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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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려면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9.2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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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주식양수도계약에서 매수인이 계약상 착오를 뒤늦게 발견했을 경우 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지급했던 주식매매대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 김 모씨는 급한 자금마련을 위해 평소에 알고 지내던 박 모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던 비상장 주식회사 A의 보통주식 1만주의 매수를 권했다. 

박 씨는 2010년 11월5일 김 씨와 위 회사 보통주식 1만주(1주 5000원)를 5000만 원에 매수하기로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당일 김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 명의개서도 마쳤다. 그 과정에서 김 씨는 박 씨에게 세금은 증권거래세 이외에는 크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그런데 세무서는 2012년 5월 박 씨에게 위 주식의 주당가액을 20만 원으로 평가하고, 박 씨와 김 씨의 주식거래를 저가 양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해당한다고 봐 증여세 10억 원의 과세예고통지를 했고, 2012년 6월경 박 씨에게 증여세 10억 원을 부과결정 했다.

박 씨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크게 된 꼴이니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세무서로부터 10억 원이나 되는 증여세 부과처분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주식양수도계약을 어떻게 해서라도 취소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김 씨에게 주식양수도계약을 취소하고 다시 5000만 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씨는 급한 자금마련을 위해 주식을 박 씨에게 팔아 받은 주식매매대금이다 보니 박 씨로부터 받은 5000만 원은 이미 써버리고 없어 당장 되돌려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문제는 ‘계약은 지켜져야 하므로 되돌릴 수 없다’고 봐야 하느냐 아니면 ‘사정이 위와 같으니 취소시킬 수 있다’고 봐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우리 민법 제109조에서는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취소의 여지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이 청약서에 가격을 10만 원으로 적어야 할 것을 100만 원으로 잘못 적은 경우,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홍콩 100달러를 미국 100달러로 적은 경우, 금반지라고 생각하고 도금한 구리반지를 매수한 경우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무조건 착오가 있으면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하고, 의사표시를 한 사람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느냐 하는 것은 그 법률효과가 없었더라면 표의자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의사표시를 했을 것인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박 씨의 경우에도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다고 해서 취소할 수 있을까?

박 씨는 고액의 증여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면 위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박 씨나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그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그런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증여세 부과에 대해 김 씨도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박 씨의 위와 같은 착오는 계약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박 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이는 특별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 씨는 위와 같은 착오를 이유로 주식양수도계약을 취소할 수 있으니 주식매매대금도 반환받을 수 있고, 증여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하마터면 독박을 뒤집어 쓸 수도 있었던 박 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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