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타살 장소 인근의 ´행정 전화 미스터리´
스크롤 이동 상태바
장준하 타살 장소 인근의 ´행정 전화 미스터리´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09.26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상만 전 의문사진상규명위 조사관 ´김용환이 전화했다고 말하지 못한 이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장준하 선생 의문사 관련, 고상만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은 26일 "박정희 정권이 장준하 선생을 암살한 결정적 원인은 장 선생이 75년 8월 20일 2차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박정희 정권은 이 점을 가장 두려워했다"고 밝혔다.

이날 고상만 전 조사관은 서울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긴급간담회'에 참석, "거사 내용은 제2차 100만인 서명운동의 발족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장 선생의 거사를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그러자면 감옥에 보내야 하는데 장 선생이 15년형 선고를 받아 감옥에 구속됐다가 병보석으로 풀려 난지 얼마 안 된 상태였고 미국 측의 반대에 부딪힐 게 뻔해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시사오늘
의문사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중앙정보부는 장 선생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긴 위해분자 관찰계획 1975년 3월 31일자 보고서에 '공작 필요시 보고 후 조치'하라는 내용을 적었다. 그로부터 수개 월 지난 8월 17일 장 선생은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상만 전 조사관은 중앙정보부에 대한 추가 의혹 지점 관련 "장 선생에 대한 암살 계획을 추정할 수 있는 '위해분자 관찰 보고서'가 작성된 후 이 자료만 1975년 4월부터 8월 18일까지 상급 비밀로 됐다"며 "더욱 의문인 건 장 선생 사건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30분 단위의 보고가 들어갔다. 그런데 약사봉 갈 당시의 기록은 하나도 없다. 8월 18일자로 상급 비밀자료가 해지됐고 그 문서를 작성한 담당자는 일주일간 휴가를 떠났다.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 전 조사관은 또 사건 당일 낮 3~4시경 장 선생 댁에 전화를 건 신고인과 발신처에 대해서도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중앙정보부는 장 선생 댁에 전화를 걸어 사망 사실을 알린 이가 목격자인 김용환 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오히려 중정에서 조작한 거라고 했다. 당시 약사봉 인근의 전화기라고는 마을 이장 집에 놓여있던 행정전화기 딱 한 대였다"며 "그런데 확인 결과 그날 마을 이장은 누구에게도 전화기를 빌려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어디에서 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재조사한다면 장준하 의문사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사오늘.
고 전 조사관은 이어 "김용환이 전화한 장본인이라고 말했다고 해도 그렇다면 그 전화는 어디서 했느냐. 이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며 "이 때문에 김용환은 부인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 이번 긴급 간담회를 개회한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도 "고상만 전 조사관 얘기는 사건 장소에 유일한 전화기였다고 알려진 마을 이장 댁 행정전화기 외에도 (밝혀지지 않은) 전화기가 추가로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걸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 2003년 의문사위 1·2기 위원회는 장준하 선생의 죽음 진상 관련, 보고서를 마치면서 공권력 개입에 의한 타살로 결론짓지 않고 '진상 규명 불능 판단'을 내렸다.

고 전 조사관은 이같이 결정된 배경에 대해 "의문사 위원들이 조사한 것만으로 명백한 타살이라고 인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타살이라고 규정하게 되면 더는 이 사건을 조사할 수 없게 된다"며 "그러나 우리는 유골 감정을 못했다. 또 장준하 선생 존안자료 중 국가정보원이나 기무사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단 한 장의 문서도 협조 받지 못했다. 때문에 추가 조사 가능성을 열어둘 목적으로 불능 판단이라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진상 규명 불능'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이번에 설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근혜 대선 후보는 장준하 의문사에 대해 "이미 조사가 끝난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민주통합당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주관한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간담회에는 이부영 전 의원, 유기홍 의원, 장호성 장준하 선생 유족대표, 이준영 장준하 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