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戰 단독보도 이정옥 “총성·총격 난무…대량학살 무덤 참담” [토정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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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戰 단독보도 이정옥 “총성·총격 난무…대량학살 무덤 참담” [토정포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09.20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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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중 최초로 코소보 내부 진입 
KBS특파원 기자 겪은 코소보戰 취재담
시체 냄새 진동 대량학살 무덤 생사담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이정옥 전 KBS글로벌전략센터장이 19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열린 토정포럼 강연자로 참석해 전쟁 취재담에 대해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정옥 전 KBS글로벌전략센터장이 19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열린 토정포럼 강연자로 참석해 전쟁 취재담에 대해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1999년 ‘코소보 사태’가 벌어졌다. 발칸반도 유고슬라비아 공화국 자치구인 코소보를 중심으로 민족과 종교를 빙자한 대규모의 인종학살이 자행됐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은 ‘발칸의 도살자’로 불렸다. 그의 지지를 받은 세르비아인들은 알바니아인(이슬람교) 수십만 명을 잔혹하게 학살했다. 유혈사태는 국제평화 군이 와서야 진압되기 시작했다. 

한국 언론사 중에서는 KBS가 최초로 코소보에 진입했다. 공습이 끝난 뒤 생생한 전시 상황을 국내에 전달했다. 

단독으로 보도한 기자가 이정옥 파리특파원이었다. IMF로 유럽 주변 지역까지 커버할 때였다. 

“총성과 총격전, 총탄 자국이 난무했어요.” 

나토군이 코스보 수도를 입성했을 때 도시는 폐허 상태였다. 19일 마포구 소재 사무실에서 진행된 <토정포럼> 강연자로 나선 그는 참혹한 상황을 ‘총성’에 빗대 함축했다.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곳에서 비바람 치고 깔개도 없이 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노인들은 죽고 쓰러지고 빵 하나 가져가기 위해….” 준비해 온 아수라장 같은 영상을 보여줬다. 난민들의 절박한 손짓이 음식을 쫓아 우르르 움직였다. 

이들과 인터뷰하기 위해 “밤 1시 허가증을 받자마자 국경 지대에서 한 달 이상 있었어요.” 죽어도 고향에서 죽겠다며 피난을 가지 않는 어느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숙소를 구했다. 몇 방울 떨어지는 물로 고양이 세수를 할 만큼 열악했다. 도시에 남아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는 세르비아인과 알바니아인 눈빛은 제3자마저 움찔하게 했다. 살기가 도사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정옥 전 KBS글로벌전략센터장이 19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열린 토정포럼 강연자로 참석해 전쟁 취재담에 대해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정옥 전 KBS글로벌전략센터장이 19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열린 토정포럼 강연자로 참석해 전쟁 취재담에 대해 전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마을 입구에 갔더니 퀴퀴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어요.”
80여 구가 묻힌 대량학살의 무덤이었다.
“산채로 묻은 걸 영국군이 발견한 거예요.” 
이런 곳들이 얼마나 더 곳곳에 있을까 하니 참담했다.
직접 보고자 목숨을 내놓고 뒤따랐다. 앞서 한 독일군 기자는 차 안에서 피격되기도 했다. 카메라맨이 이를 알게 되면 가지 않겠다고 할까 봐 독일 기자의 죽음을 숨기면서까지 취재에 욕심을 냈다. 

- 안 무서웠나요. 신변의 위협은요?
- 가녀린 체구에 어떻게….
- 죽을 고비도 많았을 텐데….
- 대범한 것 같습니다. 

자연스레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작고 아담한 체구였다. 남자들도 죽을까 봐 무서워 기피하는 현장이었다. 기를 쓰고 가려 한 용기에 혀를 내둘렀다. 존경스러움과 걱정이 동시에 묻어났다. 

“하하하.”
스스로 봐도 무대뽀(?) 정신이라며 웃었다. 

35년여 KBS 기자로 있으면서 국제부 기자를 주로 맡았다. 예멘 납치사건, 이라크전, 터키전, 이란의 <차도르에 부는 개방 바람> 등을 취재했다. 여담을 묶어 <여자 특파원 국경을 넘다>는 책도 펴냈다. 

돌아보면 전쟁 한복판에서 생사를 넘나들만한 일들은 부지기수였다. 중국서는 차에 깔릴 뻔도 했다. “그때마다 어떻게 이겨냈나요?” 강연이 끝난 뒤 물었다. "보도하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한번 목표로 정한 취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겠다는 집념이 강했다. “모두 90년대 일어난 일입니다(웃음).” 전쟁에서의 취재를 말했다. 

연세대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기자 은퇴 후 KBS글로벌전략센터장,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이날 <토정포럼>은 10여 명 안팎이 모여 강연을 들었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등 각계인사들로 구성된 토정포럼은 삶을 공유하고 사회의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꾸려졌다.

김 전 의원을 비롯해 김승도 한림대 기후변화에너지연구센터장,  토정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식 인터넷신문위원회 부위원장, 조윤정 국민의힘 3기 여성정치아카데미 부회장, 이광수 한국문화진흥주식회사 감사 겸 변호사, 곽상일 두원물류 대표, 정하균 <시사오늘> 대표, 김성제 <시사캐스트> 대표 등이 참여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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