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가격 인상 초읽기…소비자 외면 빨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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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가격 인상 초읽기…소비자 외면 빨라지나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09.21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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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원유 가격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올해 우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흰우유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지만, 업계는 원가 압박을 이미 받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영유아 인구 감소 속 가격 경쟁력까지 잃게 되면 국산 우유의 소비자 외면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윳값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원유 가격 조정을 두고 낙농업계와 유가공업체 간 협상이 시작되면서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유종

원유 가격 협상 시작…얼마나 오를까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낙농가와 유업계는 생산비 인상폭 내에서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오는 2023년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서 생산비 연동제 방식으로 결정되는 원유 가격 협상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비 연동제 산식상 원유 가격 인상 폭은 최근 1~2년 생산비 증감분의 ±10% 범위에서 정해진다. 2020~2021년 원유 생산비가 1리터당 52원이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인상 가능한 금액은 1리터당 47~58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이는 원유 생산비 연동제가 시행된 2013년 이후 최대 인상 폭으로 평가된다.

올해 인상분이 50원대로 반영되면 우유 소비자 가격은 1리터당 300~500원 가량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시중 흰우유 1L 가격은 3000원 선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21원 올랐을 때 서울우유는 흰우유 1L 제품 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우유 수요 줄었는데 가격은 올라

최근 우윳값 흐름은 시장 수요와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36.5kg였던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20년 26.3kg까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원유 가격은 72.2% 올랐다.

이는 생산비연동제와 연관이 있다. 이 제도는 당초 2013년 낙농가의 최소한의 수익을 보전해주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원유는 계절적 요인, 감염병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공급량에 변동이 생길 수 있어 정부에서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수요·공급 논리를 따지지 않다 보니, 시장과 괴리가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제도 손질에 착수했다. 낙농가는 소득 감소를 이유로 반발했지만, 1년여 만에 용도별 차등가격제 적용 합의를 도출했다. 이는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로,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잡는 게 주된 내용이다. 

다만,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오는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만큼 정부는 우선 올해 유업계에 흰 우유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업계는 이미 각종 제반 비용이 뛰고 고환율까지 겹친 가운데 인상되는 원유 가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비싼 우유에 소비자도 등 돌려

소비자들은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대체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자체브랜드(PB) 우유나 수입 멸균 우유 등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PB 우유의 경우 같은 제조사지만 유통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실제 매일유업이 제조하고, 이마트가 유통하는 PB 상품 ‘에이클래스’ 흰우유(900ml)는 현재 온라인에서 2080원에 판매 중이다. 100ml당 가격은 232원이다. 매일우유 900ml 상품은 2610원으로, 100ml당 29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 2000원 미만의 PB 우유들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멸균 우유도 위협적이다. 멸균 우유의 1리터당 가격은 1300원에서 1500원 수준으로 국산 우유의 절반 정도다. 유통기한도 1년에 달해 수입에도 용이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량은 1만4675톤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향후 유업계와 낙농업계 상황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저출생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유 주 소비층인 영유아 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데다, 오는 2026년에는 미국·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외국산 우유, 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까지 이뤄진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국내 우유 시장 현황 및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국산 우유 생산량은 2012년 211만1000톤에서 지난해 203만4000톤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산 우유는 124만8000톤에서 241만4000톤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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