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안정? 시장 교란?…논란의 ‘알뜰주유소’ [정진호의 정책史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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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안정? 시장 교란?…논란의 ‘알뜰주유소’ [정진호의 정책史④]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9.27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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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때 도입…효과 있지만 ‘시장 왜곡’ 비판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도입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알뜰주유소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도입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알뜰주유소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길을 가다 보면, 특정 주유소 앞에 차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주유소에 비해 기름값이 싸기 때문인데요. 고유가 시대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이런 주유소의 상당수는 바로 ‘알뜰주유소’라고 합니다.

정유업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9월 7일 기준 정유사 상표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보다 리터당 32.93원, 경유는 25.93원 낮았습니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평균 30~40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알뜰주유소는 왜 생겼으며, 어떻게 해서 정유사 상표 주유소에 비해 싼값으로 기름을 공급할 수 있는 걸까요. 알뜰주유소 도입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아랍의 봄’이 일어났던 그 즈음입니다.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일어난 반정부 민주화시위는 아랍과 중동, 북아프리카까지 확산됩니다. 이 같은 아랍·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은 전 세계적 유가 상승을 촉발했고,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휘발유 가격이 일시적으로 리터당 2000원을 상회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국제유가와 환율이 하락했음에도, 기름값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제유가 대비 국내 휘발유값 하락폭이 작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주유소 등의 행태가 묘하다”고 발언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름값의 경우 유가와 환율간 변동관계를 면밀히 살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제78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기름값이 적정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주유소 등의 이런 행태가 묘하다”고 지적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유가가)140달러 갈 때 (휘발유값이)2천원 했다면, 지금 80달러 수준이면 조금 더 내려가야 할 텐데 지금 1800~1900원 정도 하니 더 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후략)

2011년 1월 13일 <노컷뉴스> 이 대통령, 고유가 지적 “주유소 행태가 묘하다”

회계사 출신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직접 기름값 원가를 계산하겠다는 호기를 보이며 기름값 잡기에 뛰어들었다. ⓒ연합뉴스
회계사 출신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직접 기름값 원가를 계산하겠다는 호기를 보이며 기름값 잡기에 뛰어들었다. ⓒ연합뉴스

이에 회계사 출신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직접 기름값 원가를 계산하겠다는 호기를 보이며 기름값 잡기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실적은 없었습니다. 정부 압박에 정유사들이 리터당 100원을 인하했지만 그마저도 일시적이었습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정유사들을 압박하는 대신 ‘제3의 길’을 마련하기로 합니다. 최중경 장관은 정유 4사 중심의 과점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지 않고서는 기름값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고, ‘대안주유소’ 설립을 공언했는데요. 이게 바로 알뜰주유소입니다.

알뜰주유소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기존 주유소는 정유사(SK에너지·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에서 석유제품을 공급받습니다. 반면 알뜰주유소의 공급처는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입니다.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공동으로 석유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한 뒤 알뜰주유소(자영), 농협주유소(NH-OIL), 고속도로(ex-OIL)주유소 등에 일반 주유소 대비 리터당 100원가량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겁니다.

정부가 기존 정유사 주유소에 비해 리터당 70~100원 싸게 판매하는 ‘알뜰주유소’를 내년 500개에 이어 오는 2015년까지 국내 전체 주유소의 10%에 해당하는 1300개를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정유사의 거센 반발을 딛고 알뜰주유소가 과연 정부 계획대로 자리 잡아, 전체 기름값 하락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3일 국내 석유시장이 정유4사에 의한 독과점 구조로 경쟁이 제한적이라고 판단, 전체적인 가격인하 유도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알뜰주유소 추진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와 NH농협주유소 사업을 운영중인 농협중앙회가 직접 국내외 석유시장에서 대량 싼값에 구매해 주유소에 공급하고, 셀프 주유와 사은품 미지급 등 기타 비용을 줄여 소비자에 저렴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주유소로 지경부 최중경 장관이 주도해 지난 7월 제시한 개념이다.
이미 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는 3일 대량 공동구매를 위해 국내 정유4사를 상대로 입찰공고를 냈고, 이달 중 공급자를 선정한 뒤 내달초부터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지경부는 설명했다.

2011년 11월 3일 <디지털타임스> ‘알뜰주유소’ 1300개 만든다

2011년 12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에 국내 첫 알뜰주유소가 문을 열었다. ⓒ연합뉴스
2011년 12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에 국내 첫 알뜰주유소가 문을 열었다. ⓒ연합뉴스

지식경제부가 추진계획을 발표한지 57일이 지난 12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에 국내 첫 알뜰주유소가 문을 엽니다. 당시 처인구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944원, 경유는 1793원이었는데요. 알뜰주유소 1호점은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1843원, 1694원에 판매하며 화려한 등장을 알렸습니다.

경기도 용인 처인구 마평동에 국내 첫 알뜰주유소가 들어섰다.
이에 따라 이 주유소가 얼마나 싼 값에 제품을 판매할지, 또 인근 주유소의 가격 인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식경제부는 29일 개점 기념행사를 열고 이 주유소가 주변 일반주유소에 비해 휘발유 기준으로 리터당 60~100원 저렴하게 제품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처인구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휘발유 1944원, 경유 1793원인 가운데 알뜰주유소 1호점의 이날 하루 예상 판매가격은 각각 1843원, 1694원이라고 지경부는 전했다. (후략)

2011년 12월 29일 <연합뉴스> 알뜰주유소 첫선…가격인하 효과 주목

이후 알뜰주유소는 10년간 1286곳, 전체 주유소의 11.5%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그동안 총 2조1000억 원, 연평균 2400억 원의 소비자 편익(에너지경제연구원 ‘알뜰주유소 사업 10년 평가와 과제’ 연구)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도입 이후 알뜰주유소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리터당 최대 100원 낮게 공급하면서, 불공정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알뜰주유소가 영세한 일반주유소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2011년 도입한 알뜰 주유소 정책이 영세 주유소들을 시장에서 퇴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유소업계는 업계의 보호와 육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주유소협회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서 강길부 의원과 공동 주관해 연 ‘에너지 유통갈등 조정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2010년 1만3000여개에 달하던 주유소는 지난해 1만1502개로 감소했다. 협회 측은 2011년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을 비롯한 경쟁유도 정책으로 인해 연평균 167개씩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시설물 철거, 토양오염 정화 등 최소 1억50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폐업비용으로 폐업하지 못해 휴업하는 주유소도 매년 400~500곳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2월 20일 <세계일보> “알뜰주유소 정책 탓에 매년 영세 주유소 167곳 문 닫아”

실제로 일반주유소는 2017년 1만2007곳에서 지난달 말 1만1202곳으로 805곳 줄었는데, 같은 기간 알뜰주유소는 1139곳에서 1286곳으로 147곳 늘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폐지해 ‘공정한 경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어느덧 출범 10년을 넘은 알뜰주유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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