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한계 드러나…‘피해자 중심 보호’ 돼야 [반의사불벌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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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 한계 드러나…‘피해자 중심 보호’ 돼야 [반의사불벌죄 폐지]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09.20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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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 실효성 의문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 안돼
이수정 “피해자 감시 통한 신변보호 아닌 가해자 감시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신당역 사고 피해자 추모하고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동료였던 남성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이전에 가해자에 대해 두 차례 고소가 이뤄졌지만, 지난해 10월 법원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논란이 커졌습니다. 이에 ‘반의사불벌죄 폐지’‘피해자 중심 보호’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여성을 상대로한 스토킹 범죄 등에 대해, 가해자의 인권 중심이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적극적·선도적 보호 조치를 취해주시길 요청드린다”고 전했는데요. 

한 장관은 이에 “스토킹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여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당할 수 있는 보편적 범죄다.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강도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무부에서 반의사불벌죄를 없애는 입법안을 내겠다고 발표했고, 가해자에게도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법률안을 함께 내겠다고 말씀드렸다.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는 말 그대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피해자의 해당 의사에 반(反)하는 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합니다.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18조 3항에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죠.

해당 조항에 따르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해 합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피해자가 신고에 대한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처벌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범죄에 재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줄곧 폐지가 주장된 조항이기도 합니다. 

 

노원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제2,3의 피해자 없어야
‘반의사불벌죄 삭제’ 조항 담긴 개정안 법사위 계류중…‘늑장 대처’ 비판도


신당역 사건 발생 이후,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가 본격 논의됐습니다. 지난 16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엔 △스토킹 행위자 위치 추적 가능 △스토킹범죄자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삭제 조항이 담겨있고, 현재 입법예고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범죄가 발생한 뒤 행해진 늑장 조치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6월 남인순 의원이 관련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현재까지 법사위에 계류중이기 때문입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지난해 3월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20일 제정됐습니다. 사건 범인이 자매의 언니에게 교제를 요구하며 수개월간 스토킹을 하다 거부당하자, 피해자 가족의 주거지에 침입해 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당시 스토킹처벌법이 논의될 때도 제2, 3의 피해자가 나와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또 다시 발생했습니다. 

국회 법사위 제2차 법안심사제1소지난해 12월 7일위에서도 ‘반의사불벌죄 규정 삭제’ 관련 논의를 했는데요. 당시 김형두 법원행정처차장은 “지금 언론보도들로 봐도 반의사불벌죄로 해 놓으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꾸 압력을 넣는 수단이 된다는 지적도 있고 그래서 저희는 삭제가 맞다는 의견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시행일이 아직 만 두 달이 안 된 상태이고 현재 이걸로 인해서 조사나 기소까지 이르는 예도 봐야될 것 같다. 이 조항의 도입에 대해 충분히 많은 논의를 해서 결국은 이렇게 반의사불벌죄로 했던 건데 이것을 시행 두 달도 안 돼서 바꿀 필요까지는, 그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추이를 본 다음 결정하자는 의견을 개진하는 바다”라고 말했습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토킹범죄 개념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것을 빼야된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에 불문하고 스토킹행위를 했을 때 여러 가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 사실 여성단체나 다른 사회단체의 요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수정 교수 “감시 대상, 스토커 돼야한다…반의사불벌죄 폐지해야”
용혜인 “스토킹처벌법 위반 판결까지 80.1일…피해자보호 우선돼야”


지난 16일 KBS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감시의 대상이 결국에는 스토커가 돼야 된다”며 “신변 보호를 피해자만 감시하고 피해자만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이래서 되는 게 아니다. (중략)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가해자 감시 방식으로 바꿔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피의자가 접근하는지 등 정보를 피해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입니다.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고소해도 고소를 취하해 주면 얼마든지 사건화가 안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더욱 피해자를 협박하고 공갈하고 못살게 구는. 취하를 안 해주니까 앙심을 품고 살해하기에 이르는 이런 식으로 법률이 지금 만들어져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꼭 해야된다. 그래야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기관에서 강제력을 갖고 개입하고 임시조치도 좀 더 분명하게 하고, 수사를 하니까 구속영장을 청구할 근거가 생겨서 법원에서 그 근거로 구속영장을 인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지난 19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6월까지의 스토킹 처벌법 위반사건 판결 206건을 분석한 결과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법원에 접수된 사건이 판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80.1일이라고 합니다. 처벌까지 걸리는 시간에 비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간이 짧고, 때문에 피해자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용 의원은 “신당역 사건으로 스토킹 처벌법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법과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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