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알뜰폰업계의 메시지, 그리고 메신저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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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알뜰폰업계의 메시지, 그리고 메신저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9.29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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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자기가 더 변변치 못하면서 남이나 흉보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참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좀 컸을 때는 그럼 겨 묻은 개는 똥 묻은 개를 나무라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10년 가까이 해 보니 똥 묻은 개가 나무라면 어떻고, 겨 묻은 개가 나무라면 어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무라야 깨끗해 지는 거다. 정말 중요한 건 누가 누굴 지적하고 말고가 아니라, 나무람 이후 똥과 겨를 털어냈느냐가 아닌가. 비슷한 측면에서 요즘 정치권에서 자주 쓰이는 '메시지를 반박하지 못해 메신저를 공격한다'는 말에도 의문이 든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메신저에 똥이나 겨가 묻었으면 좀 나무라도 되는 것 아닌가. 물론, 최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 속에서 보이는 정부여당의 행보처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메신저 공격은 논외다.

최근 중소 알뜰폰사업자들로 구성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알뜰폰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세미나를 열고 통신망 도매대가(기존 망 임대료)로 폭리를 취하는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3년마다 일몰·연장이 반복되는 통신망 도매제공의무제도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통3사가 현행법(전기통신사업법)을 명분으로 망 임대료를 과도하게 책정해 수익성이 좋지 않고, 관련 법 일몰·연장이 12년째 계속 이어진 데 따른 불투명성 심화로 중장기 투자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등 지원이 있어야 현재에 정체된 '요금제 소매상'이 아닌 미래를 그리는 '설비 기반 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두 맞는 얘기, 일리가 있는 메시지다. 알뜰폰 프리티(프리텔레콤)을 운영하는 인스코비는 지난 상반기 연결기준 순손실 29억7911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알뜰폰 스노우맨을 운영하는 세종텔레콤도 연결기준 순손실 539억2848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특히 도매제공의무제도의 경우 국회 파행으로 지난 22일자로 일몰제가 종료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실정이다. 중소 알뜰폰사업자들 입장에서 욕심 많고 게으른 통신3사, 정치권은 분명 '똥 묻은 개'다.

하지만 메신저인 중소 알뜰폰업체들도 그리 당당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똥'까진 아니라도 '겨'가 꽤 많이 묻은 것으로 볼 부분이 상당해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지난 4월 공개한 알뜰폰 점유율 통계 자료 기준 중소 알뜰폰업체 가운데 점유율이 가장 높은 업체인 유니컴즈(모빙)는 2020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9.69% 감소했음에도, 총 배당금 규모를 10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확대했다. 배당성향이 24.3%에서 60.5%로 급등했다. 지난해에도 이와 같은 규모의 배당이 지급됐다. 이 배당금은 정성태 대표(지분 34%)와 디와이텔(지분 66%)에게 모두 돌아갔다. 디와이텔은 정성태 대표의 특수관계자로 보이는(등기상 집 주소가 동일하다) 한송희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다.

인스코비(프리티)는 2021년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확대됐음에도, 등기이사 보수총액(5인)을 6억8370만 원(인당 1억3674만 원)에서 7억6200만 원(인당 1억5240만 원)으로 늘렸다. 같은 기간 인스코비가 연구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2.08% 줄었다. 특히 인스코비는 알뜰폰 통신 서비스(MVNO사업부문)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스마트그리드사업, 시계사업, 유통사업 등에 투자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인스코비 MBNO사업부문의 매출총이익은 12.33% 증가한 반면, 스마트그리드사업과 유통사업의 매출총이익은 각각 61.74%, 48.62% 감소했으며, 시계사업은 적자전환했다.

세종텔레콤(스노우맨)은 사업보고서상 연구개발활동이 전무하다. '해당사항 없습니다'라고 기재돼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350억3296만 원 규모 당기순이익을 냈음에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김형진 대표이사의 연봉을 6억6100만 원에서 7억6380만 원으로 올려줬다.

중소 알뜰폰업체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지 못하고 있는 게 꼭 외부 환경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해석할 만한 대목들이다.

중소 알뜰폰업체들이 '똥 묻은 개'를 향해 보낸 메시지는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잘 받았을 것이다. 틀린 구석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메신저가 제 몸에 붙은 '겨'를 털어내는 작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그 메시지의 효과는 분명 반감될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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