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대통령 평가, 정권재창출 여부로만 판단해선 안돼”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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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대통령 평가, 정권재창출 여부로만 판단해선 안돼” [북악포럼]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0.05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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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11)> 박수현 前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
“좋은 대통령이란 국민과 함께 걷는 리더”
“문재인 ‘통찰력’, 윤석열 ‘소탈함’이 장점”
“文 정부, ‘추-윤’ 갈등 길게 끈 건 아쉬워”
“尹, 욕설 논란에 화통한 ‘유감 표명’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박수현 전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4일 국민대 정치대학원에서 열린 북악포럼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시사오늘
박수현 전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4일 국민대 정치대학원에서 열린 북악포럼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시사오늘

“좋은 대통령은 국민보다 한 걸음 뒤처지지도, 한 걸음 앞서가지도 않는, 국민과 어깨와 발걸음을 맞추면서 함께 가자고 진정성 있게 호소하는 리더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前) 수석은 지난 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박 전 수석은 이날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좋은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얘기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시절 참모회의,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간 빚어진 이른바 ‘추-윤 갈등’ 등의 정치 비화, 최근 윤석열 발언 논란 등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이밖에도 자신이 그간 걸어 온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시(詩)에 비유해 소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좋은 리더인가? 통찰력 갖춘 리더

‘추-윤’ 갈등 신속 해결 못해 정권재창출 실패 ‘아쉬움’


박 전 수석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통찰력을 갖춘 리더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때 한국의 조선업이 망했다. 이전 정부에서 한진해운을 정리한 이후 2017년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도 조선업을 하지 말고 해외에서 배를 빌려다가 해운물류를 하자는 게 대다수 정부 관료의 생각이었다”면서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만은 이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당시 관료들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분단국가에서 조선업은 단순한 해운물류 의미를 넘어 육해군 외 제4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서 관료들을 설득했다는 게 박 전 수석의 설명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자금이 투입돼 국내 조선업이 살아나고 현재는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에서 중국과 견주는 조선업 강국이 됐다”면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대통령의 통찰력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정권 재창출 면에서 보자면 문재인 정권은 ‘실패한 정권’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있다면서도 “정권 재창출 여부로 실패 여부를 결론 짓는 건 종합적인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대선은 대한민국의 5년 미래를 결정하는 투표”라면서 “과거 지향적 평가도 있지만 미래 지향적 비전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다만, 아쉬운 면이 없는 건 아니라면서 추-윤 갈등을 언급했다.

그는 “추-윤 갈등이라는 건 오늘의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킨 시간이었다고 평가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더 좋은 민주주의’라는 철학적 측면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들의 피로감을 없애고, 다른 일에 전념하기 위해 논란을 대통령으로서 빨리 정리를 하고, 그렇게 길게 끌지 않았다면 오늘의 윤석열 대통령은 없을 것 아니겠냐고 가정도 해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부각되는 과정까지의 관리가 매끄럽지 못한 것 아니었나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점은 소탈하고 화통한 성격”

“‘욕설 논란’…야당·언론 탓 말고 유감 표명 필요”


그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 개인이나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 욕설 논란 vs. 자막 조작 논란’과 관련해 자신 만의 견해도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의 장점은 소탈하고 화통한 성격”이라면서 “이 같은 장점을 살려 솔직하게 ‘죄송하다’라고 했으면 그날(발언 논란 당시) 문제가 끝나고 정쟁으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한다든가 또 앞에는 아예 없다고 한다든가 이거는 이미 국민들이 판단을 내린 상황”이라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식의 정치적 언어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처음하시다보니 잡음들이 있지만, 이 문제들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로, 빨리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치는 ‘피맺힌 절규’이지만 ‘절망 속에도 길은 있다’

나태주 시인 <풀꽃>, 정승호 시인 <봄길>로 본 정치


박 전 수석은 더불어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충남 공주 지역구에서 최초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력을 갖고 있다. 충남 공주는 이전까지 보수정당 텃밭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그는 공주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장장 10년에 걸쳐 선거운동을 해왔다. 그는 그 과정을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비유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풀꽃>

그는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첫 명함을 만들고,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만난 첫 유권자가 명함을 눈 앞에서 찢었다”면서 “수행 참모들이 용기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가 눈물을 흘렸다. 피눈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공주시민들이 저가 풀꽃처럼 나약하고 잘 보이지 않는 미묘한 존재지만, 저를 더 자세하게 보아주기를 간곡하게 원했다”면서 “그렇게 10년을 피맺힌 외침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정치인의 삶을 살다보면 절망할 때가 있다면서 그때마다 정승호 시인의 <봄길>의 구절을 떠올리라고 조언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정승호 시인 <봄길> 中

박 전 수석은 “정치인의 삶을 살아갈 때 당장 길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닐 것”이라면서 “그런데, 길은 끝나지 않았다. 다른 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 역시 숱한 정치의 고비고비들이 올 때마다 이 시를 응원가로 삼고 용기를 얻었다”면서 앞으로도 정치인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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