 '수요 억제'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미 사회 곳곳에 퍼진 마약 수요를 억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차선책으로 "최근 적발한 마약 유통 경로를 분석해 경찰과 보건복지부, 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정보를 공유해 범정부 차원에서 마약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누구나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며 "처음엔 호기심으로 접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자의 길로 빠져들 수 있으니 젊은 2030 세대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마약은 중독됐다가 단약을 하고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아무리 의지적으로 끊고 싶다 하더라도 자신의 의지와 달리 내 몸에서 요구를 하기 때문에 그 늪에 계속 빠진다.

그래서 경찰도 단속을 병행하지만 중요한 거는 마약사범이 검거된 이후에 과연 우리나라 사회 시스템에서 다시 단약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한테 단약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사회 내부로 마약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예방 정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약 홍보, 판매 등이 SNS를 통해 이뤄지면서 10대 청소년까지 마약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며 "젊은 시절부터 마약에 노출되면 뇌질환 등으로 장기적인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간차원의 단체들이 결성되어 마약 예방활동이나 치료, 재활 프로그램들을 마련,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있으며, 마약퇴치를 위하여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마약류가 특정 국가로부터 생산되어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1988년 「마약 및 향정신성 물질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유엔협약」이 체결되어 당사국 간의 마약규제에 관한 국제적 협조체제를 마련하였다.

이에 반해 세계 각국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국제화, 조직화되어 가는 마약류 밀거래 및 마약류 남용자 치료와 예방교육 홍보를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어도, '마약 전쟁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마약류 남용 및 거래는 확산되고 있다.

마약 근절은 마약사범을 적발해 검거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애초에 구매자들이 마약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예방책이며 또 마약에 이미 중독된 환자들을 집중 치료하는 등, 전체적인 마약 수요 자체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만약 마약류의 유입과 확산을 방치할 경우, 투약자 개인의 파멸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가 불안과 공포의 도가니로 변하여 궁극적으로는 인류 전체가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개인, 사회 그리고 국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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